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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논쟁? '이념'을 떠나 '현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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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논쟁? '이념'을 떠나 '현실'을 보라"

'스웨덴 복지' 권위자 유아킴 팔메 교수 "교조화된 신자유주의 포기해야"

"무상급식 반대 투표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에서는 보수진영의 '반(反)복지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싫어하고 시비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렇게 지독한 반복지 정서가 어디서 왔을까. 스웨덴에서도 이런 시기가 있었나."(이정우 경북대 교수)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교조화해 모든 국가 개입을 금기시해야 한다고 밀고 나가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 스웨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한다면, 이러한 교조화된 신자유주의 관점은 포기해야 한다. 복지 논쟁에서 이념 수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유아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스웨덴 복지국가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아킴 팔메 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팔메 교수는 복지, 사회 정책 분야의 유명한 이론가 중 한 명으로 스웨덴 뿐 아니라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도 각종 위원회와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그의 부친은 사회민주당의 당수이자 평화주의자로 민주주의와 반전, 인권 문제에 활발히 활동하다 의문의 암살을 당한 올로프 팔메 전 수상이기도 하다. 올로프 팔메 전 수상은 197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형 선고 당시 활발한 구명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스웨덴 복지국가의 현재와 미래' 강연회에는 일반 시민 보다는 복지와 경제, 사회 정책을 연구하는 교수, 연구위원 등이 대거 몰려 심도깊은 토론이 벌어졌다. 이들은 유아킴 팔메 교수에게 EU 가입 이후 변화하는 스웨덴 복지의 양상, 스웨덴 모델을 한국에서 적용할 때의 핵심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스웨덴 복지국가 이론의 권위자인 요하킴 팔메 웁살라 대학 교수. ⓒ프레시안(채은하)

"이념을 배제하고 현실을 본다면"

이날 유아킴 팔메 교수는 줄곧 스웨덴 모델 특유의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 논쟁에 대해 "복지 논쟁에서 이념 수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론을 포기하고 현실을 본다면 어느 정도의 국가 개입과 조정은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령 인구 증가나 감소 문제, 출산율 문제, 여성 정책, 노동 시장 정책 등은 모두 국가의 일정한 역할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한국 역시 지난 시절 정치, 경제적 발전을 이뤘지만 그만큼 고조되는 고령화 문제는 국가의 역할 없이는 해결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팔메 교수는 스웨덴 모델의 특징 중 하나를 "사실 관계와 연구, 냉정한 객관적 상황에 의한 의사 결정"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스웨덴 모델은 기적이 아니다. 지금도 빈곤이 남아있고 문제도 있다"면서 "그러나 기적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경제, 복지 정책을 디자인 할 때 그 시대의 상황에 맞춰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국가의 달라진 환경 속에서 중요한 것은 '전통이냐,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냐'라는 수사적 논쟁이 아니라 각각의 구체적 정책을 예견 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공공 재정 상황을 어떻게 통제하고 어떻게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멀리보면 경제 위기에도 '포괄적 복지'가 더 타당"

팔메 교수는 "우리도 1990년대 경제 위기를 겪고, 특히 EU 통합 이후에 복지국가의 미래에 고민하는 시기를 가졌다"면서 "EU 가입 이후 복지 정책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은 EU가 스웨덴 복지 정책에 영향을 줬다기 보다는 내부적 의사 정책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일종의 '균형 감각'"이라며 "복지 수준은 계속 변화하고 있지만 복지에 대한 스웨덴 국민들의 정치적 지지는 변화하지 않았다. 과거에 복지 정책을 도입했을 때 약간의 저항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나 보수당도 기본적으로 복지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서도 "자산 조사를 통해 선별 급식을 하던 시기에 학생, 학부모가 받았던 오명을 기억하기 때문에 어린이에게 '스티그마(낙인)'을 찍는 정책은 안된다는 정서는 광범위 하다"면서 "이는 보수당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위기의 시기에는 '세금을 많이 내고 중산층도 혜택을 많이 받는' 포괄적 복지 모델에서 '빈곤층만 도와야 한다'는 선별적 복지 모델로 가야 한다는 압력이 세어지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장기적 시각으로 보면 모든 사람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모델이 경제위기의 시기에도 더 유리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팔메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슘페터 식의 경쟁 모델에 따라 '자유 무역과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창조적 파괴를 통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압박이 강하다"면서 "그러나 이런 고통의 필연성을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패자를 승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보전하려는 것이 최근의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가족 복지 정책은 복지 국가의 중요한 축"

특히 요하킴 팔메 교수는 가족 복지 정책에 대해 "복지국가의 중요한 축"으로 꼽으면서 "가족 정책의 경우 어떻게 실제로 가족들에게 구체적인 혜택이 돌아가느냐를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통적인 가족 복지 모델은 가정내에서 남녀가 분업한다는 가정에 기초해 부양 책임을 진 가장을 중심으로 현금 급여나 세금 감면, 출산 휴가 등의 혜택이 주어졌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맞벌이 부부에 대한 현금 급여와 육아혜택, 또 미혼모나 싱글맘을 위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결과 맞벌이 부부 가족에서는 과거에 비해 빈곤율이 크게 떨어졌고 출산율도 더 늘어났다"면서 "유럽 전체를 봐도 전통적인 가족 급여 시스템인 남부 유럽의 경우 출산율이 낮고 맞벌이를 전제로 한 복지 시스템의 경우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품위있고 유연한 노동정책과 바람직한 가족정책의 결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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