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투입하면서 부채비율이 6배나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22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수공이 4대강 사업에 8조 원을 투자한 이후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부채비율이 지난 2007년 16%, 2008년 19.65%, 2009년 29.1%를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 101.8%로 6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공의 부채는 지난해 기준 8조 원에서 내년에는 15조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자를 상환해야하는 금융성 부채가 전체 부채의 90% 수준이어서 위험 부담이 더 큰 상황이다.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수공이 상환해야 할 원리금도 늘어 내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무려 11조4385억 원에 이른다. 내년 상환해야 할 원리금은 최소 1조 원에서 많게는 2조 원 가까이 되고, 하루 기준으론 매일 30~50억 원을 채권 원리금 상황에 투입해야하는 것.
여기다 정부가 '4대강 2탄'으로 추진 중인 친수구역 개발은 수공의 재정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진애 의원은 "수공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친수구역 조성사업 재원 조달을 위해 또다시 수조 원의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등, 수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재원조달 어려움과 침체된 부동산 경기 때문에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통해 4대강 사업 투자비 8조 원을 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2조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경인아라뱃길 사업도 사업성이 부족해 투자비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이 입수한 수공의 외부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수공은 2051년까지 경인운하를 운영하더라도 총 사업비 2조2500억 원 가운데 7000억 원 정도만을 회수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수자원공사는 경인아라뱃길의 사업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결과를 미리 알고도 이 같은 재무 분석을 최종 보고서에서 삭제했다"며 "경인아라뱃길의 사업성이 부족하고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홍재형 의원 역시 "수공은 공기업 중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기업 중 하나였는데, MB정부 들어 4대강 사업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진애 의원은 수공의 이런 재정 상태가 물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공은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 등 수도요금을 내년부터 매년 3%씩 2019년까지 27%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4대강 사업 투자로 악화된 경영부실을 물값 인상으로 메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수공, 재무건전성은 '최악', 직원 월급은 '최고'
이처럼 재무건전성이 '최악'인 수공이 직원 월급 만큼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에 따르면, 부채와 이자의 급등에도 수자원공사 사장은 2억4500만 원의 연봉을 받아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중 최상위권인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인건비는6800만 원 수준으로, 이 역시 최고 수준이다.
정 의원은 "매출액 중 인건비 비중도 13.1%로 국토부 산하 공기업 중 한국토지주택공사(3.8%), 한국도로공사(6.5%) 등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경영악화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난국타개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몇차례 파행을 빚었다. 발단은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주장하며 "반대자 인명 사전을 만들자"라고 밝힌 것이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는 등 파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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