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난무하는 여론조작
원전 입지에 불가결한 제도의 하나로서, 입지지역 주민의 의향을 묻는 주민공청회의 개최를 들 수 있다. 주민공청회는 원자력사업자와 원자력안전위원회 주최로 총 2차례 실시된다. 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은 혼합산화물(MOX) 핵연료를 일반 원전에서 태우는 발전방식, 즉 플루서멀(Plu-thermal)계획같은 개별적인 사항에도 공청회 또는 심포지엄 등이 개최된다. 입지 지자체의 수장(首長)이 공청회 등에서 나온 주민의견을 바탕으로 원전의 입지 및 재가동을 판단(동의)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일본의 원전입지지자체의 수장(지사 및 시군읍의 수장)은, 원자력 추진 특히 원전입지・재가동・새로운 발전방식 등의 허가에 관한 법적 권한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입지지자체와 원자력회사 간에 체결하는 원자력안전협정에 따라, 개별사항에 대한 동의(同意) 부여를 통해 원자력정책의 추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원전사고 직후, 일본 원자력규제의 핵심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비상전원(電源)의 확보를 위해 발전차 및 이동식 발전기의 긴급확보를 촉구하는 긴급안전대책을 각 전력회사에 지시하였다. 사고발생 당시에도, 13개월의 영업운전 후에 있는 의무적인 정기검사를 마친 후, 본격적인 영업원전에 대비한 조정(調整)운전을 하고 있던 원전 및 고장으로 가동정지 상태의 원전도 있었다. 조정운전기간은 보통 1개월 정도이나, 전력회사들은 영업운전 즉 재가동에 대한 입지지자체의 동의를 선뜻 받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또,작년 5월초에는 칸 나오또 수상(당시)의 요청을 받아 들여, 쥬부(中部)전력이 하마오까원전(4기)를 가동중지하였다. 이 무렵부터, 전력회사와 경제계를 중심으로 영업발전 준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을 서두르지 않으면, 여름의 전력부족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입지지자체들도 원전의 재가동 지연으로 인한 지역경제 및 지방재정의 손실이 우려되었지만, 수장들은 원전사고이후 원전의 재가동에 최초로 동의하는 것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동의결정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전국의 어느 지자체가 재가동의 동의를 하면, 다른 입지 지자체들의 동의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원자력관할 부처인 경제산업성이 지자체의 공략을 시도하였다. 경제산업성은 6월 26일, 큐슈전력의 겐카이(玄海)원전이 있는 사가(佐賀)현 주민을 대상으로, 고장으로 운전중지 중이었던 겐카이원전 2,3호기의 재가동에 관한 설명회를 유선TV방송으로 실시하였다. 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의 의견도 사전에 모집하였는데, 총 473건중에서 재가동 찬성이 225건에 달했다. 이런 찬성 다수의 결과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가현 지사가, 7월2일에는 겐카이군(町)의 군수도 주변의 지자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겐카이원전의 재가동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방송 전날, 큐슈전력이 자사 및 관련회사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설명회에 재가동의 찬성의견을 보내도록 요청했다는 내부고발이 있었다.
방송후, 큐슈전력은 고발내용을 사실무근이라고 발표 하였으나, 7월 6일의 국회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자, 발표를 번복하여 고발내용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큐슈전력이 외부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찬성메일을 보내도록 관련회사들에 요청한 계기가, 사가현 지사의 발언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명회 4일 전에, 지사가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지사공관에서 큐슈전력 간부들과 만나, 이들에게 의견제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도록 촉구했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사건이 보도된 후에도, 4일전의 밀회(密會)사실을 부인하고 있었는데, 이후 조사위원회가 지사의 발언을 기록한 큐슈전력간부의 메모들을 발견했고, 7월 8일에 열린 사가현 주최의 설명회에도 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7월 6일, 겐카이군의 군수는 재가동에 대한 동의를 다시 취소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참고로, 군수의 동생은 겐카이죠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큐슈전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공사를 수주하고 있으며, 군수도 이 회사의 주주이다. 그리고, 지사는 중앙부처의 관료 출신으로, 큐슈전력으로부터 파티권의 구입(일종의 정치헌금) 및 전력회사 간부로부터도 개인헌금 등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설치된 정부 조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각 전력회사가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원전입지 지자체에서 열린 공청회 및 설명회 등에서 원자력추진에 대한 찬성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도록 전력회사에 요청한 것은, 다름 아닌 원자력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보안원 및 입지 현의 간부들이었다.
