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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본정부가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까닭은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④] 천재지변 탓이라고?

1. 원전 사고의 원인은 쓰나미 탓인가?

작년 3월 11일에 일어난 규모(Magnitude) 9.0의 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동북지역에 파멸적인 피해를 초래하였다. 행방불명과 사망자 등 인명 피해만도 약 1만 990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 보다 큰 충격을 준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사고로,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였다. 원전사고 발생 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수습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작년 12월 중순 도쿄전력이 최소 40년의 사고수습 계획을 세웠지만,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누구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수소 폭발의 재발 및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대량유출 위험성도 늘 곁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증유의 원전사고를 일으킨 '원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미루어 둔 채, 전력부족(?)과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정지 중인 원전의 조속한 재가동을 획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에 대한 비판자들은 원전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서, 먼저 사고원인의 규명과 개선점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기준의 제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예상 밖의 거대한 쓰나미에 의해 원전이 침수되었다는 '자연재해설'에 대해, 비판자들은 이미 거대한 쓰나미가 올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했다는 '인재설'로 반박하고 있다.

원전사고의 원인에 대한 도쿄전력의 입장은 예상치 5.7m을 넘는 13.1m(도쿄전력 추정)의 거대한 쓰나미라는, 즉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는 것이다. 반면 인재설을 주장하는 측은 1) 쓰나미가 오기 전, '지진의 진동'으로 인해 원전의 파괴 특히 주요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물)의 상실됐고 핵연료의 용융으로 이어졌다는 점 2) 도쿄전력이 추가적인 안전대책의 비용을 절약하고자, 쓰나미의 새로운 예상 높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점 3) 원전이 자연재해 특히 쓰나미에 약한 구조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즉, 도쿄전력뿐만 아니라, 일본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같은 규제기관 등도 경제성만을 앞세워 원전확대에만 치중하는 반면, 원전의 안전대책에 관한 새로운 지견(知見)의 반영같은 안전성의 제고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탓이라는 것이다.

사고원인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도쿄전력이 사고 관련의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현장 검증이 몇십 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사고상황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도쿄전력은 사고 직후의 자료는 몇 달 후에야 겨우 조금씩 공개하고있다. 게다가 자료들의 수정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등, 국민들의 신뢰를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행위를 일삼아 왔다. 심지어, 작년 12월 초에 도쿄 전력 내부의 사고조사위원회가 정리한 중간보고서에서는 "현행 법과 정부의 규제에 근거하여 안전대책을 충실히 강구해 왔지만, 예상 밖의 거대한 쓰나미로 원전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적혀있다. 당사자의 가해책임 및 반성의 자세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며, 모든 원인을 정부와 자연재해의 탓으로만 돌리는 후안무치한 내용이었다.

2. 원전의 구조와 쓰나미

원전은 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연료의 열로 만들어진 증기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발전한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와는 달리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고 보일러보다 훨씬 두꺼운 강철판의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의 제어불능에서 오는 사고에 대비하여 격납용기 및 각종 안전장치를 구비하여야 하므로, 같은 출력의 발전소라도 건설비는 원전이 화력발전소의 10배 가까이 든다. 그리고 사고 피해의 범위가 인근 지역에 한정되는 화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전 사고는 전 지구 범위의 방사능 오염을 초래한다.

원전이 우라늄의 핵분열로 생긴 열을 이용하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구조인 이상, 냉각재인 물의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원자로를 포함한 모든 기계는 작동하면 마찰로 열이 발생하므로 이런 기계들의 냉각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계의 냉각에는 물을 이용하는 수냉식과 공기를 이용하는 공냉식이 이용된다. 국내 원전의 대부분인 가압수형 경수로(PWR)의 시스템은 원자로 내의 냉각재, 즉 물이 약 175기압의 높은 압력 때문에 비등하지 않은 상태의 섭씨 약 325도의 열수(熱水)로, 증기발생기에서 엷고 가는 배관(전열관)을 매개로 하여 다른 계통의 물에 열을 전달한다. 이 2차 계통의 물이 증기로 변하여 터빈을 돌린다.


▲ 가압수형 경수로(PWR)의 구조.

▲비등수형 경수로(BWR)의 구조.


