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안철수 씨가 직업을 세 번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안철수 씨가 직업을 세 번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복지국가 강연⑤·국가]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지금 국민들이 복지를 바라는 것은 그간 복지국가 운동을 해온 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이 논리적으로 복지국가의 필요성을 설명했기 때문이 아니다. 몸으로, '이대로는 못살겠다. 바꿔보자'는 절망적 심정으로 성장 만능이 아닌 다른 것을 찾아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복지국가를 만든 나라는 없다.

복지국가는 하나의 이념이고 국가 운영의 모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강한 신념을 가지고 강력한 정치세력과 정당을 이뤄야 가능하다. 국민들은 '못살겠다'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복지를 말한다. 복지국가 운동 하는 사람으로서 이 지푸라기 잡고 싶다. 사실 이 절박한 심정이 복지 국가로 가는 유일한 동력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20일 서울 장충동 프레시안 1강의실에서 열린 '보편주의 역동적 복지국가와 국민운동' 강연에서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진 복지에 대한 관심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사를 이렇게 토로했다.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이상이 대표는 "사실 우리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릴 수 있다면 보수세력이 집권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보수세력의 이념 노선으로는 선진국 못간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심화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서 초래된 노동자간, 기업간 양극화와 고용없는 성장을 해결하지 않고는 성장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이를 해결하려면 시장에 모든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했던 우리 사회의 이념 원리를 크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 대표는 지금 한국 사회가 '선별 복지'가 아닌 '보편 복지'를 택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복지국가를 세우기 위한 행동 지침도 제안했다. 이 강연은 프레시안과 복지국가만들기 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연 연속 강연 '복지국가, 왜 우리의 미래인가'의 마지막 강연이다.
프레시안-복지국가 만들기 운동본부 공동 강연
'복지국가, 왜 우리의 미래인가'


☞ 1회 : "부유세가 과격? 지하경제 절반만 줄여도 세금 20조"
☞ 2회 : "지금 30대, 2050년엔 집단 '독거노인' 된다"
☞ 3회 : 공정사회? 노동의 가치도 공정한가
☞ 4회 : "파이 먼저 키우자? 복지 늘려야 파이도 커진다"

"선별주의 복지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날 강연에서 이상이 본부장은 선별주의 복지의 한계를 거듭 지적했다. 특히 그는 현재 서울시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힌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것 자체가 참담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시민들이 잘 대처하리라고 믿는다"면서 미국에서 현재의 의료 제도를 도입하던 당시를 설명했다.

"미국의 의료보호 제도는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 때 도입됐다. 당시 보수세력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왜냐면 진보세력이 국민 의료 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보수 세력은 이를 저지하는 차원에서 '가난한 사람에게 의료 보호를 제공하자'고 합의했다. 당시에는 국민의 4% 정도가 의료보호 대상자였다. 의료보호 재정의 절반을 내는 주정부가 아주 가난하고 몸이 아픈 대상자를 4% 골라내는 식이었다."

▲ ⓒ프레시안(최형락)
그러나 이러한 선별주의 복지는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이상이 교수는 "미국은 의료보호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는 1960년대 중산층이 누리던 의료서비스와 거의 같도록 의료보호 서비스를 디자인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사람이 받을 수 없는 수준의, 질 낮은 의료 서비스를 공공 병원에서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선별주의 복지의 모순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 의료 보호 제도 적용을 받는 가난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4%가 됐다. 처음 시작할 때와는 숫자가 다르다. 중산층은 4%의 국민을 위한 선별적 복지에는 시혜적으로 응했지만 이 숫자가 15%에 육박하니 태도가 달라졌다. 미국의 경우 세금의 90%가 누진율이 강한 직접세로 상위 30%의 중상층이 세금의 90%를 내는 구조다. 이들이 세금을 더 내고 싶겠나. 이들은 '우리는 못 낸다. 있는 돈으로 해라'고 나왔고 미국 정부는 빚을 냈다. 그러나 지금 재정적자가 14조 달러다. 재정적자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지출을 줄이자니 사람을 죽게해야한다는 이야기고 세금을 늘리자니 시장 자유주의의 공화당에서 용압하지 않는다. 지금 미국에는 희망이 없다."

