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족수 부족으로 제52차 대의원대회가 유회(流會, 회의가 성립되지 않음)되자 한 말이다. 31일 서울 양천구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사실상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진보정당과 노동권이 관심을 가졌던 정치방침은 정족수 미달로 아예 논의조차 못했다. 510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대의원대회는 저녁 9시께 재적인원이 383명으로 확인돼 유회됐다. 의사정족수는 416명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4. 11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진보신당, 사회당 등을 지지하는 선거방침 안건을 의결안건으로 상정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역구 후보 투표는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후보단일화 과정과 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된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고 △정당명부 비례대표 투표는 전국 정당 지지율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여부를 두고 상층 간부들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정치방침 없이 총선까지만 선거방침을 결정한다는 절충안을 내세웠다. 통합진보당만이 아닌 진보신당과 사회당도 배타적 지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런 의결내용은 논의도 하지 못했다.
▲ 52차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 ⓒ노동과세계(이명익) |
"선거방침, 중집에서 결정하겠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의원대회가 유회된 후 "앞으로 선거방침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선거는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간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절충안을 만들었지만 이젠 규약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모든 것을 합의로 결정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앞으로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4월 총선에서 어느 당을 지지할지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 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선거방침을 결정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이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지지율도 지지율이지만 선거자금 지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돈이 궁한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매우 절실한 부분이다.
현재 논란이 되는 건, 기존에 배타적 지지를 하던 민주노동당이 국민참여당 등과 합당하며 발생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민주노동당에게 적용되던 배타적지지 방침이 통합진보당에게 향해야 한다는 쪽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친 노무현 정권 때 핵심인물로 활동한 유시민 씨가 대표로 있는 국민참여당과 함께하는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이 아니기에 배타적 지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번 정족수 미달 사태도 이런 내부 진통의 결과물로 분석된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세 당을 모두 지지한다는 방침을 내세웠으나 선거 방침 안으로 발표된 것 중 '정당명부 비례대표 집중투표'안의 경우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안대로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 집중투표가 진행될 경우,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대한 민주노총의 일방적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반대한 일부 정파가 대의원대회를 '보이콧'했기에 유회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래저래 고민많은 민주노총
이번 대의원대회에서는 국가로부터 재정을 지원받는 안건도 유회됐다. 또한, 최저임금 수급노동자 등과 정규직 노동자간 임금 격차를 감안해 실시하기로 한 의무금 차등 납부제 역시 차기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그나마 논의가 된 것은 민주노총 총파업이었다. 민주노총은 8월 말께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훈 위원장은 "그 규모와 파괴력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위한 투쟁을 반드시 성사시키자"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정하려 했던 선거방침 조차도 정족수 부족으로 유회되는 상황에서 총파업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민주노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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