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서울 강남 일대를 강타한 물난리와 관련 자신도 '수재민'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28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저희 집도 물이 새서 한참 난리를 치렀습니다"라며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20년째 살고 있다.
그는 또 "엄청난 물 폭탄을 퍼붓는 하늘을 보고 또 보며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하신 분들에게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하루 빨리 복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정부를 꼬집는 말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기상이변이 계속되고 있지만, 계속되는 이변은 더는 이변이 아닐 것"이라며 "이제 과거와 다른 기준으로 선제적으로 예방하지 않으면 국민의 안전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인 만큼 거기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가 '직접 걸레를 들고' 수습에 나섰다는 측근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7일 집중 호우로 자택 지붕에 물이 새, 거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고 집기가 물에 젖었다"며 "곳곳에 양동이를 대고 비를 받았으며, 박 전 대표가 직접 걸레를 들고 집기들을 닦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텃밭' 강남 민심도 '흔들'…박근혜, 한나라와 거리두기?
27일 중부권을 강타한 폭우로 강남 일대에 산사태 등 피해가 속출하면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강남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폭우 이후 한나라당 지도부가 연일 강남 일대를 돌며 수해 지원 활동을 펴는 것 역시 악화될대로 악화된 민심 수습을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수해 다음날인 28일 정몽준 전 대표가 방배동 산사태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29일에도 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방배동 전원마을로 총출동한 상황이다.
특히 강남 3구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 주자'로서의 행보 역시 안갯속이 됐다. 이번 사태로 서울시의 수해방지 예산 삭감이 한강르네상스 사업 등 '전시성 사업'과 겹쳐지면서, "서울을 '한국의 베네치아'로 만들려는 오 시장의 꿈이 실현됐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대선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은 박 전 대표의 수해 여부를 떠나 강남 민심을 대하는 전략적인 행보로도 읽힌다.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한 민심을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나 역시 수재민'이라고 밝히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수해로 직격탄을 맞은 오세훈 시장 및 한나라당과의 '거리두기'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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