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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스티브 잡스 같은 놈 하나 나오면 빵 터지는 거죠"

[도시, 욕망을 벗다⑥] 무상급식 찍고 사회적기업으로…김영배 성북구청장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창출." 이 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실시하며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34만 개의 일자리 창출 여부를 떠나서 단기간의 일용직 단순 노동이 대부분인 토목 공사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직접 사업이 아니더라도 정부는 '경제성장하면 일자리 늘어난다'는 구호 뒤에서 기업들에게 고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정도에 그친다. 일자리를 복지의 전략으로 내세우면서도 책임은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 성북구 김영배 구청장의 '일자리 창출'은 확연히 다른 전략이다. 비록 일개 기초단체에 불과하지만 지역적 특색을 면밀히 조사하고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느 자치단체처럼 대기업 유치에 목매고 있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만 하다.

그럼에도 기초단체들은 주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이 <도시, 욕망을 벗다>는 기획을 통해 그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할 말 많은' 그들에게서 새로운 실험의 현황을 듣고 있다.

김영배 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전면 무상급식 시범실시를 하는 등 서울 구청장들 중 무상급식 선봉장 역할을 하면서 이미 프레시안과 두 차례 인터뷰를 했었다. 무상급식을 안착시킨 그는 최근 사회적기업 전략 추진에 푹 빠져 있다. 지난달 23일 김 구청장의 사회적기업 현장 방문을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 스마트앱 창작터를 둘러보고 있는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프레시안(김하영)
#1. 성북구에만 대학이 10개…'걸림돌'이었지

김영배 구청장을 만나 우선 종암동 옛 주민센터로 향했다. 주민센터 전체를 사회적기업 지원센터 등 사회적기업 관련 시설로 리모델링 중이었다. 가장 먼서 4층에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창업센터'가 들어섰다. 성북구는 고려대 경영대, 사회연대은행, 대우증권 등과 함께 협약을 맺고 이 센터 개소를 준비해왔고, 지난 4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위탁기관으로 선정돼 7월 22일 개소했다. 법무법인 태평양도 컨설팅 등의 업무 협약을 맺었다. 총 21개 팀이 선정됐으며 1년의 활동 기간 동안 각종 멘토와 컨설팅을 비롯해 팀당 최대 30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 받는다.

"21개 팀 중에 10개 팀은 왔다 갔다 하고, 11개 팀이 상주해 있어요.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는데, 칸막이가 없어요. 칸막이는 사회적기업의 벤처정신이 안 맞거든. 상호 소통과 정보 교환을 자유롭게 해야죠. 가장 중시하는 게, 정보교류와 컨설팅입니다. 그냥 공간과 돈만 주고 해봐라 하는 것이 아니라 커 나갈 수 있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거죠. 법무법인 태평양이 법률과 경영 쪽의 자문을 하고, 대우증권은 투자자문과 경영 컨설팅을 하고, 고대 경영대도 경영 컨설팅을 해요. 사회연대은행이 주관이 돼서 멘토 시스템도 갖추고 사회적기업의 경험과 인맥을 연결하죠."

센터를 주관하고 있는 사회연대은행 이경실 사회적기업본부장은 이 곳의 특징을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사업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을 통해 성과를 내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숙성하고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멘토와 컨설팅 등 기초를 닦게 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인문학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인프라 구축보다 인적자원과 내용을 먼저 충실하게 갖추자고 해서 우리 구에서 사회적기업가 학교를 했어요. 사회적기업가 출신들이 우리 지역에서 올해에만 13개 회사를 창업했고, 작년까지 하면 총 20개를 만들었어요. 사회적기업 사업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사회연대은행도 만나고. 이런 역량이 쌓이다 보니까 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공고를 낼 때 우리가 된거지."