이상이 교수는 "미국의 사례는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 부자에게 세금을'이라는 선별 복지는 지속가능성이 없음을 보여준다"며 "복지를 누리는 사람과 복지의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분리되어서는 복지가 지속될 수 없다. 왜냐하면 경제와 사회가 양극화될 수록 장 탈락자가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행되어 복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별주의 복지의 비용은? 경제 성장에도 도움 안 된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선별주의 복지 자체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상이 교수는 "선별주의 복지는 무상급식의 사례에서도 보듯 '선별' 자체가 수치심을 유발해 인권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그 뿐 아니라 선별을 위한 조사 자체에 행정 비용이 많이 들고 그렇다고 골라낸 결과가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지금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서는 국민 중 3.2%, 157만 명을 골라내 기초생계비를 보장해주고 있다. 그런데 3.2%에 들어가는 사람과 3.3%에 해당하는 사람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또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공정한가. 현실에서 3.2%의 사람과 3.3%의 사람의 처지가 다를까. 그렇지 않다. 당연히 공정성 시비가 벌어진다."

또 그는 "더 나쁜 것은 선별적 복지는 복지와 경제를 분리시킨다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하는 선별적 복지는 시장에서 낙오된 사람, 근로능력이 없거나 시장으로 들어갈 수 없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인권적 차원에서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돈을 많이 쓰지만 경제 성장과 연관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적 복지는 애초에 복지를 비경제영역으로 두기 때문에 이 영역에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수요를 진작시켜 소비를 늘이는 것 외에는 다른 효과가 없다"며 "그러나 보편주의 복지의 큰 강점은 경제와 복지가 통합적으로 가도록하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령 아동을 비롯해 전국민에게 필요한 교육을 잘 시키고, 보편적 의료 보장을 실시해서 전국민이 더 건강해지고 모든 노인의 직업 능력이 개선된다면, 인적 자본이 강화된다"며 "인적 자본이 고도화되는 것 자체가 경제 성장의 큰 발판이 된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최형락)

이 뿐 아니라 경제의 활력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누구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튼튼한 안전망을 만들면 자본의 투자나 기업 경영 모두에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우리 시대의 진짜 진보는 안철수 아니냐. 진보를 자처하는 운동권은 20년 전 그대로인데 안철수 씨는 끊임없이 도전해서 직업을 몇번이나 바꾸지 않았느냐'고 말하더라. 안철수 씨 대단한 사람이다. 그러나 대단하지 않다. 핀란드, 스웨덴 가면 평생 직업을 3번 바꾸는 사람들 엄청 많다. 안철수 씨가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사적 안전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 도전을 해서 망하면 의사하면 되고, 돈 많이 벌어놨는데 공부하다 망할 일 있나, 교수 취직 안되도 사업을 하든 의사를 하면 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했다가 실패하면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보여주는 의미는 간단하다. 만약 사회가 개인의 안전망에만 의존한다면 가진 자들은 늘 새로운 도전을 해서 새로워지고 서민의 자식들은 도전할 기회가 없어진다. 이 불공정을 바로잡아서 누구나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도록, 도전에 드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보편주의 국가다."

▲ ⓒ프레시안(최형락)

"앞으로 3번 정도 복지국가 정치세력이 집권하면"

이상이 교수는 "앞으로 10년간 한국은 생산가능 인구가 늘어나는 호기를 맞았다가 그 이후에는 고령화로 부양비가 늘어나는 버거운 시기가 온다"며 "이 10년 간의 좋은 조건의 시기 동안 우리 경제가 압도적으로 성장하고 복지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강력한 노동운동과 정당을 바탕으로 복지국가로 이행한 유럽사회와 우리는 경로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복지국가 국민운동'이라고 본다"고 제안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은 지난 5월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진보개혁세력에 '보편복지 단일 정당' 구축을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이 교수는 "앞으로 3번 정도 복지국가 정치세력이 집권하면 외국 수준의 선진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일단 몸으로 절박하게 외치고 있는 국민들이 복지를 이성적, 논리적으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양극화가 심각한 상태에서는 성장이 될 수 없고 그를 위해서는 국가가 커져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중 가운데서는 "지금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에서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세금 내는 것을 싫어하고 국가 불신도 강하며 경쟁 만능주의, 개인주의에 물들어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시장에 적응해 각개 도생하려 해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제 복지국가를 통해 함께 살 방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공유되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민운동'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복지에 관한 수다, 즉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며 "나는 "이 운동이 성공하면 내년 대선, 총선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