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내정자 역시 이런 비판을 예상한 듯, 청문회 시작 직후 모두발언을 통해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고뇌의 시절을 보냈던 때가 문방위 위원장 시절"이라며 "당시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여야 간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컸고 타협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궁극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해 결국 국회법 절차에 따라 문방위에 상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 고흥길 특임장관 내정자가 1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흥길, 야당 의원들 '사과' 요구에 "미디어법 소신엔 변함없어"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초반부터 고 내정자의 사과를 요구하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재윤 의원은 "고흥길 내정자는 언론악법 날치기의 장본인"이라며 "국회를 '불통 국회'로 만들고 의회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선 사람이 여야간 소통을 담당하는 특임장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특임장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면 청문회에 앞서 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은 미디어법 처리 당시 고 내정자가 미디어법을 "일자리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민생법안"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고 내정자는 "일종의 민생법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하급수적'이란 표현에 대해선 "하나의 수식어로 봐 달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외에도 고 내정자는 "종합편성채널의 시청률이 1%도 되지 않는다"는 김재윤 의원의 비판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앞으로 자리를 잡아가면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날치기 처리'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비판에 대해선 "강행처리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불법이나 탈법은 아니었다"면서 "미디어산업의 선진화,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법안 처리가 필요했다는 소신엔 변함이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무리한 KBS·MBC 사장 선임, YTN 낙하산 사장 임명 등과 관련해선 "이명박 정부가 언론 장악, 방송 장악의 취지에서 무리수를 둬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KBS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사유가 됐던 배임 혐의가 무죄로 판명 났는데, 복직을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정연주 전 사장 입장에선 억울하거나 부당하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대국적인 차원에서, KBS라는 국민의 방송의 권위를 지키고 조직의 정통성, 조직의 법통성을 생각한다면 다시 복직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복직이 무산됐던 사례를 들었다. 해임이 부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끝난 일이니 복직은 어렵다는 논리다.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고흥길 내정자는 2009년 문방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미디어법을 상임위에 기습 상정해 "미디어법 날치기의 주역"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1997년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표 특보로 정치권에 입문한 뒤 16대 총선에서 경기 성남분당갑에 당선돼 내리 3선을 지냈고, '삼성 X파일' 녹취록에선 삼성과 이회창 대표의 정치자금 전달책으로 거론됐다.
"고흥길, 1억 원 세금 탈루 의혹" VS "세무사 계산대로 했다"
고 내정자가 1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의원은 "고 내정자가 자신 소유의 잠실 43평 아파트를 지난 2006년 12월 장남에게 증여하면서 아파트 가격을 시세보다 1~3억 원을 낮춰 신고해 총 4680만 원의 세금을 탈루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 내정자가 해당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시가를 12억 원으로 신고했으나, 국토해양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 사이트에 의하면 비슷한 시기 거래된 비슷한 평수의 해당 아파트 거래 가격은 13억5000만 원에서 15억8000만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이어 아들에게 부채를 부담시켜 증여하는 이른바 '부담부 증여'를 통해 약 5000만 원을 절세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했다. 아파트 신고가액 12억 원 중 5억3000만 원의 채무를 장남에게 부담시켰고, 결과적으로 증여 금액을 낮췄다는 것이다. 고 내정자 본인이 부채를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부담부 증여를 해 편법으로 탈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고 내정자는 "세무사가 정리했는데, 당시 세무사가 계산한대로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특임장관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아파트 시가는 정당하게 책정됐다. 같은 평형 1층 물건이 11억7800만 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고 반박했다. 고 내정자는 '부담부 증여'에 대해서도 고 후보자는 "아들 봉급이 국회의원인 저보다 많다. 충분히 부담할 수 있어서 부담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이날 청문회 도중 논평을 내고 "고흥길 후보자가 있어야 할 곳은 특임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미디어악법 날치기와 종편특혜 청문회 자리여야 한다"며 "통합진보당은 고흥길 내정자에게 미디어악법을 통과시켜 언론공공성을 훼손한 데 대한 사과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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