김영배 구청장이 '청년 사회적기업 창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하나는 지역적 특색과 또 하나는 영국에서의 경험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랑 영국에 갔을 때 '영파운데이션'을 방문했어요. 스물 세 살 짜리 청년이 우리한테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이 친구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런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형 마켓을 짓는데, 그 큰 마켓을 지역주민들에게는 어떤 용도로 쓸지 묻지도 않고 짓고 있던 거지. 단기간의 올림픽 외국 손님들을 위해 왜 이렇게 큰 마켓을 지어야 하느냐, 왜 행정을 저런 식으로 하나, 지역 주민들이 뭘 원하는지 먼저 조사하고 뭘 만들지 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열변을 토하는데, 그 친구를 보면서 '아, 영국에 미래가 있구나', '저런 친구들 때문에 영국이 두터운 사회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차림은 꾀죄죄한데 눈빛은 어찌나 초롱초롱하고, 말할 때는 쓰는 단어나 문장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지. 영파운데이션에는 이 친구 말고도 사회적 가치에 대한 비전과 소명을 갖고 자신만의 푯대를 세운 친구들이 꽤 있거든. 부럽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창업 센터에 들어온 고대 학생 하나에서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 친구 지켜보면 나중에 큰일을 할 것 같아.(웃음)"

청년 창업에 공을 들이는 또 한 가지 배경은 '대학'이다. 성북구에는 고려대, 한성대, 성신여대, 서경대, 동덕여대, 국민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10개의 대학이 몰려 있다.

"성북구 발전의 걸림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자연환경인데, 북한산이 있고 구릉이 많은 지형입니다. 또 하나가 대학인데, 대학은 세금은 안내면서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대학생들의 소비력이 약해서 상업지역으로 발달할 가능성도 적죠. 그래서 대학이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인식돼 왔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게 없거든."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제는 이런 대학과 지역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야죠.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는 대학이라는 인적자원과 연구역량을 적극적으로 지역의 산업과 일자리로 연결을 시켜내야죠. 이제는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청년들의 사회적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더 나아가 스마트앱창작센터를 통한 '어플리케이션 창작 생태계'라는 특화된 산업도 조성하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이런 건 대학이라는 연구역량과 인적자원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성북구의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키는 겁니다."

최근에는 대학들도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자치단체와의 사업 협력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한성대, 서경대에 스마트앱창작터가 생겼고, 한성대 벤처창업센터 등이 성북구청과의 협력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성북구는 자체적으로도 스마트앱창작터를 만들어 '1인 창조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687㎡ 규모의 사무실에 스마트 애플리케이션과 솔루션 개발을 위한 스마트 기기, 개발 프로그램, 컴퓨터 등을 비롯해 사무집기, 작업실, 세미나실, 회의실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현재 회원 30명을 선발했고, 2014년까지 회원을 80명까지 지속적으로 늘여갈 방침이다.

"우리나라 벤처 1세대인 이정근 사장이 있는데, 나한테 '스마트산업의 핵심은 인재'라면서 '벤처기업들이 다 강남에 있을 필요가 없다. 성북 지역에 있는 인재들이 탐이 난다. 스마트산업의 성패는 뛰어난 사람 한두 명으로 갈린다. 성북구 차원에서 스마트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성북구에는 대학이 많으니까. 막말로 스티브 잡스 같은 놈 하나 나오면 빵 터지는 거 아닙니까. 이정근 사장도 일주일에 하루는 창작터에 와서 멘토 역할을 해요. 여기 외에도 한성대, 서경대와도 연계해 스마트앱 창작터를 만들었어요. 대학들이 있으니까 이걸 클러스팅 할 수 있거든. 창조산업 특구 개념으로. 언제든 그냥 여기 와서 커피도 마시고, 라면도 먹고 놀이터가 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KT 사장 강연회도 열거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2. 구청에서 기술을 가르쳐드립니다

그렇다고 성북구가 청년들 일자리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서민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영배 구청장은 이를 '투 트랙'이라고 설명했다. 투 트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북구의 지역적 특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성북구는 두 가지 개념으로 대표되는데, 하나는 주거지역 즉 베드타운이라는 겁니다. 서울 시내에서 가깝지만 산업시설이나 오피스가 집중돼 있는 곳은 아니죠. 또 하나는 통과교통지역이라는 겁니다. 종로에서 성북을 거쳐 도봉, 강북, 노원, 의정부로 나가죠."

▲ 성북구 위치. ⓒ성북구청
'성북.' 성(城)의 북(北) 쪽에 있다는 뜻이다. 조선시대로 치면 성 밖의 사람들이 성 안으로 출퇴근하는 모양새다. 낙산의 서울 성곽을 기준으로 종로구와 성북구로 나뉜다. 또한 월곡동 쪽에는 내부순환로 고가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미아리 고개는 성북구가 통과 교통 지역이라는 대표적 이미지다.

이렇다 할 산업이 없는 곳이지만, 제법 규모를 갖춘 산업 분야가 하나 있다. 봉제.

