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은 다 잘하는데 정치를 못한다"며 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대표는 1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 포럼' 강연에서 "이 대통령이 밤 12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이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되는 원인은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은 다른 것은 잘하지만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CEO 출신이다 보니 회사경영하듯 국가를 경영하고 있다"면서 "여의도 정치인들을 탁상공론하는 사람들, 귀찮은 사람들로 보고 3년반 동안 여의도를 멀리 했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 혼자만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서 영도하는 시대가 아니다. 나 혼자 갈테니 따라오라는 식의 리더십으론 국가를 이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도 이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와 인사 문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정부 초기부터 장관 4명이 낙마하고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란 비판과 함께 온갖 병역 문제와 탈세, 부동산 투기 문제 등이 끊이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이 아니다보니 여의도정치는 국회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그러다보니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과의 대화도 잘 안 됐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선 "합법적인 병역 면제"라고 주장했다. 법무장관·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당의 동의가 홍 대표가 그간 주장해오던 '당 선도론'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당 선도론의 일환으로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직자를 당에서 (청와대로부터) 먼저 보고 받기로 했다"면서 "이번에도 사전에 보고를 받았고, 크게 문제가 없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당 대표 당선 뒤 유독 당·청일체를 강조하는 등 이른바 '홍준표다움'이 없어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홍준표가 바뀐 게 아니고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섰으니 주류다운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외 대선주자들, 본인들부터 분발하라"
이밖에도 홍 대표는 "당 대표가 '박근혜 대세론' 등 특정 후보 대세론을 언급하는 게 적절한가"라는 패널의 질문에 "다른 대권주자들이 분발해야 하는데 왜 자신들은 분발하지 않고 (비판하느냐)"라고 반박했다.
홍 대표는 "(다른 후보들이) 1년 반 전부터 대선에 나온다고 했는데 왜 지지율이 정체돼 있느냐"고 재차 비판한 뒤, "모든 여론조사 지표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압도적이고, 그런 현재의 상황을 언급했을 뿐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지지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이동관 대통령 언론특보가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책임지고 2선에 물러나 있으면 자중해야지, 자기가 나설 때도 아니다"면서 "이번 발언은 대통령과 청와대에도 누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이 특보는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독약"이라며 "독약이라고 생각하기에 대세론을 전제로 무슨 플랜을 짜고 그림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때는 더 심한 일도 있었는데…앞으로 말조심 하겠다"
홍준표 대표는 이번 당직 인선이 '계파별 나눠먹기'란 지적에 대해선 "사람을 찾다보니 대부분 친이, 친박으로 나눠져 있어 (계파 소속이) 아닌 사람을 찾기 어려웠고, 그래서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임명하다보니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이재오계와 친박계를 많이 등용했는데 이 사람들은 당을 위해 일해야지, 계파를 위해 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 본인이 계파정치의 '볼모'가 된 것이 아니냐는 패널의 지적엔 "쉽게 볼모가 됐다면 이미 작년 전당대회 때 당대표가 됐을 것이다. 홍준표는 어디에 볼모가 될 사람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그는 최근 여기자에 대한 막말 파문과 관련, 취임 보름차의 소회를 묻는 질문엔 "원내대표 때는 그것보다 더 심한 일도 있었는데, (이번 일로) 다 묻혔다"면서 "대표가 되니 단순한 농담도 기사거리가 되는데, 앞으로 조심하고 신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홍 대표가 박희태 국회의장을 만나 "8월엔 의장님이 결심해 주셔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홍 대표는 "그 부분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