원자로에서 나온 열수는 증기발생기 속에서 약 섭씨 30도 정도로 온도가 낮아져, 원자로의 냉각재로 순환하게 된다. 한편,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한 증기는 복수기에서 초당 70톤의 바닷물로 냉각된 후, 다시 증기발생기로 순환한다. 이처럼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의 냉각재 뿐만아니라, 펌프 및 발전기 등의 열을 제거(냉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원자로 및 발전기 등의 기기도 중요하지만, 냉각용의 바닷물을 취수(取水)하는 펌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냉각재(물)를 순환시키는 장치(펌프)를 움직이는 동력(전원)이 필요하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 사고시 물이 있고, 또 전원이 정상적으로 확보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바닷가의 취수펌프가 이미 쓰나미의 침수로 누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속적인 냉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는 비등수형 경수로(BWR)로, 국내에 없는 원자로형이나 증기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은 국내 원전의 PWR과 거의 같다. 다만, BWR은 원자로내에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가 직접 터빈을 돌리는 형식으로, 국내의 PWR는 원자로가 아니라 증기발생기에서 발생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점에서 약간 다를 뿐이다. 그리고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분열을 정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제어봉이 BWR은 밑에서, PWR는 위에서 삽입하는 점도 다르다. BWR은 원자로 윗부분에는 여러 기기 등이 있어 제어봉을 밑에서 삽입해야 하는데 고장 또는 사고로 낙하하는 경우가 있다. 단 원자로의 윗부분에는 증기로 차 있기 때문에 중성자의 감속작용이 떨어져 핵분열이 억제되므로(보이드 효과), 제어봉의 삽입 방향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 도쿄전력 참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원 상실과 냉각 불능으로 원자로 속의 핵연료가 녹고, 핵연료의 질리코이 합금의 피복관 금속과 증기의 산화작용으로 수소가 대량발생하여 폭발에 이르렀던 것이다. 예상 밖(?)의 거대 쓰나미로 인해, 1)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펌프 2)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나, 위의 그림 같이 5.7m 높이의 방조제를 넘는 13.1m의 쓰나미가, 취수 펌프(해면 4m)를 넘어 해면 10m 위의 원전부지까지 덮쳤다. 결국, 터빈 건물 지하의 발전기 및 배전판 등이 침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수성이 철저한 원자로 건물의 경우, 지진 피해로 지하수의 침입은 계속되고 있으나, 쓰나미에 의한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 원전 부지의 침수 지역(푸른 부분) ⓒ도쿄전력


원전의 기기는 중요도에 따라 A, B, C 의 3가지의 구분이 있는데, 원자로와 비상노심냉각장치(ECCS)는 A급으로 원자로 건물 속에 두고 있다. 원자로 건물은 방수성에 강하며 내진성도 높다. 한편, B급인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방수성이 약한 건물인 터빈건물의 지하에 놓여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바닷물의 취수와 배수 그리고 항만건설 등을 고려하여, 당초 해면 30m 높이의 지면을 깎아 10m높이의 위치에 원전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비상용 디젤발전기와 배전판을 방수성이 약한 터빈건물의 지하에 두고 있다. C급의 연료탱크는 바닷가에 배치되어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쓰나미로 연료탱크가 실려 나가는 피해도 일어났다.

이러한 원전의 건물 배치방식은, 미국의 사정만을 고려한 GE(BWR의 개발)사의 방식이다. 도쿄 전력이 초기에 원전을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미국 원전의 대부분은,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또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또 지하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두는 것도, 미국은 허리케인 또는 거대 돌풍(Tornade)를 피하기 위한 대책이었는데, 일본처럼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부적합한 배치 방식이다. 다만, 일본에는 지진이 많아, 무거운 발전기의 중심을 낮추기 위해 지하에 두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참고로, 후쿠시마원전의 건물 지하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들은 바닷물로 냉각하는 수냉식이나, 공냉식의 발전기는 크기가 수냉식의 6~7배이므로 터빈 건물 밖에 두고 있다.


