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에너지 교수 모임에는 물리학, 환경공학, 의학, 사회학 등 각 분야의 교수들이 두루 참여해 90여 명이 모였다. 앞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운하반대교수모임'과 상당수 인원이 겹친다. 그러나 원자력 정책의 주류를 이루는 원자력공학과나 원자핵공학과의 교수 중에서는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의 '미친 짓'을 제어하고 근원적인 변화 일으켜야"
교수모임 고문을 맡은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은 "정부의 '미친 짓'을 오랜 시간 동안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 소위 전문가, 과학자, 연구자들"이라며 "실은 대부분이 어용교수다. 이들은 '나는 과학을 말할 뿐 정치는 모른다'라고 하지만 실은 가장 정치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은 단순히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는 모임에 그쳐서는 안된다"면서 "전력소비 중독에 걸려 있는 이 시스템은 에너지 정책 하나 바꾼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치 전반에 근원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핵물리학을 가르쳐왔는데 올해 후쿠시마 사고를 접하고 나서 지금까지와는 생각을 달리해서 강의를 하게 됐다"며 "그전까지는 '위험하고 문제가 있지만 달리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후쿠시마 사고를 보고 '이건 정말 아니구나' 싶었고 독일 등에서 '탈핵'을 선언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은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핵 에너지에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그간 사회 정책이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데 과학과 기술은 부차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핵 에너지 문제는 인류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인만큼 이런 모임이 중요한 역할을 할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프레시안(채은하) |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핵에너지 운동을 하다보면 가장 아쉬운 것이 전문가들"이라며 "정부나 소위 '원자력 전문가'가 안전하다, 괜찮다고 할때 '그렇지 않다'고 발언해줄 수 있는 각계 전문가가 모여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원자력 바깥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지식인들의 책임"
탈핵교수모임은 출범 선언문에서 "후쿠시마 사고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원전 규모가 크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원전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게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가 되어야 함에도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부르는 것에 대해 "핵발전은 우라늄의 채굴과 가공, 발전 후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를 감안한다면 기후변화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핵발전 사고의 위험도 높고 사용 후 핵연료 등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많은 시민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의 위험성 등을 깨닫게 됐지만 많은 시민들이 여전히 탈핵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제대로된 다른 대안이 있다는 사실과 원전 없이 사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지식인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모임은 진철 경북대 환경사회학과 교수, 백도명 서울대 의학·산업보건과 교수,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등 6명이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김익중 동국대 의대교수, 한홍구 성공회대 사학과교수, 이준택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등이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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