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최고위원은 황급히 차단에 나섰지만,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굳어진 '강경보수'의 이미지에 군국주의 논란까지 겹치면서 서울시장 선거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 ⓒ뉴시스 |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자, 나 최고위원은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초선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 때 행사 내용을 모른 채 갔다"며 "현장에서 뒤늦게 알고 되돌아 왔다"고 해명했다. 선거를 앞두고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어떤 행사인지 몰랐다"라는 해명은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무슨 행사인지 알고 온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자위대…무슨…"이라고 답변하는 나 최고위원의 모습이 영상에 나오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사태가 확산된 것.
이 영상에는 시위를 하다 보안요원에게 끌려나오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나 정치인이 (행사에) 오면 군국주의 부활에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울부짖는 모습도 나온다.
미디어법 '1등 공신'에 주민투표 '계백 장군'…젊은층 표심 공략이 최대 과제
선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논란은 '강경보수' 이미지가 강한 나 최고위원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나 최고위원은 외모와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재선에 최고위원 당선, 여권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판사 출신에 화려한 외모가 주는 '이미지'와 달리 그의 정치행보는 '강경보수' 쪽에 가까웠다. '안철수 신드롬'을 시작으로 시민사회의 새 얼굴들이 등판하는 상황에서, 당내에서도 '오세훈 아바타'라고 불릴 정도로 유연성 없는 모습을 보인 것. 아직 유권자들에겐 2009년 미디어법 강행 처리 당시 나 최고위원의 '활약상'이 각인돼 있는데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그의 행보는 이런 이미지에 쐐기를 박았다.
당시 나 최고위원은 주민투표를 복지포퓰리즘에 맞선 '성전(聖戰)'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홀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계백 장군'에 빗대며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주민투표가 25.7%의 초라한 성적표로 무산되면서, 오 전 시장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전체를 '계백 장군'으로 전사시켰다는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최근까지도 "무상급식 2라운드는 안 된다", "제2의 오세훈은 안 된다"며 사실상 나 최고위원에 대한 '비토론'을 꺼내기도 했다. 복지가 최대 화두인 선거에서, 나 최고위원의 이미지가 그만큼 '반(反)복지'로 굳어졌단 얘기다.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의 표심이 그를 떠나있다는 것도 문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최고위원은 50~60대 이상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20~40대에선 낮은 편이다. 정치적 때가 묻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로 20~30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는 야권의 박원순 변호사와는 대조적이다.
나 최고위원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21일 서강대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만나는 등 젊은층 소통 강화에 나섰다. 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복지수요의 확대에 따른 당론의 재정립이 필요하며, 당의 입장이 결정되면 따르겠다"며 '반복지 출구'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반(反)포퓰리즘 전사'에 '군국주의' 논란까지 휘말린 그가 강경보수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젊은 '안티팬'들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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