"원래 장위동 지역이 서울 도심에서 멀지도 않으면서 동대문보다 땅값이 싸고, 주택 밀집 지역이니 노동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대문의 배후 봉제 기지로 형성이 됐어요. 지역 경제 차원에서도 서민 일자리 차원에서도 역할을 해왔죠."

특히 최근에는 중국으로 넘어갔던 봉제 일감이 다시 국내로 유턴하면서 호황 조짐이 보인다고 한다. 의류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면서 기술력 대비 생산성 부분에서 월등한 국내 인력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에 1970년대 청계천에서 활약했던 봉제사들이 다시 재봉틀을 쥐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한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얼마 전 김영배 구청장과 함께 장위동을 방문해서 '장위동 봉제공장의 얼굴 없는 생산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서민 경제에 기여하는 이 지역의 가치를 칼럼으로 쓰기도 했다.(☞ 칼럼 보기)

"70년대 청계천에서 일했던 아줌마들이 30년 세월이 지나 아이들 다 키워놓고 여기 와서 봉제 일을 합니다. 장위동 여기가 서울에서는 기술력도 제일 좋고 임금이 제일 높데요. 그런데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려고 해도 자료가 없어. 최 교수님이 칼럼에서도 지적한 건데, 사업자등록증도 안 내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업자등록 해봐야 매출 조사해서 세금 매기고 외국인 노동자들 단속이나 하지 자기들한테는 공공기관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거거든. 노동자들도 4대 보험 요구도 안 한데. 그냥 현금으로 달라고 한데. 그리고 가족노동 하는 데도 많고. 그래도 내가 구청장인데. 속도 상하고 마음도 아프더라고. 그래서 이 지역 봉제 산업 지원을 위해서 고려대 노동문제 연구소에서 실태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그 때 최장집 교수님이 와서 보고 '얼굴 없는 생산자들'이라고 하신거지."

김 구청장은 이 특성을 어떻게 살리고 있을까. 김 구청장과 장위동에 있는 봉제업체 (주)엠엠에스로 향했다. 엠엠에스는 성북구청과 함께 공동작업장을 차리고 봉제 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지이이잉." 2층 교육장에 올라가니 주부 7명이 재봉틀 앞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김 구청장이 인사를 건넸다.

▲ 작업장을 둘러보고 있는 김영배 구청장과 신종철 엠엠에스 대표. ⓒ프레시안(김하영)
"처음 배우시는 건가요? 배운지 얼마나 되셨어요?""네. 3주 됐어요."
"신종철 대표님이 먼저 제안해 주셔서 여러분이 이런 배움의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나중에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셔야 되는 겁니다. 주위에 이렇게 배우려는 분들 얼마나 계신가요?"
"여기 봉제 배우러 다닌다고 하면, '어 그렇게 좋은 게 있었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하하."

이곳에서 기술 교육을 받으면 직업 훈련비로 성북구가 60만 원, 엠엠에스가 20만 원을 부담해 총 80만 원의 급여가 지급된다. 성북구 상공회의소에서 김 구청장이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자 엠엠에스 신종철 대표가 기술 교육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총 교육 기간은 4개월이다. 4개월 동안 봉제 기술을 마스터할 수 없지만, 웬만한 공장에서 보조 정도로 취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에서 배우고 이곳에 취직해 일하고 있는 수료생도 있다. 신 대표는 "공공근로라고 길에서 쓰레기 줍고 그러는데, 마지못해 하는 것 같았어요. 그 비용이면 우리가 기술을 가르쳐 인력양성을 해서 자기 직업을 갖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제안을 했는데, 김 구청장이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흔쾌히 나서주셨다"고 말했다.