3. 전원 및 냉각기능의 상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전 6기는, 비상시의 전원확보를 위해 1) 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2) 전원차(電源車, 직류) 3)배터리(용량 8시간, 직류) 4) 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의 지진 발생으로 원전 지역에 '진도 6강'의 지진이 닥쳐, 즉각 자동적으로 제어봉이 삽입되어 핵분열은 정지되었다. 일본의 원전은 진도 4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제어봉이 삽입되는데, 참고로 진도의 구분은 일본 8단계, 국내 12단계로 같은 숫치의 진도라도 진동의 정도는 다르다. 지진 직후, 당시 후쿠시마원전의 작업원의 증언에 따르면,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의 격렬한 진동이었다고 한다.

우라늄 연료가 핵분열하면, 높은 열과 함께 세슘(Cs), 스트론튬(Sr) 등의 100여가지의 핵분열 생성물도 발생한다. 따라서, 제어봉의 삽입으로 핵분열이 정지되어도, 정지 전에 이미 형성된 핵분열생성물이 안정된 원소로 되기 위해 스스로 붕괴를 하게 되는데, 이 때 나오는 열을 붕괴열이라 한다. 붕괴열은 핵분열의 정지 직전에 비해 10분 후 약 2%, 1시간 후 1.3%, 1개월후 0.1%, 1년후 0.05%로 점차 낮아진다. 다만, 1개월 후에는 짧은 반감기의 단수명 핵분열생성물은 붕괴되어 거의 없어지지만, Cs137(30년)와 Sr90(약 29년)처럼 붕괴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Pu239(약 24,000년) 같은 장수명의 핵분열생성물의 영향이 남아 있으므로, 붕괴열의 감소는 아주 조금씩으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게 된다. 전기출력 46만kW의 1호기의 경우, 열출력은 전기출력의 3배인 138만kW인데 그중의 0.05%가 현재의 붕괴열이 되는 셈이다. 3월 8일 현재, 도쿄전력은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증대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물만 넣고 있는데, 1호기의 붕괴열은 아직도 시간당 약 6.6톤의 물을 증발시킬 정도다.

제어봉의 삽입으로 핵분열이 멈추면, 자동적으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가동되어 원자로의 냉각을 위한 전원을 공급한다. 따라서, 쓰나미가 오기 전까지는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자동 기동하여 원자로의 냉각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도쿄전력의 설명). 그런데, 지진 발생 49분 후에 밀어 닥친 두번째의 쓰나미가 13.1m에 달하는 예상 밖(?)의 높이로 원전부지가 침수되어, 1)취수펌프의 고장으로 냉각수(바닷물)의 공급이 끊어졌고, 2) 비상용 노심냉각장치(ECCS) 등을 작동시킬 발전기의 전원도 상실하였던 것이다. 한편 외부전원도 이미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사용불능인 상태로, 쓰나미 이후는 이렇다 할 전원 공급장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1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6호기는 간신히 전원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원전 1~4호기의 전원은 배터리만 남게 되었지만, 배터리는 냉각재을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배관의 밸브의 개폐(開閉) 와 중앙제어실의 조명 및 관력기기의 표시등(燈)에 사용되는 전원으로 약 8시간 작동한다. 따라서, 뒤에서 설명하는 비상용냉각계통을 이용하더라도, 배터리가 소모되면 1~4호기는 원자로의 냉각에 필요한 최저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져 핵연료는 용융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인근의 비상용 전원차를 끌어 모았지만, 헬리콥터 운반은 중량 초과로 불가능했고 또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과 피난 차량 등으로 도로가 혼잡하여 11일 밤 늦게서야 후쿠시마원전에 도착하였다. 최종적으로는 69대의 전원차가 모였지만, 전원접속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시켜 보았지만, 결국은 터빈지하의 전원판이 침수로 누전되어 전원차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전원판까지에는 준비된 전선의 길이가 모자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원자로의 냉각을 위한 주요 전원을 상실한 한 상태에서, 1호기는 비상용복수기(復水器, IC), 2~3호기는 고압주수계(注水系,HPCI)가 작동하여 일시적으로는 냉각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도쿄전력).

