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원자력 발전을 해야 현재 상존하고 있는 핵물질들을 소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놔 "무지몽매한 궤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9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전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원자력 발전이 없으면 핵물질이 어디로 가겠느냐. 고농축우라늄(HEU),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태워야한다"면서 "확실하게 없애는 방법은 원전에서 태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에 고농축우라늄(HEU) 1600t과 플루토늄 500t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핵무기 12만6000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양"이라며 "HEU와 플루토늄은 땅에 묻어도 없어지지 않으며 태우는 게 확실한 제거 방법이고, 이를 위해서도 원자력 발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 원전을 없애야 핵안보가 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못했다. 무지몽매한 사람들한테 잘 알려줘라"면서 "원전이 없으면 핵안보는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우라늄이나 플로토늄, 원전에서 태운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무지몽매한 발언이거나 의도된 무지의 소치"라는 비난이 높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30일 성명에서 "핵공학의 기본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며, 이런 무지가 핵안보를 한다며 핵 발전소 수출과 확대를 주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라늄이든 플루토늄이든 원전에서 태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농우라늄을 저농축으로 만들거나 혹은 플루토늄을 혼합산화연료(MOX)로 만들어 경수로에서 태우면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핵분열생성물질로 바뀐다. 즉 고준위 핵폐기물이 생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줄이겠다고 한 것은 핵안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핵연료 업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 우라늄으로 바꾸어 원자력 발전소에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나라가 그들에게는 큰 시장이다"라고 짚었다.
이들은 "핵물질을 감축한다고 하지만 원전 연료를 끊임 없이 공급하는 것은 끊임없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핵폐기물은 핵무기의 연료가 될 수 있다"면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과학적 사실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 혹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인가. 공개적으로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가장 안전한 방법은 폐기"
에너지정의행동도 성명에서 "청와대의 무지몽매와 궤변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현재 전세계의 우라늄 매장량을 감안하면 이미 값싼 우라늄의 시대는 끝났으나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감축과 고농축우라늄의 희석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만약 핵무기 감축이 없었다면, 원자력 발전을 추진해 온 핵산업계와 각국 정부는 곤경에 처했을 것"이라며 "'핵물질 폐기를 위해 핵발전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고 오히려 '핵발전을 위해 핵물질 폐기가 필요하다'고 해야 맞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핵물질을 폐기하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은 처분하는 것"이라며 "고농축우라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핵물질을 태워야 한다는 주장은 처분개념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를 애써 부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특히 플루토늄의 경우, 폐기를 위해 핵발전을 계속 해야한다는 말은 국제 실정을 전혀 모르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일본 등은 플로토늄을 태우기 위해 핵발전소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으로 핵발전소에 이용하겠다며 플루토늄을 생산해 우라늄과 섞은 연료(MOX 연료)를 만들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것도 천문학적 비용과 안전성 문제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오직 한국만이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재처리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은 이는 단순한 무지라기보다는 의도된 무지"라며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이를 다시 처분하는 것 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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