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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 피해자 김성훈 전 장관 "MB가 직접 해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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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 피해자 김성훈 전 장관 "MB가 직접 해명하라"

"사찰 외에도 광범위한 압박과 조사…'재산 사찰' 뿐인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내용이 보다 자세하게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사찰 대상자 중 한 명으로 나타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이 2009년 10월 12일 작성한 문건 '전·현직 고위 공직자 재산 관련 조사 보고'에 따르면, 이들은 2005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전 정권의 고위 공직자들이 소위 펜트하우스라 불리는 꼭대기층에 거주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사찰을 진행했다.

또 다른 문건 '2009년 하명 사건 처리부'에 따르면 이 사찰은 청와대의 하명에 따라 진행됐다. 청와대는 2009년 9월 당시 김성훈 전 장관을 거론하며 '고위 공직자 중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를 분양받는 등의 비위가 있는지 내사하라'는 하명을 했다.

이에 대해 김성훈 전 장관은 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사찰 파문이 터지기 이전에도 각종 감사와 조사, 광범위한 압박 등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사찰은 이러한 광범위한 압박과 조사의 일환이었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이러한 사찰을 직접 지시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사찰 내용인 '비리 분양 및 꼭대기층 거주 여부'에 대해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부동산은 1985년에 구입해서 살기 시작한 현재 거주지의 빌라가 전부인데 이명박 정부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총 7층 건물에서 5층"이라며 "내가 캐나다 밴쿠버에 가 있던 UBC 초빙교수 시절에 주민들이 재건축을 결의해 2003년부터 같은 주소지에 재건축한 빌라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문건에도 김 전 장관이 '총 7층 중 5층'에 살고 있다고 적혀 있다.

"'BH 하명' 이전에도 '청와대의 뜻', '윗선 지시'로 압박 끊이지 않아"

김 전 장관은 "이 사찰 문건 작성 시기가 2009년인데, 2008년 하반기에 산림 관련 민간단체장과 당시 농업진흥청(현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당시 농업대학의 운영위원장을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았다"면서 "이번에 밝혀진 사찰이 '하명'에 의해 진행된 것처럼 이러한 압력도 '청와대', '윗선'의 이름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전 장관이 단체장을 맡고 있던 산림 관련 민간단체에는 한달에 50만 원 씩 운영지원금이 나왔는데, 2008년 하반기에 관련 기관 차장이 찾아와 '청와대에서 광우병 논란 관련해서 지시가 내려와 하는 수 없다'며 단체장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는 것. 이어 다음날 기관장이 전화해 '청와대 지시'라고 밝힌 것에 대한 해명이라도 하듯 '내가 차장에게 가서 말하라고 시켰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당시 맡고 있던 농업대학 운영위원장직도 당시 학장이 '위에서 그렇게 지시해서 어쩔 수 없다'며 사퇴해달라고 요청했고, '장·차관의 요청이냐 그 위냐'고 반문했더니 '장·차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더해 2009년 쯤에는 정부의 고위공직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전화 조심하라'는 귀뜸을 받았다"면서 "나로서는 도청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지만 가족들은 전화기의 감이 좋지 않아 '도청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또 김 전 장관이 이끌고 있는 환경 단체에는 '사정기관의 압박'을 이유로 기업 후원금이 끊기기도 했다. 그는 "2009년 하반기에 모 기업 회장이 사정기관으로부터 '<경향신문>과 이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걸 보니 경기가 어렵지도 않은 모양'이라고 말하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더이상 후원금을 못 내겠다, 양해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사정기관의 말에 배짱을 부릴 기업이 어디 있는가. 그간 기부가 뜸해진 것도 다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2009년 2월 그만둔 상지대 총장으로서도 각종 비위 조사와 감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상지대는 9개 건물에 태양광열, 지열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의 선두주자였다"면서 "그런데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원주경찰서, 검찰, 교육부, 감사원 등이 돌아가며 이 건에 대해 총장의 비위 여부가 있는지 4차례나 조사, 감사 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의 아버지'를 자처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빌미로 끊임없이 조사, 압박하는 것 또한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는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만나 농업과 북한 관련 공약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며 "당시 이 대통령은 '김문기 사학재단 비리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자 '김문기 같은 사람이 돈보따리를 싸들고 만나러 오더라도 쫓아내겠다'고 공언하더니 정권을 잡자마자 김문기에게 권한을 주고, 상지대는 분규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산 관련 사찰만 했나,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

김대중 정부의 농림부 장관을 맡았던 김성훈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한미FTA, 4대강 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김 전 장관은 "내가 사찰 대상이 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관료여서가 아니라 항상 비판을 높여온 시민단체의 장이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이상 뺏을 것이 없어지니 사찰을 통해 나를 파렴치한, 바보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모든 사찰과 감사, 조사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묻고 싶다"며 "무슨 이유로 나의 재산관계를 조사했는가. 'BH 하명'이라고 했는데,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는지,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가 무슨 이유로 조사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서 공직도 아닌 농업대학교 운영위원장, 산림 관련 민간단체장까지 청와대의 이름을 빙자해서 몰아낼 때도 역시 이 경위를 보고받았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설사 나에 대한 사찰을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사찰이 진행된 것은 아랫 사람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그렇게 해석했기 때문 아니냐"며 "문건에는 부동산 관련 조사만 나타나 있는데, 나의 계좌나 전화 도청 등은 지시하지 않았는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겁하고 저열하게 비서진 뒤에 숨지말고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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