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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엘리트' 이미지 나경원, '서민 불통'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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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유층 엘리트' 이미지 나경원, '서민 불통'을 어찌하랴

[분석] '자위대' 이어 '장애인 알몸 목욕'까지…나경원 '휘청'

연이은 '악재'가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7년 전 자위대 행사에 참가한 사실이 다시 구설수에 오르면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인 데 이어, 이번엔 '장애인 알몸 목욕' 사건으로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발단은 본격적인 선거전을 시작한 나 후보가 26일 서울 후암동의 한 중증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이른바 '목욕 봉사'를 한 것이었다.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와중에 남성 청소년 장애인을 발가벗겨 목욕을 시킨 것. 당시 현장엔 반사판 등 조명 시설까지 갖춰진 가운데 방송 녹화와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민주당은 즉각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작위적 연출을 한 것은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는 것"이라며 공세에 나섰고, 장애인단체까지 2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 후보에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큰 딸(18)이 있다. 평소 장애아 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아, 국회 연구모임인 '장애아이 We Can'을 앞장서서 결성하기도 했다. '알몸 목욕'은 분명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나 후보 입장에선 '장애인 인권 의식이 없다'는 비난엔 발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 후보도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해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선 저만큼 생각한 분이 없을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은 연출된 것이 아니며, '현장의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친서민 행보' 열 올리지만…굳건한 '부유층 엘리트' 이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나 후보의 선거 행보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서민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먼 나 후보로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 없는 부유층'이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장애인 학부형이면서도 '장애 인권의식이 없다'고 비난받는 것이 이런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나 최고위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가정법원 판사를 지낸 뒤 정치권에 입문, 재선에 최고위원까지 당선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정치인생의 질곡이라고 해봐야 지난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강재섭 후보를 밀다가 낙선한 뒤, 지도부 책임론에 휩싸인 것뿐이다. 그러나 그는 뒤이은 7.4 전당대회에서 다시 3위로 지도부에 재입성하는 등 고비를 가볍게 극복하기도 했다.

▲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나경원 최고위원이 26일 서울 후암동의 중증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장애 아동과 함께 빨래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부유층 이미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나 후보에겐 '사학재벌 집안'이란 꼬리표가 붙어있다. 나경원 후보의 부친은 화곡중·고등학교 등을 운영하는 흥신학원 등 법인과 학교 3개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나 후보가 사학법 파동 당시 장외투쟁 등에 적극 나선 것 역시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나 후보의 재산은 40억5757만 원으로 한나라당 최고위원 중 가장 많다. 올해 3월 공개된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따르면, 나 후보는 예금(20억5691만 원)과 아파트·상가 등 건물(18억1343만 원) 등을 소유하고 있고, 다이아몬드 반지(2캐럿·700만 원)와 헬스클럽 및 콘도 회원권(1억1000만 원)등도 재산 목록에 포함됐다.

작년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집무실에서 자장면을 먹는 사진을 올렸다가 "허세를 부린다", "연출 사진이다" 는 등 비난이 쏟아져 사진을 내린 일도 나 후보의 '부유층' 이미지가 얼마나 굳어져 있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다.

이런 자신의 이미지를 의식한 듯, 나 후보는 지난 23일 출마선언에서 '한 남자의 아내, 두 자녀의 엄마'로 자신을 소개하며 "알뜰한 엄마의 손길로 서울시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엔 연달아 재래시장과 복지시설 등을 방문하는 등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28일 자신을 트위터에 "선거가 있으면 그때서야 재래시장으로 복지시설로 다니면서 웃음을 파는 모습이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저러니까 국민들이 기성 정치권을 불신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서민적인 삶은 평소에 하는 것이지 누구에게 보이려고 선거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의 지적처럼, 나 후보에겐 '자위대' 논란, '장애인 알몸 목욕' 논란뿐만 아니라 '서민의 벽'이란 커다란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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