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일 오전 13박 14일 일정으로 그리스, 루마니아, 핀란드 및 미국 순방을 떠났다. 이 가운데 그리스, 루마니아, 핀란드는 한국 국가원수로서는 최초로 방문하는 나라다.
노 대통령은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유럽 3개국 순방은 지난 5월 몽골, 아제르바이잔 및 UAE 순방에 이어 참여정부의 외교 다변화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 대통령은 10일부터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 정상회의 및 독일, 프랑스, 덴마크 정상과 양자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번 6차 ASEM 참석 및 주요 국가 정상들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북핵 및 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작통권 환수시기, 개성공단 문제 합의될까?
하지만 시선은 3일 일정에 불과한 미국 실무방문 쪽으로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 시작 이후 여섯 번째로 오는 14일 열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전시작통권 환수 문제, 한미 FTA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최근 이태식 주미 대사가 "논의가 95% 진행됐다"고 밝혔을 정도로 작통권 환수 자체에 대해서는 양국 간 이견이 없지만 그 시기를 둘러싸고는 의견차이가 있다.
최근 고위 당국자가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듯이 미국은 2009년을, 우리 정부는 2012년을 적합한 시기로 상정하고 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의견접근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FTA 문제의 경우도 양국 정상회담 직전인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시애틀에서 양국의 3차 협상이 진행되기 때문에 워싱턴 보다는 시애틀 쪽에 관심이 쏠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상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 등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 정상회담을 통해 타결될지도 관심사다.
특히 임기를 1년 6개월 정도 남겨둔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앞으로 국제회의 등을 통해 부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이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것.
또한 노 대통령은 지난 31일 KBS를 통해 방영된 특별회견에서 일부 언론과 보수진영의 비판을 반박하며 "한미동맹에 아무런 문제 없다"면서 "참여정부 들어와서 한미관계가 나빠졌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을 가서 만나보니까 만날 때마다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표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작년 6월에는 가서 작계5029 문제, 전략적 유연성 문제, 그 밖에 아주 민감한 문제들을 부시 대통령과 만나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작년 6월 방미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이 온갖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작통권 환수 보다는 한미 FTA가 난제, 그리고 북핵
최근 보수 진영과는 작통권 환수 문제로, 진보진영과는 한미 FTA 문제로 맞서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전기 마련을 꾀할 것이 확실시 된다.
작통권 문제의 경우 한나라당이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며 의원들을 미국에 보내 "작통권 이양을 거둬 달라"고 촉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막상 한미 정상이 환수에 합의하고 악수를 나누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던 격'이 될 가능성도 높다.
오히려 한미 FTA 문제가 좀 더 복잡하다. 한미 양국 정부 모두 FTA 협상에 적극적이지만 세부사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또한 '연내 협상 완료 희망'을 공언하는 우리 정부가 거꾸로 '통 큰 양보'라도 해버리면 반대 여론에 부채질을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운 문제는 노 대통령이 지난 달 13일 일부 언론사 논설위원들과 비공개 오찬에서 "상황이 고착화되는데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던 북핵, 미사일을 둘러싼 북미 갈등이다. 북한의 지하 핵실험 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 미사일을 가상 적으로 상정한 MD(미사일 방어) 실험에서 장거리 탄도탄의 요격에 성공해 긴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증명하듯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 따라서 파국을 막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한다면 당장 6개국들의 한반도 비핵화 합의문 채택 1주년인 9월 19일을 앞두고 북한에 대해 무게있는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 외유를 통해 이 쉽지 않은 숙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사다. 노 대통령은 오는 16일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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