예를 들면, 2006년 9월 에희메(愛媛)현 이카따(伊方)죠에서 열린 플루서멀계획의 도입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발언한 15명 중 10명이 전력회사의 지지 요청을 받은 사람이었고, 참가자 587명 중에 전력회사 및 그 관련회사 직원이 과반수를 차지하였다고 추측하고 있다. 지지요청의 배후에는 자원에너지청의 간부가 있었다 이런 심포지엄의 결과를 판단기준으로 존중한다 하여, 에희메현의 지사(당시)는 4개월후에 일본에서 2번째로 플루서멀계획에 대한 동의를 발표하였다.
참고로, 첫번째로 동의한 지역은 겐카이죠가 있는 사가현이다. 1970년대부터 원전입지를 둘러 싼 공청회에서 찬성파가 동원되었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었지만, 사가현 지사의 개입문제로 의혹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게 되었다.
▲ 지난 5월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방문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단이 원자로 3호기를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2. 스트레스・테스트의 실시와 원전 54기의 정지?
작년 7월 6일 칸 나오또 수상은, 원전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 모든 원전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Stress Test)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한 원전추진파들의 암약으로 재가동에 동의하려는 자치체들도 있었기 때문에, 경제산업성 및 전력회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전력회사에게는 재가동의 연기로 대체전원인 화력발전소의 연료비 증가, 원전 가동 중지에 따른 수입 감소(원전 1기당 하루에 약 1억엔) 등의 손실이 늘어 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테스트란, 내성(耐性)시험, 안전성시험, 부하(負荷)시험 등으로 일컬어진다. 즉, 원전이 지진, 쓰나미, 홍수 등과 같은 천연재해, 그리고 테러 및 항공기의 충돌 등의 사고에 직면했을 때, 후쿠시마원전사고처럼 원자로가 녹는 등의 과혹사고(Severe Accident)가 발생할 때까지 원전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안전'여유도'검사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작년 6월에 EU위원회는 가맹국 중에서 원전을 보유한 14개국의 원전143기를 대상으로, 3단계의 방식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1단계는 원전사업자가 컴퓨터 시믈레이션을 통해 전원 상실 등에 대비한 안전여유도(수치)의 평가결과를 감독기관에 보고한다. 2단계는, 14개국의 감독기관이 각각 평가결과를 검토・확인하여 국가별 조사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3단계에서, EU위원회와 EU가맹 27개국의 감독기관으로 구성되는 전문가팀이 평가결과 및 현지조사를 통해 상호확인(Peer Review)을 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최악의 평가결과가 나온 원자로라도, 폐로를 결정하는 권한은 EU위원회가 아니라, 각국 정부에 있다. 143기의 원전이 통과한 1단계를 거쳐, 2012년 1월7일에 나온 2단계의 국가별 조사보고서들도, 원전을 폐지할 정도로 결정적인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는데, 독일과 네덜란드 등의 몇 나라만 부분적인 보강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한정된 시간내에 완전한 안전성 평가는 실시 초기부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모든 원전이 안전성에 여유가 있다는 결과로 되었다. 앞으로 3단계의 상호확인이 남아 있는데, EU의 비가맹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도 실시에 합의하고 있다.
일본정부가 발표한 스트레스・테스트의 실시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것으로, 당시의 수상을 포함한 3부처(경제산업성・환경성・관방)의 장관들이 결정한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조치였다. 일본의 원전은 운전기간 13개월에 1회의 의무적인 정기검사를 거쳐, 다시 13개월의 영업운전을 재개하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그런데, 갑자기 원전의 안전성을 높일 목적으로 스트레스・테스트의 통과가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 새롭게 등장한 셈이다. 당시, 칸 수상의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었는데, 차기의 수상직을 노렸던 경제산업성 장관이 원전의 재가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테스트의 도입은, 권력다툼과 원전에 관한 수상의 개인적인 지론 등이 뒤섞인 판단의 결과로 추측된다.
