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확정 발표한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두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향후 5년 간의 원자력 정책을 총괄하는 종합계획은 '원자력 확대' 기조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 계획에서 "세계 일류의 원자력 모범국가 실현"을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기술 혁신을 통해 원자력을 IT, 조선을 이을 대표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서 국제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등의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는 원자력 관련 기술 개발에 2조 8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며 구체적으로는 △2016년까지 6기 원전 준공, 신규 원전 부지 확보 △한국형 원전 수출 및 폐로 시장 진출 △수출형 신형 연구로 개발 등의 정책을 밝혔다.
또 물이 새는 등 안전성이 의심되고 있는 경주 방폐장 공사를 2012년 12월 안에 완료하겠다는 계획과 안전성과 경제성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소듐냉각고속로-파이로 공정' 기술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핀 하나만 빠져도 원전보다 무서운 핵사고 나는데…")
"원자력 시장 줄어드는데 '수출산업' 한다고?"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정부가 '원자력 확대' 정책을 고수하는데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22일 성명서를 내 "'핵발전을 확대하고 세계 3대 원전 수출국이 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원전은 차원이 다른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정부가 가진 안전성에 관한 과신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독일의 탈핵정책은 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인류가 필요로 하는 삶의 양식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이미 16개국이 탈원전의 길에 서 있고 핵무기와 관련된 나라만이 핵발전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세계적으로 원자력 시장은 축소 폐쇄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정도의 위험을 존치시키려면 적어도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원자로 수출은 본질적으로 전투 파병보다 훨씬 반인륜적인 행태"라고 보탰다.
이들은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정권이 독단적 판단으로 '원전 기술 수출' 등의 망발로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원자력진흥계획을 철회하고 핵발전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낸 성명서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발표되는 대부분의 에너지관련 보고서에서는 원자력의 발전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정부의 야심찬 원자력발전 수출 계획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들은 정부가 '신규 원전 부자 2~3개소 추가 확보' 추진을 밝힌 것을 두고도 "이미 원자력 의존도가 높고 방사능 사고의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가격경쟁력마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사양산업인 원자력을 늘리는 것은 영구적으로 원자력사회를 고착화시키는 절망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원자력확대 정책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가계획으로 수립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원자력계와 관료들이 밀실에서 작성한 4차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당장 폐기하고 관련 예산도 모두 삭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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