비상용복수기는 BWR의 Mark‐1형의 원자로에만 있는 긴급시의 냉각장치로, 사고 원전 중에서는 1호기에만 설치되어 있다. 비상용 복수기는1호기에 2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격납용기속에 있는 약 100톤의 물을 담은 장치로 원자로의 6~8m위에 있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가 비상용 복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물로 응축되어, 다시 원자로로 돌아 가 냉각하는 구조이다. 단, 배관의 개폐를 유지하는 배터리(8시간)와 복수기속의 물이 증발하여 고갈하면, 비상용 복수기도 사용불능이 된다. (아래 그림의 왼쪽위)한편, 2~3호기는 1호기와 같은 Mark‐1형이지만 비상용 복수기대신에 고압주수계가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후쿠시마원전의 4~5호기도 2~3호기와 같은Mark‐1형이다. 6호기는Mark‐2형으로 압력제어풀이 있으나, 종(鐘)모양의 원자로의 밑부분에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끔 소개되고 있는 사고원자로의 모형도, 도넛츠형의 압력제어풀이 없는 모형도는 사고가 나지 않은 6호기의 것이다. 고압주수계는 국내의 PWR에 있는 자연순환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원자로내의 남아 있는 증기로 작동하는 펌프가, 복수(復數)저장탱크속 또는 압력제어풀의 물을 원자로의 냉각용으로 공급한다. (아래그림의 왼쪽밑). 말할 것도 없이, 고압주수계의 가동시간도 배터리(8시간)의 용량에 제한된다.


▲ 후쿠시마 원전의 구조 (1~5호기)


여하튼 비상시에도 8시간내에 냉각에 필요한 전원을 복구할 수 있다는, 전력회사를 포함하는 원자력추진파의 예상과는 달리,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최소 9일이나 걸렸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설치한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따르면(작년 12월말), 1호기의 비상용 복수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내부 전원을 상실하면 배관의 밸브가 자동적으로 잠기는 구조로, 도쿄전력은 오랫동안 구조의 문제점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2,3호기의 고압주수계도 작업원이 지휘계통을 밟지 않은 채, 개인의 판단만으로만 배터리의 용량을 고려하여, 다른 냉각장치로의 전환을 위해 고압주수계를 정지시켰다. 정지이후는 재가동이 불가능해 져, 결국 예상보다 빨리 냉각시간이 단축된 만큼, 핵연료의 용융도 빨리 진행되었던 것이다. 4호기의 경우, 정기점검 중으로 원자로 속에는 핵연료가 없었지만, 1~3원자로와 1~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가 냉각기능을 완전 상실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수소폭발로 건물지붕이 파괴된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는 소방차의 호스, 콘크리트 주입차,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냉각용의 물을 투입할 수있었지만, 원자로는 지진에 파손되지 않은 배관을 찾아 바닷물까지 붓는 상황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의 간 나오토 수상이 내린 바닷물 주입 중지 명령을 둘러 싸고 여야당이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지만, 바닷물의 주입이 담수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개되곤 하였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처음부터 바닷물의 주입을 고려하고 있었고, 수상의 중지명령이라는 상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바닷물의 주입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1979년에 발생한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이후, 일본의 원전에는 비상냉각장치로서 바닷물을 주입하는 노심해수냉각계를 도입하고 있었으며, 원전의 운전원교육을 위한 책자에도 그같은 내용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4. 사고원인은 인재다

(1) 지진에 의한 배관파손이 먼저 일어났다

원전에는 약 3000km에 달하는 굵고 가는 배관이 있다. 원자로에도 수많은 배관이 붙어 있다. 예를 들면, 아래의 그림에서 하나만 보이는 주(主)증기관도 실제로는 4개나 있다. 배관의 파손은 냉각재의 상실로 노심용융(Melt down)같은 과혹사고(Severe Accident)를 가져 오므로, 비상대책으로서 ECCS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에서는 모든 전원의 상실로 ECCS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전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ECCS를 비롯한 주요 배관이 파손되었다면, 냉각재의 상실로 노심용용 나아가 수소폭발까지 이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배관파손의 리스크는 사고 원전 뿐만아니라 국내 원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전의 구조적인 약점이다. 특히, 원자로에 붙여 있는 대형배관들은 물이 들어 있는 상태이므로, 지진의 진동 특히 긴 시간(분단위)의 진동에는 약하여 끊어지기 쉽다.


