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정기조 변화와 당의 쇄신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당 쇄신파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말하지 않는 것이 곧 대답"이라고 일축하면서 당청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답변이 무슨 말씀인지 정확한 뜻은 모르겠지만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고민 중'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언젠가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최고위원 역시 "침묵이 답변'이란 말씀은 정말 걱정스러운 답변"이라며 "조만간 홍준표 대표가 쇄신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하겠다고 했으니, 성의있고 책임있는 소통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 주변의 참모와 장관들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대통령과 대통령을 모시는 장관들이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저는 대단히 걱정스럽다"며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금융위기를 가장 빠른 속도로 극복하고,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 4대강 사업으로 좋아졌다는 얘기를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민심이 계속 이반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유 최고위원은 전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용 대박' 발언에 대해 "이 발언을 보고 이 정부의 각료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생각을 했다"며 "수많은 청년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우리 경제를 책임지는 기재부 장관의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아무런 생각이 없는 발언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박재완 장관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만 명이 늘어난 통계청의 '10월 고용 동향'을 놓고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나게 표현하자면 '고용 대박'"이라고 말해 여론의 빈축을 샀다. 수치만 보면 고용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달 고용률이 60%에도 미치지 못했고, 20~30대의 일자리는 줄어든 반면 50~60대의 일자리만 다소 늘어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최고위원은 "얼마 전엔 한국은행 총재란 사람이 '한국은행은 물가관리청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민심을 이반시키고, 전력대란에 지식경제부 장관이 안일하고 대처하고, 또 저축은행 사태 때는 금감위원장이 어떻게 대처했느냐"며 "대통령의 임기가 1년3개월 남았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 당이 남은 1년3개월을 이끌어갈 개각을 요구해야 한다. 당 대표가 이런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최근 '원조 소장파'로 복귀한 원희룡 최고위원 역시 박재완 장관을 겨냥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지내신 분이 어떻게 이런 정신을 갖고 말씀을 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기재부 장관은 부실한 통계 지표에 '고용 대박'이라고 자화자찬 할 게 아니라, 현실과 괴리된 통계를 바로잡고 정책 당국자들이 정확한 현실 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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