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촉발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 복지 논쟁이 또 한 번 격화될 조짐이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 문제가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주민투표 '참패' 후 한나라당의 복지 노선에 대한 당내 파열음이 일고 있는 것.
홍준표 대표는 "보수의 상징이 되는 인물을 한나라당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며 '단계적·선별적 복지'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한 반면, 남경필 최고위원을 필두로 쇄신파 의원들은 "보선이 무상급식 2라운드가 되면 필패"라며 당의 복지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소장·쇄신파 의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내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은 30일 회의를 열고 '보다 적극적인 친서민 정책과 복지 정책 구현'이란 방침을 재확인 했다. 이 자리에서 남경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치우는 것이 아니라 중원으로 가야한다"며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 모두가 적극적인 친서민정책과 복지정책 구현을 위해 연찬회를 비롯한 의원총회, 상임위 및 당내 각급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남 최고위원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도 "복지 확대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당의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무상급식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작한 주민투표를 이어받아 '주민투표 2라운드'로 선거를 치르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강조했다. 새로 선출할 시장 후보가 '오세훈 아바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유력 후보 중 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 기조에 가장 동의하는 사람으로는 나경원 최고위원이 꼽힌다.
김동성 의원도 "복지 확대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재중 의원 역시 "복지 정책에 수세적 대응은 안 된다"며 "(한나라당의) 복지포퓰리즘 공세는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한나라가 활동을 잘 해야 할 때"라며 "주요 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아 총선 전략도 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장 보선, 한나라당 복지 정책 가르는 '시험대' 되나
그러나 당내 복지 논쟁이 후보 선정 작업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파열음도 예상된다. 당장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연설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복지, 무차별 복지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복지 재원을 빼앗는 사회적 약탈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가올 보선에서도 복지 문제에 대한 정책 기조 변화는 없다고 못 박은 셈이다.
여기에 오세훈 전 시장을 적극 지원한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복지 정책 전환은 민주당의 아류 밖에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보수층의 결집'을 통해 보선에서도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반면 친박계와 쇄신파 의원들은 주민투표를 계기로 당의 정책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무상급식 2라운드'로 선거가 진행될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를 지원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들의 고민이다.
한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의원들은 오는 1~2일 열리는 한나라당 연찬회에서도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예정이어서, 계파간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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