▲ 1호기의 구조 ⓒ<科学> Vol81. No.9, 2011년 9월



후쿠시마원전 격납용기의 설계에 관계했던 타나까・미쓰히코(田中三彦)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원전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상실이 발생하였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지진에 의한 큰 파손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쓰나미론을 주장한 데 대한 강력한 반박인 셈이다. 왜냐하면, 만약 지진의 진동에 의한 배관 파손으로 확인된다면, 일본의 노후 원전을 비롯한 모든 원전의 재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진다발국인 일본에서는 원전을 가동해서는 안되는, 또는 내진설계의 강화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게 되어 원전의 경제성이 더욱 떨어지고, 결국은 원전의 건설이 곤란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나까 씨는 사고 직후, 원자로의 밑부분에 붙여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배관이 파손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출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배관이나,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그저 원자로에 붙어 있는 형태로 특히 지진의 진동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일본 국내에서 파손된 적이 있다. 타나까씨는 원자로 내의 수위가 급속히 낮아진 이유를, 쓰나미가 오기 전 이미 재순환배관이 파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도쿄전력은 수위 저하를 지진의 진동으로 인한 측정기의 파손 또는 고장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또, 타나까씨는 격납용기의 압력이 급상승한 이유도, 배관의 파손으로 증기가 대량유출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서, 도쿄전력은 아직도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참로고, 최근 일본정부의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도 쓰나미가 오기 전에 배관이 파손되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최근 타나까씨도 재순환배관의 파손이라고는 굳이 특정하지 않고, 원자로에 있는 불특정의 배관이 파손되고, 그 파손부위가 점차 확대되어 냉각재의 대량유출에 이르렀다고 약간 수정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호기의 압력제어풀 부분이 파괴된 이유에 대해, Mark‐1형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들고 있다. 어떤 이유(?)로, 원자로 내의 온도상승으로 증기발생이 증가하여 압력이 올라가면, 증기가 자동적으로 압력제어풀로 배출된다. 즉, 증기가 주(主)증기배출 안전밸브를 통해 격납용기의 밑부분에 연결되어 있느 8개의 벤트(Vent)관을 통해, 물 1750톤의 압력제어풀로 들어가 응축되어 원자로의 압력이 저하되게 되는 구조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2호기에서는 아무런 폭발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원전의 폭발영향으로 2호기의 원전건물의 외벽이 부서져 그 구멍으로 수소가 새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타나까씨는 압력제어풀 부분의 폭발이 있었다고 반론한다. 그 이유로서, 원자로내에 나오는 증기가 초속 약 1000m의 속도로 압력제어풀의 물속으로 급히 들어오면서, 물이 치솟거나 흔들려 압력제어풀의 벽을 파손시켰을 가능성을 들고 있다. 또, 원자로에 붙어 있는 배관의 파손으로 배출된 대량의 증기도 압력제어풀로 들어 가므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자로내에서 발생한 수소가 주증기배출 안전밸브를 통해 압력제어풀로 들어가, 이 주변에서 폭발을 일으 킬 수도 있다고 한다. 여하튼, 압력제어풀의 체적이 적은 탓으로 물의 진동으로 벽이 파손될 수 있다는 약점은, BWR의 설계회사인 GE의 기술자가 미국의 원자력규제기관(NRC)에 고발한 사건도 있는 만큼, BWR의 구조적인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도쿄전력과 상반되는 타나까씨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증명이 매우 곤란하다. 왜냐하면, 정보를 도쿄전력이 독점하여 자신들에 불편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장검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능이 높은 원자로 및 격납용기이므로 오랜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수십년후에 현장 검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수소폭발로 인한 영향으로 배관이 파손되었다고 적당히 감출 수도 있다. 오는 6월중에 일본 국회가 설치한 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보고가 나올 에정인데, 타나까씨도 조사위원인 만큼,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참고로, 조사위원회는 정부, 국회, 민간이 각각 설치하고 있으나, 국회의 조사위원회만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자료제출 요구 및 증인심문을 할 수 있다.