스트레스・테스트는, 설계상의 예상을 넘는 지진, 쓰나미, 지진・쓰나미의 동시발생, 전(全)전원상실, 원자로의 냉각기능의 상실 등의 5가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전의 설비및 기기가 현재의 안전기준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는지를 컴퓨터로 계산한다.
평가는 2가지로, 1차평가는 정기검사로 정지 중인 원전이, 그리고 2차평가는 모든 원전이 대상이다. 1차평가는 2차평가보다 간소화되어 있는데, 원전의 재가동을 서두르는 경제산업성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즉, 2차평가는 1차평가의 대상을 포함하여 원전전체의 여유도를 조사한다. 2차평가는 어느 정도의 부하가 걸리면, 원자로가 노심용융 등의 과혹사고에 이르는지를, 또 그 대책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는 것으로, 종합적으로 원전의 약점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전력회사가 제출하는 평가보고서는 3단계의 심사를 거치는데, 1단계는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보고서에 대한 서류심사 및 현장조사를 통해 심사보고서를 작성한다. 2단계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심사보고서를 확인하고, 마지막의 3단계는 입지 지자체의 동의를 전제로 수상과 관련장관들이 최종판단 즉 재가동의 허가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스트레스・테스트 시행 발표 전인 6월 중순에,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영향으로 영업운전에 들어가지 못한 채, 100%출력의 조정운전만을 4개월 가까이 하고 있었던 오오이(大飯)1호기와 토마루(泊)3호기의 원전 2기가 있었다. 여름의 전력부족을 염려한 경제산업성은 전력회사에 2기의 원전의 최종검사수료증의 신청을 서두르도록 지시하였다. 그러나, 오오이1호기는 신청을 하기 전에 기계고장으로 정지하여, 지금도 영업운전에 들어 가지 못한 채 스트레스・테스트의 실시를 받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 즉, 당시의 경제산업성은 조정운전 중이었던 원전 2기를 정기검사 중이 아니라, 가동 중인 원전으로 간주하여 스트레스・테스트의 2차평가의 대상에서 제외한 후, 조속한 재가동을 획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홋카이도전력의 토마루(泊) 3호기가 조정운전 약 5개월만인 작년 8월 17일에, 원전사고 이후 영업운전을 재개하는 최초의 원전이 되었다. 이런 연유로, 토마루 3호기는 오는 5월초에 13개월의 운전기간을 마치고 정기검사에 들어 갈 최후의 1기가 된 셈이다. 전기사업법에는 검사수료증이 나오기 까지는 정기검사인 원전이나, 경제산업성은 영업운전으로 간주하여, 스트레스・테스트의 1차평가에서 제외시켰던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토마루 3호기의 영업운전에 동의한 홋카이도지사는 경제산업성의 관료 출신으로, 지사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의 책임자는 홋카이도전력의 회장을 거친 사람이다. 이 단체는 홋카이도 전력의 간부들로부터 2004년부터 6년간 총 296만엔의 개인헌금도 받았다. 또, 2008년 8월에 열렸던 정부추최의 플루서멀계획의 심포지엄을 앞두고, 홋카이도 도청의 간부가 전력회사에 찬성파를 동원하도록 요청한 것도 드러났다.
일본의 스트레스・테스트도 EU방식과 마찬가지로, 전력회사가 실시하는 컴퓨터 시믈레이션을 통해 안전 여유도를 해석한다. 전력회사들은 해석작업 대부분을 원자로 제조회사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일본 서쪽지방 원전(PWR)의 원자로는 모두 미쓰비시중공업이 제조한 것인데, 평가의 시믈레이션작업도 이 회사가 전적으로 수주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보고된 각 원전들의 평가보고서에 있는 내진성의 여유도가 1.8~2.0로 엇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3월초 현재, 1차평가의 1단계를 통과한 원전은 오오이(大飯)원전 3,4호기의 2기만으로, 2단계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안전성의 제고를 위해서는 1차평가뿐만아니라, 2차평가의 실시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파문을 불렸는데, 안전위원회의 심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평가결과가 원전의 재가동의 전제조건인 만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판단에 따라서는, 원전의 재가동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정부가 엄격한 2차평가보고서의 제출시기를 작년말까지로 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제출한 전력회사는 한 군데도 없는 실정이다. 참고로, EU의 평가방식은 일본의 1차평가가 아니라, 2차평가에 해당된다.
