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희태(74) 국회의장과 김효재(60)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국가 권력서열 2위인 현직 국회의장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며, 이로써 박 의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21일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당 의원과 보좌진에게 300만 원을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박희태 의장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46일 만이다.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 기소한 사유에 대해선 "여러 의심가는 정황은 있으나 처벌 수위는 혐의를 고려해 결정한다"며 "박 의장과 김 전 수석이 공직을 사퇴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윗선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 여론 역시 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검찰은 김효재 전 수석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와 사전 구속영장 청구 등 두 가지 방안을 고심했으나 결국 불구속 기소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 씨의 진술을 통해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윗선'으로 지목됐지만, 김 전 수석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함에 따라 불구속 기소로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돈 봉투 살포를 지시한 안병용(54) 새누리당 은평당협위원장이 구속 기소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앞서 검찰은 구의원 5명에게 2000만 원 상당의 돈 봉투를 전달한 혐의로 안 위원장을 구속 기소했지만, 이 사건 가담자로 박 의장을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검찰은 "고 의원에게 전달된 300만 원은 박 의장의 돈으로 확인됐다"면서도 "그러나 2000만 원을 살포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의 조직 및 재정 업무를 담당한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 역시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단순한 '전달자' 역할에 그치는 등 가담 정도가 낮다고 판단한 이봉건(50) 국회의장 정무수석 비서관, 전 비서 고명진 씨 등은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박 의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13일 국회의장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나 이를 처리할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아 현재까지 의장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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