(2) 높은 쓰나미는 이미 예상됐었다

도쿄전력은 사고원인에 대해, 예상(5.7m)보다 넘은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결과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즉 '인재'였다는 얘기다. 다만 도쿄전력이 예측 결과를 무시한 고의(故意)뿐만 아니라, 일본정부, 특히 실질적인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해당)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만 또는 과실도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지진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06년에 강화된 내진지침을 도입하였으나 원전 사고 당시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은 설비 강화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은 상태로 가동하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건설 당시 3.1m로 예상하였던 쓰나미의 높이를, 예측기술의 진보에 따라 2002년에 현행의 5.7m로 상향조정하였다. 일본정부의 안전규제기관은 더 높은 안전대책시설의 도입에 대해서는 전력회사의 자주적인 판단에 맡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주적인 안전대책의 실시는, 전력회사에게는 비용의 증대를 가져오고, 지역주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처럼 비추어지는 것으로 우려해, 가능한 한 추가적인 강화책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가 움직인다. 이것은, 전력회사가 자주적으로 원전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행위를 최대한 억제하는 점과 동일한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전력회사가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도입할 경우, 미리 다른 전력회사들의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작년 8월, 도쿄전력이 이미 2008년에 예상높이 5.7m를 훨씬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과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쿄전력은 2008년 6월 무렵, 1896년에 발생한 산리꾸(三陸)지진과 같은 M8.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하였다. 산리꾸지진의 진원지는 작년의 동일본대지진의 진원지와도 가까운 곳인데, 평가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최대15.7m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2008년 12월, 진원지가 비슷한 869년의 죠깐(貞觀)지진의 M8.4규모를 모델로 하는 계산에서도, 최대 9.2m의 쓰나미가 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도쿄전력은 계산결과를 일본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였지만, 낮은 수치의 평가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불과 4일전인 2011년 3월7일에 보고했다. 불편한 입장의 높은 수치는 한참 뒤에야 보고한 셈인데. 이러한 보고 방식은 지금도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시, 계산결과는 도쿄전력의 원자력부문의 최고책임자인 부사장과 원자력설비 관리부장에게도 보고되었지만, 비현실적인 가정에 의한 계산의 결과로 취급되어 무시되고 말았다. 그러나, 수백억엔의 추가비용과 4여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약, 2008년의 계산결과를 존중하여 즉시 추가적인 대책을 실시되었다면, 원전사고의 피 해확대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결과의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일본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가 작년 12월 말에 발표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15.7m의 계산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중앙방재회의 및 토목학회는 발생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대책을 세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2008년 당시의 원자력설비 관리부장은, 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발생때 소장직에 있다가 질병으로 도중 교체된 요시다(吉田)씨였다.

한편 도쿄전력은 2006년에도 노심용융(Melt down)같은 과혹사고를 일으킬 10m 높이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올 확률을 50년동안 1%로 계산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기본안전규칙으로 요구한 과혹사고의 발생확률인 10만년분의 1회 즉 0.001%보다도 훨씬 높은 숫치였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 확률 계산 결과를 2006년 7월에 미국에서 열린 원자력국제학회에서 발표까지 하였다. 일본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2006년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분과(分科)위원회에서 10만년의 1회의 엄격한 수치를 도입하고자 하였으나, 전력회사소속의 위원이 반대하여 1만년의 1회로 결정된 경위가 소개되어 있다. 즉, 경제성을 우선한 원자력마피아의 총체적인 담합이 가져 온 원전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최근의 사고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2호기에서는 폭발이 없었고, 비슷한 시간에 폭발한 4호기의 폭음을 착각한 것이다. 2)4호기의 폭발은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배기통을 함께 사용하는 3호기의 벤트(Vent)로 3호기의 수소가 4호기로 역류하여 일어난 폭발이다. 3)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 물이 있는 이유는, 원자로의 내부수리를 위해 노심의 기기를 끄집어내, 아래 그림의 왼쪽에 있는 물로 채운 저장수조에 넣어 두는데, 그 과정에서 원자로위에도 칸막이로 된 부분에 물을 채워둔다. 그런데, 칸막이가 우연히(아마도 폭발영향?) 뒤틀려, 칸막이 사이의 물이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속으로 들어 온 덕분이라는 것이다.





* 후쿠시마 1주년 탈핵강연회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3월 20일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의 마지막 강연회는 중구 장충동 프레시안 강의실(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열립니다.



* 이날 강연회에 참석하시는 분께는 이전 두 강의(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내용 요약과 장정욱 교수의 발제문이 수록된 자료집을 드립니다.

☞강연 안내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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