또, EU의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안전 여유도를 점검하는 차원인데, 일본의 테스트는 마치 원전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스트레스・테스트의 안전평가의 과학적인 근거는 불확실한 것으로, 과연 몇 배이면 안전하다는 것같은 명백한 기준도 없다. 더구나, 지진, 쓰나미에 대한 대책이 중심으로, 그 밖의 잠재적인 원인들은 무시되고 있다. 작년 6월초에 일본정부가 전력회사에 지시한 과혹사고(Severe Accident)대책의 실시여부를 체크하는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 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여하튼, 현재, 정지 중인 원전52기는 스트레스・테스트를 반드시 거쳐야 하므로, 가동 중인 원전은 도쿄전력의 카시와자끼원전 6호기(3월26일 정지 예정)와 홋카이도전력의 토마루3호기(5월초 정지 예정) 의 2기뿐이다. 일본 정부 특히 경제산업성, 오는 여름의 전력부족을 들먹이면서, 오오이원전의 재가동에 대한 입지 지자체의 동의를 얻고 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입지지자체의 후쿠이(福井)현 지사와 오오이죠 군수는, 재가동에 대한 동의의 전제조건으로서 후쿠시마원전사고의 원인조사를 반영한 새로운 안전기준의 제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5월초에는 일본의 모든 원전이 정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원자력규제청의 신설, 원자로의 수명, 방재구역의 확장
일본정부는 오는 4월에 출범할 원자력규제청의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있으나, 사회보장과 세금개혁을 둘러 싼 여야의 의견대립, 그리고 행정부에서 완전 독립된 제3자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는 반발도 있어, 원자력규제청의 신설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원자력규제청은 환경성의 외청으로서 신설되는데, 현행의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추진기관인 자원에너지청과 함께, 경제산업성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하여, IAEA조차 2007년에 일본의 원자력추진과 규제의 담당기관을 분리하도록 권고하였으나, 지금까지도 같은 부처(경제산업성)에서 두 기관의 인사교류도 이루어지는 등, 규제기관의 중립성 및 투명성에 대한 한계가 원전사고를 계기로 불거졌던 것이다. 현행의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원자력조사안전위원회]로 개편하여, 원자력규제청의 감시, 사고원인과 피해조사, 관련부터에의 권고 등의 권한을 부여한다.
원자력규제청의 신설은, 후쿠시마원전사고로 신뢰를 잃은 규제기관의 재편을 통해,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정치적인 판단의 결과이지만, 벌써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규제청은 5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게 되나, 그 대부분은 원자력안전보안원의 직원들이 평행이동할 것이며, 게다가 일부의 간부 이외는 여전히 경제산업성 및 문부과학성과의 인사교류가 허용될 방침이다. 게다가, 원자력 안전연구분야는 경제산업성 산하의 원자력연구개발기구에 남는다. 획기적인 개혁이라는 슬로건하에 기존의 틀은 유지된 채, 그저 명칭만 바꾼 형식적인 조직개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중요한 정책변화의 하나로서, 원전의 수명을 법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현재는 13개월간 격인 정기검사를 통과하면 원전의 가동을 허가하는 방식이므로, 원전의 수명은 실질적으로 원자력사업자의 경영판단에 달려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원전 내부의 기기를 새로운 것으로 교환하여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셈이지만, 실질적으로 부품교환이 거의 불가능한 원자로 및 외부건물의 상태를 기준으로 원전의 수명을 판단하고 있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원전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다. 