21일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해당 업체를 이용한 현역 의원 5명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데 대해 "민주통합당 서울지역 의원들도 같은 업체로부터 대행 서비스를 받았다"며 '물타기'를 시도하다 취재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박민식 "업체 이용한 29명, 최종적 숫자 아니다"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사건 대책팀장을 맡고 있는 박민식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의원 5명의 자진사퇴를 주장했는데, 이런 논리라면 이 업체를 이용했던 민주통합당 소속 20여 명의 당선자들도 똑같이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며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 업체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원명부를 (경선에) 활용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취재진이 "업체에 팔린 것은 민주당 명부가 아니라 새누리당 당원명부 아니냐"고 질문하자 박 의원은 "여당 명부라도 야당이 활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당원들이) 언제까지 여당만 (지지)하라는 법 있느냐"고 답해 취재진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 당원명부 유출사건의 대책팀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21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또 박 의원은 "통상 대행업체는 문자 발송의 플랫폼만 제공할 뿐, 발송 데이터나 전화번호는 의뢰인이 직접 입력한다"며 "문자발송업체가 명부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취재진이 '업체에게 명부가 필요없다면, 왜 400만 원에 명부를 사들였느냐'고 묻자 "그건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밖에도 박 의원은 '이번 명부유출 사태가 통합진보당 경선부정과 흡사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통합진보당은 유령당원이 부정경선을 한 거고, 우리는 집주인이 물건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이번 사태를 단순한 '분실'로 규정하기도 했다. 당원명부 '분실'이 아니라 '팔아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엔 "어리숙한 집주인이 분실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9명이 최종적인 숫자는 아니다"고 말해, 문제의 문자발송업체를 활용한 새누리당 후보 및 의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진퇴양난 빠진 새누리…꼬리무는 의혹에 '당혹'
사건 진상조사를 위해 구성된 자체 대책팀조차 "명부가 유출됐어도 경선 부정은 없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에 새누리당은 적지 않게 당황한 모양새다. 당장은 검찰 수사를 기다린다고 하지만 사건을 더 파헤치기도, 그렇다고 무작정 덮어놓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사태의 진원지인 당직자 이모(43) 씨가 당원명부 유출 외에도 총선 후보들에게 여론조사를 알선하는 등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날 박민식 의원 역시 이 씨와 문자발송업체 대표 사이에서 오간 400만 원이 "고객 모집 수수료인지, 동업자 관계에서 나온 대가인지 검찰에서 밝힐 것"이라며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당권파에 의해 자행된 선거부정이었다면, '친박계 단일대오'로 재편된 새누리당 역시 내부의 감시 및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빈축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당장 야권은 현역 의원 5명의 의원직 사퇴는 물론, 사건 당시 당을 책임지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 역시 요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이규의 수석부대변인은 아예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기까지 박근혜 전 위원장이 출마선언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친이계 낙천자들 역시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명부 유출의 관리 책임이 있는 박근혜 전 위원장과 권영세 사무총장이 현 지도부의 사과 뒤에 숨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라며 박 전 위원장을 정조준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명부 유출을 넘어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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