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감면·비과세 제도를 축소하거나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요구해온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부자 증세'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되자, 이번엔 고소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카드를 내놓은 것.
개정안은 연간 총급여액이 3억 원을 초과할 경우, 근로소득공제액의 한도를 1710만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규정은 총급여액이 4500만 원을 초과하는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공제액은 한도없이 1275만 원과 4500만 원 초과 소득액의 5%를 합산해 결정된다.
개정안엔 종합소득금액이 3억 원을 초과하면 특별공제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지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균형에 따른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경제의 지속 발전과 사회적 안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복지수요 증가로 재정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복지재정 확대 및 재정건전성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결국 증세가 필요하며 이는 고액 소득자부터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부유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과 동시에 소득 재분배 효과를 거두는 세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반대로 물 건너간 '부자증세' 논의, 다시 불 붙나
이 같은 개정안은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주장해온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부자 증세'가 당내 최대 주주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 가자 나온 후속 카드로 풀이된다.
쇄신파의 좌장 격인 정두언 의원과 김성식 의원(현재 무소속)이 지난달 내놓은 부자 증세안은 홍준표 당시 대표와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까지 찬성 의견을 밝히며 힘을 받는 듯 했지만,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반대로 인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당시 두 의원은 소득세 기존 8800만 원 구간 외에 1억5000만 원 또는 2억 원에 최고구간을 신설해 35%의 근로소득세율을 38~40%로 올리는 내용의 이른바 '부자 증세'안을 내놓았지만, 박 비대위원장이 친박계 의원들을 통해 반대의 뜻을 전했다.
이에 정두언 의원은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소위 부자증세와 관련 고소득층에 대해 각종 소득 및 세액공제를 줄여 증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부자증세는 문제가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하며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쇄신파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종합적 세제 검토 이후 판단해야 한다"며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로소득을 겨냥한 증세가 아닌,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고려해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 역시 "불로소득에 중과세하자는 소리는 안 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에게 중과세 하자는 것이 공정하느냐"며 이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이날 정 의원의 개정안 발의로, 주춤했던 '부자증세' 논의도 당내에서 다시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개정안엔 정 의원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 9명과 민주통합당 김성곤, 무소속 정태근 의원 등이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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