미국은 40년을 원칙으로, 20년의 수명 연장을 복수회 허가할 수 있다. 일본의 새로운 제도는 미국제도를 참고로 한 것이나, 수명 40년을 원칙으로 하면서 매우 예외적으로 최장 20년의 연장을 1회만 허용한다. 환경성장관이 원전의 안전성과 사업자의 능력을 감안하여, 수명연장을 허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원자력규제청이 발족한 후에 설정될 예정이다. 또, 노후원전이라도 최신의 안전기준 또는 지견(知見)을 반영하도록 지시하고, 미반영의 원전에는 가동정지를 명령하는 'Back-fit' 제도가 도입된다. 하지만, 제도의 개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원전추진파의 격렬한 반대공작도 있었다. 예를 들면, 원자력안전개혁법안에서, 환경성장관이 일정의 조건을 갖춘 원전의 수명 연장을 '허가할 수 있다'는 문맥을, 일부의 관료들이 '허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무조항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그리고, 획기적인 변화로서는, 원자력방재지침의 개정으로 방재구역(EPZ)의 범위를 확대하는 점이다. 현행의 원자력방재구역은 원전에서 반경 8~10km의 지역인데, 이 범위 안의 지자체는 원자력방재계획의 작성과 함께, 주민의 피난훈련의 실시(년1회), 갑상선암 방지를 위한 요오드제(劑)의 준비 등을 하여야 한다. 8km라는 어중간한 거리가 여태껏 적용되고 있었던 이유는, 시마네(島根)원전이 도청소재지인 마쓰에(松江)시로부터 약 9km 범위내에 있어, 이를 배제하고자 억지로 도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로, 국내의 방재구역도 현행의 일본제도와 같은 거리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은 방재지침의 개정을 통해, 구역범위를 약 3배의 30km로 확대한다. 이 범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긴급방호조치구역(UPZ)의 기준으로서, 이제서야 국제표준에 따라 가게 된 셈이다. 현행의 구역범위는 원전 1기의 사고예상에 근거한 것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안전신화를 전제로 피해예상범위를 왜소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개정 방재지침은 30km구역뿐만아니라, 특정의 사태발생때에 즉시 피난하는 5 km의 예방방지 조치구역(PAZ)도 도입한다. 그리고, 요오드제의 준비를 50km까지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방재구역의 확대에 따라, 54기의 원전이 입지하고 있는 17지역의 지자체와 구역내의 다른 지자체를 포함하여, 그 수가 현재 61개 시군읍에서 약 2배의 135개 시군읍으로, 지역인구도 205만여 명에서 793만여 명으로 약 3배로 불어 난다.
4. 중장기 원자력정책은?
(1)원전 재가동의 조기 실현은
3월 현재, 원전을 보유한 모든 전력회사가 경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코구(四國)전력은 발전비율에서 원자력이 약 40%를 차지하는데, 2012년 2월말에 발표에 따르면 회사설립 약 60년만에 처음 적자를 내었다. 전력회사들의 적자발생은, 원전 가동정지에 따른 화력의 연료비의 증가와 절전(節電)운동에 따른 수요의 저감을 들 수 있다. 앞으로도 스트레스・테스트의 통과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력회사의 연료비의 계속적인 증대는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원전사고 직후에 도쿄전력은 순환정전을 실시하였는데, 실상은 원전정지 때문이 아니라 쓰나미피해를 입은 화력의 복구가 늦었던 것이 큰 이유이다. 이어, 작년 여름의 수요대책으로서, 도쿄전력과 토호꾸(東北)전력의 판매지역에 [전력사용제한령]을 발동되었다. 제1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4년 이래 37년만에 전기사업법 제27조에 의거한 제한령으로, 500kW이상의 대량소비자는 특정기간동안 사용계획에 대해 경제산업장관에 보고의무가 있으며 고의로 위반했을 때는 벌금도 있다. 그러나, 한번도 전력부족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는데, 화력의 복구, 타사의 전력융통(融通), 낮은 기온, 시민의 전기절약 자세 등이 기여하였다고 추측된다.
