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세계의 증여 방침은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세금을 내고 정당하게 2세들에게 지분을 넘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이서 이런 추세가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세계 지분 상속세 3500억 원…역대 최고액 전망
정재은 명예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신세계 주식 147만4571주 가운데 정용진 부사장에게 84만 주, 정유경 상무에게 63만4571주를 각각 증여했다고 구학서 신세계 사장이 7일 밝혔다.
지난 6일 신세계의 종가 46만6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000억 원어치에 해당하는 주식이 증여된 셈이다.
구학서 사장은 "증여세를 납부하는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증여세율을 감안하면 3500억 원 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증여세 납부방식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보유 중인 현금을 내고, 모자라는 부분은 물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구 사장이 증여세를 3500억 원으로 추산한 것은 현행 세법상 증여금액이 30억 원을 넘을 경우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는 것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여세는 증여일로부터 60일 이전과 60일 이후 주가를 합친 120일 평균 주가로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
이번 신세계의 지분 상속 규모에 따라 내게 될 증여세 3500억 원은 역대 최고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최고액은 지난 2004년 고(故)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유족이 낸 상속세 1355억 원이었다.
신세계의 이번 방침은 이미 지난 5월에 예고됐다. 구학서 사장은 지난 5월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의 상속이 있을 것"이라고 밝혀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방침을 암시한 바 있다.
공정한 상속, 전범될 수 있을까?
한편 신세계 오너 일가의 지분 증여 방침은 당연히 내야 될 세금을 낸다는 차원임에도 불구하고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그동안 기업 오너들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적인 방식으로 상속세를 적게 냈다는 의혹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구학서 사장은 "지난 5월 밝힌 모범적인 상속세 납부 방침이 그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며 "그만큼 재벌의 편법상속에 대한 불신이 우리나라에 깊이 깔려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재계의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향후 재벌의 편법 상속 풍토나 이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세계의 이번 방침이 재계 전반에 확산됐으면 하는 의중을 밝혔다.
한편 이번 신세계의 방침에 대해 일각에서는 계열사 광주신세계 지분 취득을 둘러싼 정용진 부사장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낼 세금은 낸다"는 취지로 밝힌 신세계의 이번 방침이 향후 반기업정서를 부추기는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던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 관행을 바꾸는 데 물꼬를 트길 바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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