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 앞으로 다가온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선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친박계의 완전한 '당 장악' 이후 다소 맥 빠진 선거가 될 것으로 관측되던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이계 심재철 의원이 첫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친박계의 '독주'에 대해 견제공을 날린 셈이다. '박근혜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다른 의원들도 슬슬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친박계에선 이날 유기준 의원의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황우여 원내대표 등의 '출마 러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선의 심 의원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의 미래를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자 한다"며 "바른 균형을 통한 당 화합을 이끌어냄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는 국민정당 새누리당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심 의원은 4.11 총선 이후 불거진 '박근혜 사당화(私黨化)' 논란을 염두한 듯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비행기가 바르게 날 수 없듯, 당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만 쏠려서는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외연 확장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축제여야 할 전당대회가 맥없이 치러져선 안 된다는 사명감 또한 나를 일어서게 했다"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조용한 전당대회'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심 의원은 출마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서 비박(非朴)계 단일후보라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비박계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정몽준 전 대표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당권 도전을 선언한 심재철 의원. ⓒ뉴시스 |
친박 유기준 출마선언…남경필은 원내대표로 방향 틀어
친박계 주자들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후보군으로 '범친박계'로 꼽히는 황우여 원내대표(5선), 부산·경남지역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3선), 수도권의 유정복 의원(3선) 등이 거론된다. 이날 오전 유기준 의원은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황우여 원내대표도 빠르면 3일 출마 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6선의 홍사덕 의원 등 중진급들은 현재까지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5선) 역시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혔지만, 이날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상 범친박계의 황우여 원내대표가 친박과 중립성향 모두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가장 유력한 상태다. '비박' 대표인 심재철 의원은 최고위원 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태 "전대 주자들, 박근헤 경고에 납작 엎드린 셈"
후보 등록 마감일이 4일로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당권주자들이 출마를 저울질하며 전당대회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는 것이 '박근혜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당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문수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전날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의 가장 강력한 지분을 가진 박근혜 위원장이 '(전대를) 조용하게 치러야 한다', '정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자 다들 납작 엎드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후보) 본인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고 어떤 큰 세력간의 힘이 움직여야만 될 수 있는게 새누리당의 현실"이라며 "힘이 자신을 지지하느냐 안 하느냐에 치열한 눈치보기와 물밑 작전만 있다"고 거듭 꼬집었다. 또 "민주통합당은 시원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경쟁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출마 선언은 이제 '시작' 수준이지만, 물밑 '라인업'은 진작부터 입길에 오르내렸다. 최근 당내에선 친박계 핵심이 결정했다는 차기 지도부 내정 명단이 돌기도 했다. '당대표 황우여, 원내대표 서병수, 정책위의장 이주영, 사무총장 최경환' 등 친박 '일색'의 차기 지도부 명단이 유력하게 떠돈 것.
이 명단이 당내 격한 논란을 일으키자,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던 친박계 서병수 의원은 지난달 25일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박근혜 위원장은 "사실이 아닌 왜곡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