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자정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정작 고소득층에게서도 외면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고소득자의 절반 이상이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꼽은 것.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인재영입위원회가 마련한 '인재영입의 기준과 절차' 워크숍에서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싫어하는 정당' 묻는 여론조사, 한나라당 압도적 1위
지난 3일 리얼미터가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싫어하는 정당'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을 꼽은 응답자는 41.5%로 민주통합당(23.7%)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세대별로 따져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20대의 10명 중 6명 꼴인 63%가 한나라당을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았고, 30대의 47.1%, 40대의 39.9%가 역시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40대는 여론조사 상 가장 주요한 참고 지표이고, 1년 전만에도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었는데 1년 만에 크게 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40대의 45.8%가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유로 '부자만을 위한 정당'이라고 답했다. 이는 30대(35.1%)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이밖에도 응답자들은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유로 △친이·친박간의 다툼 △야당과의 다툼 △늙고 무기력한 노인정당 이미지 △수구적 이념 등을 꼽았는데, 압도적인 이유는 역시 '부자만을 위한 정당'(39.1%)이었다.
그러나 정작 부자들도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고소득자라고 답한 응답자 중 50.4%가 한나라당을 가장 싫어하는 정당으로 꼽았다. 이는 중산층이나 저소득층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이택수 대표는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나경원 후보의 '1억 원 피부과' 논란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만큼 부자정당 이미지가 고착돼 있고, 한나라당 자체에 판검사나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 출신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외부 전문가들, 한나라당에 쓴소리…"아직도 국민 卒로 보나"
▲ 4일 한나라당 비대위 산하 인재영입 분과위원회가 주최한 '인재영입의 기준과 절차' 워크숍에선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과 관련한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뉴시스 |
이밖에도 이날 워크숍에선 한나라당의 '인적 쇄신'을 둘러싼 외부 전문가들의 쓴 소리가 이어졌다.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인적 쇄신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관련 "이번에 친이계가 '가만 있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국민을 '졸(卒)'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이) 무섭지 않으니까 아직도 자리 때문에 다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택수 대표 역시 "물갈이는 자연스럽게 국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지금의 방식을 보면 '포지티브'가 아니라 오히려 '네거티브'한 방식"이라며 "쇄신이 아니라 분열로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신유형 한양대 교수는 "한나라당은 국민이 원하는 인재가 아니라 당이 원하는 인재를 공천하는 것 같다"며 "이것이 당이 실패하는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생방송보단 '편집 가능한' 녹화방송만 나가는 이미지"
당 비대위는 최근 '눈높이위원회'까지 만들며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수직적인 소통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택수 대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트위터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만, 자신의 멘션을 RT(리트윗)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남의 글을 RT하진 않는다"라며 "SNS는 동등해야 하는데, SNS를 대하는 태도가 여전히 수직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근 조사를 해보니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듣어본 사람이 1000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은 <나꼼수>를 듣는다"며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 중 <나꼼수>를 끝까지 듣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예전 홍준표 전 대표가 출연했지만, 더 많은 의원들이 <나꼼수>를 배격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출연해 해명할 것은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교양프로에 출연하긴 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녹화방송엔 나가도 생방송엔 나가지 않는 이미지"라며 "그런 경직된 모습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역시 패널로 참가한 박영숙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일방적인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 아닌 '스토리빌딩(story building)'이 있어야 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승리했던 것은 국민들이 더 이상 네거티브나 일방적 스토리텔링에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는 조동성 인재영입 분과위원장 외에도 최종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이보인 기업재단 대리, 신영숙 행정안전부 인사실 과장 등이 패널 및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러나 당 비대위 산하 분과위원회가 주최한 워크숍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황영철 대변인 외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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