그런데, 최초부터 도쿄전력이 제시한 최대수요와 공급전력에 대한 전력의 공급부족 당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도쿄전력의 계산방법은, 쓰나미 이후 이미 복구된 화력발전소(약 300만kW)들을 공급전력망에서 제외하였고, 또 화력의 정기검사도 전력수요가 많은 8월로 계산하였다. 이외에도, 공급전력망에서 양수발전소의 제외, 소비자와의 [수급조정계약]에 따른 절약분의 제외, 재생에너지의 공급력의 대폭 축소 등과 같이, 자의(恣意)적인 조건에 근거하여 계산한 결과였던 것이다. 2003년에도 도쿄전력의 원전사고 은폐문제로 원전17기가 모두 가동정지된 적이 있으나, 전력의 공급부족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력수요가 높은 겨울철인 3월 13일 현재까지, 원전비율이 높은 4개 전력회사에서도 예상과는 달리 전력부족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 대량소비자와의 수급조정 계약의 이용과 시민의 전력절약이 주요인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독립전력사업자(PPS) 및 대규모공장의 자가발전의 여유전력도 공급부족의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산업성 및 전력회사는 올 여름에 전력부족이 온다는 식의 위기설을 다시 들먹이고 있다. 원전추진파들은 오오이원전 3, 4호기 또는 이카따원전 3호기(심사중) 의 어느 쪽이든 일단 재가동에 성공하면, 다른 원전들의 재가동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 하지만, 입지지자체가 조기 재가동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여름 전에는 재가동노선의 돌파구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일본 수상은 3월 중에 스트레스・테스트의 3단계에 근거하여 원전가동을 허가할 생각도 비추었지만, 가령 원전이 재가동하여도 올해 중에는 한 자리수에 그칠 공산이 매우 높다.
(2)중장기적인 원자력정책
일본정부는 올 여름 제출을 목표로, 에너지 기본계획 및 원자력 정책대강(大綱)을 작성한다. 2030년까지 14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발전량에 있어서의 원전비율을 2007년도의 26%에서 53%까지 올린다는, 2010년 6월의 에너지기본계획과 달리, 새 계획은 원전의 단계적인 축소방향을 내세울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원자력규제청의 발족 이후, 원전 수명의 예외적인 연장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 국내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 이외에도 수명 43년째의 원전(쓰루가 1호기)을 비롯하여, 올 7월에 원전 1기 그리고 몇년내에 복수의 원전이 40년의 수명을 채우게 된다. 잠정적인 이행기간의 도입이 예상되나, 수명연 장의 조건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의 일시적인 국유화로 발·송전 분리와 같은 전력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수행할 계획이다. 원전추진파들의 저항도 만만치는 않으나, 원전에의 의존도를 감소시킬 것을 주장하는 일부 지자체의 동향을 고려하면, 원전의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면, 도쿄전력 다음으로 원전이 많은 칸사이전력의 필두주주인 오사까(大阪)시는, 4번째의 대주주인 코베(神戶)시, 그리고 쿄또(京都)시 등과 함께, 오는 6월의 주주총회에서 원전의존도의 감소와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제안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 원전을 둘러 싼 주민소송 및 주민투표의 추진 등과 같은 반대운동도 강력히 전개되고 있는 만큼, 종전과 같은 원전의 확대노선으로의 회귀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원자력정책의 변화가 일어날 것같기도 하다. 현재 원자력위원회에서 검토작업 중이나,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및 처분에 대한 정책변화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핵연료주기에 관한 정책은, 사용후 핵연료를 100% 재처리하여 고속증식로(FBR)의 핵연료로서 플루토늄을 증식(增殖)시킨다는 것인데, 직접처분(Once through)과 혼합산화물(MOX)연료를 이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을 실용적인 노선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원자력위원회의 발표는, 연속적인 사고로 가동중지 중인 고속증식로 '몬쥬'의 포기를 넌즈시 언급하는데 지나지 않는 것으로, 결코 새로운 고속증식로의 개발 중지를 검토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고속증식로 몬쥬를 담당하는 원자력연구개발기구의 책임자는 몬쥬의 운전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또, 원전수출에 적극적인 정책을 고려하면, 여러가지의 정책변화들도 원전사고의 후유증이 가라 앉을 때까지의 임시방편으로 보이기도 한다.
* 후쿠시마 1주년 탈핵강연회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3월 20일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의 마지막 강연회는 서울 중구 장충동 프레시안 강의실(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열립니다.
* 이날 강연회에 참석하시는 분께는 이전 두 강의(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내용 요약과 장정욱 교수의 발제문이 수록된 자료집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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