"차상위 계층 공공근로는 어차피 하는 건데, 일정 비율을 떼서 기술 교육을 하고 고용이 되면 좋잖아요. 기술이라는 게 애들 키운다 어쩐다 해서 당장 일할 여건이 안 되더라도 배워두면 몇 년 후에라도 써 먹을 수 있으니까요. 70년대에 일하던 봉제사들이 왜 다시 나오겠어요. 기술이 있으니까 써 먹는 거죠. 그리고 서울에 금융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만 있는 거 아니잖아요. 그런데 서민들 일자리 차원에서 보면 식음료 서비스업 외에는 고민 되는 게 없어요. 동대문시장 배후 생산지로서의 성북구 서민 일자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봉제는 가내 노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부부가 하거나 친구들이 한 집에 모여 봉제품을 생산하는 곳이 엠엠에스 거래처만 성북구에 60~70곳 정도가 되고, 엠엠에스의 하청 업체들의 하청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서민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이와 함께 성북구의 봉제 산업을 활성화 시킬 전략까지 세우고 있다. 서울시에 제안했고, 서울시는 성북구에 패션봉제센터 설립 계획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은 있다. 장위동 지역은 뉴타운 갈등을 겪고 있다. 성북구는 전국에서 뉴타운·재개발 지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장위시장이 장위뉴타운 안에 있는데. 봉제공장 사장들이 그러더라고요. 장위시장이 왜 잘 되는지 아느냐고. 장위동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퇴근하면서 장위시장에서 장을 봐 간데. 장위동에서 돈을 벌고 장위동에서 돈을 쓰는 거지. 재래시장 현대화 한다고 이거 놔주고 저거 놔주고 그런 것보다 고용이 형성돼 있는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주고 발전 시켜줘야지. 그냥 사그리 밀면서 재래시장 활성화 시킨다는 거? 다 웃기는 얘기죠."

#3. 삼성 본사 안 오나? 패러다임을 바꿔야죠

서울의 산업을 지역별로 보면 과거 구로공단인 서남권의 구로·가산디지털단지, 테헤란로로 대표되는 IT업계와 대기업 사무실이 몰려 있는 강남, 전통적 상업지역인 종로, 여의도의 금융단지를 제외하고는 별로 고민된 적이 없다. 성북·강북·도봉·노원·중랑 등의 동북권, 서대문·마포·은평 등의 서북권 등에서 '산업'은 생소한 단어다.

"사실 성북구에서 산업 전략을 세워 본 적이 없어요. 베드타운·통과교통지역으로 생각해서 교통 편하게 하고 주거지역 재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일자리 차원에서의 산업 전략은 애초에 생각도 못 한 거지. 우리 구를 포함해 동북 지역이 다 그래요. 200만 명이 사는 곳인데 산업적인 전망과 일자리 전략, 구체적인 삶의 형태에 대해 한 번도 천착한 적이 없어요. 여기도 사람이 사는 데고 일자리가 있는데. 재개발만 계속하면 되는 거냐. 10년 20년의 전망을 어떻게 가야 하느냐 고민한거죠."

'대기업·공장 유치'라는 전통적인 관습에서도 벗어났다.

"지나간 시대의 틀에 박혀 있는 사람들은 산업과 일자리 전략 하면 '큰 공장, 대규모 건물', '삼성 본사 안 오나', '백화점 지어야 하지 않나'라면서 '상업지역 해줘야지, 술집 들어와야 돼. 그러면 아파트값 오를까' 이런 생각들만 하죠. 그런데 실상은 무리하게 상업지역 지정해 줘도 되지도 않고, 지역개발한답시고 난개발 해서 생활환경은 오히려 나빠지고, 택도 없는 곳에 유흥가 조성해 유해 환경만 늘어나고…. 미래에 대한 전망 없이 해온 거 아닙니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성과를 낸다기보다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해요."

종합해보면 김 구청장은 이와 같은 지역적 특색을 충분히 이해하고 세 가지 전략을 세워 추진 중인 셈이다.

"성북구 산업 전략 핵심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역에서 가장 풍부하게 갖고 있는 젊은 대학생과 대학의 연구능력을 사회적기업, 1인 창조기업과 연결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민들 일자리입니다. 동대문시장의 배후 생산단지라는 잠재력을 활용해야죠. 고용훈련을 계속 시켜나가서 노동능력을 재고시키고 노동시장을 형성시켜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전략이라고 봐요."

그는 '사람의 시대'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압축적 고밀도 개발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시켜 사람들 모이게 하는 것은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이미 지나간 패러다임입니다. 사람의 능력과 기술력을 높여서 그 가치를 갖고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봅니다. 개발의 시대에서 사람의 시대로 넘어가야죠."

구청장 취임 1년 남짓. 그의 일자리 전략은 취임 때부터 구상하던 것. 시작이 좀 늦어 보였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무턱대고 일을 벌이기보다는 사전 실태 조사를 통해 실현 가능한 일부터 다져가며 경험을 쌓으면서 조금씩 전략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아직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김 구청장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은 성공 여부를 떠나서 '진영의 자산'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였다.

ⓒ프레시안(김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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