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홍준표 '군기잡기'… "윽박 지르나"

"계파·공천 배제, 너무 으스스해"…'우파 포퓰리즘' 비판도

한나라당 새 지도부로 선출된 '홍준표호(號)'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취임 둘째 날인 6일, 당 중진의원들은 계파 문제를 두고 홍 신임대표를 향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홍 대표가 전날 "계파 활동을 하면 공천을 주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계파는 참여하지 말라고 윽박질러서 방지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전 대표는 "계파가 어떻게 시작됐나. 하향식 공천을 통해 245개 당원협의회가 위원장 개인의 사조직이 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윽박지르거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홍 대표가 이런 문제를 살펴보면서 계파 문제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 역시 "새 지도부가 계파, 공천, 세대교체 등의 이야기를 첫 마디로 쏟아냈는데 밖에서 듣기엔 너무 으스스한 분위기"라며 "새 지도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데, 내부 문제를 계속 부각시키는게 부담스럽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우파 포퓰리즘'에도 맹비난

홍 신임대표의 '우파 포퓰리즘' 발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포문은 이번에도 정몽준 전 대표가 열었다. 정 전 대표는 "당 정강정책에 '한나라당은 포퓰리즘에 맞서 헌법을 수호한다'는 내용도 있다"며 "홍 대표는 이 정강정책을 직접 만들지 않았나. 이를 잘 수호해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능력이 떨어지는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뛰어든다"면서 "쓰나미처럼 다가올 포퓰리즘을 어떻게 막을 건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무성 전 원내대표 역시 "홍 대표가 현재의 정강정책을 만드는 것을 주도하지 않았냐"며 "정강정책의 입법 취지에 입각해 충실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이경재 의원은 "(홍 대표가)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을 말해서 혼돈이 있었다"며 "보수의 영역을 지키며 친서민 정책을 추진하는데에는 공감하지만, 포퓰리즘과 친서민정책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초반 정 전 대표의 지적에 "반박은 안하겠다"며 웃어 넘겼던 홍준표 대표는 중진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헌법 119조2항에 따른 서민정책을 강화하다 보니 언론에서 이 조항을 모르고 자꾸 '좌클릭'이라고 쓰는데, 지금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것은 '좌클릭'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사실 홍 대표의 '억울함'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선거기간부터 친서민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지만, 황우여 원내대표 등 당내 신주류가 추진해온 등록금 인하 및 대기업 견제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홍 대표는 대표 출마 당시에도 "일률적인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대학이 등록금 장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명목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는 신주류의 노선과 선을 그었다. 또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진출에 대한 당내 비판에 대해 "중소기업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아야지 어느 한 편의 것을 빼앗아 나눠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못 박았다.

홍 대표는 김성식 정책위부의장이 '대기업이 갑갑할 정도의 정책을 내놓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대기업이 오해할만한 잘못된 표현"이라며 꼬집었다. 다만 그는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을 많이 침해하고 있는데 이는 시정해야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