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직전 지도부 출신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홍준표-원희룡 양강 구도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저조한 투표율에 친박계 '두 번째 표'의 향방이 분수령으로 떠오르면서 최종 판세는 안개 속이다.
▲ 전당대회 D-1, 한나라당 새 지도부 얼굴은?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관계자들이 내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
낮은 투표율, 선거 막판 변수 되나
선거 판세를 좌우할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이다. 당원과 청년선거인단 20만 명을 대상으로 투표가 시작된 3일, 전국에 걸쳐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오후 5시 현재 전국의 투표율은 24%로, 1시간 전인 4시(21.7%)와 비교했을 때 2.4%가량 오른 수치다. 이날 오후 6시에 투표가 종료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종 투표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선거인단 13만여 명이 참가했던 2003년 전당대회의 투표율이 57%였다는 점과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저조함에 따라 이번 선거는 막강한 조직력을 가진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말인데다 비오는 날씨를 감안한다면, 계파 색이 뚜렷해 이른바 '오더'가 통하는 진성당원들 중심으로 투표소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
이에 따라 각각 친이계와 친박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원희룡·유승민 후보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며, 홍준표 등 조직표가 취약한 후보들은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는 "투표율과 상관없이 우세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후보 측 관계자도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낮다고 하더라도 영남권의 투표율이 높아 홍준표 후보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친이계 세가 강한 수도권의 투표율이 낮은 반면 영남의 투표율이 높아 경남에 연고가 있는 홍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대세론' 자임 홍준표에 원희룡 맹추격…선거 막판 여론조사 1위 탈환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굳혀가던 홍준표 후보지만, 홍 후보의 우세 속에서도 친이계를 등에 업은 원희룡 후보의 막판 맹추격은 위협적인 상황이다.
당장 전당대회 직전인 6월 30일~7월 1일 <매일경제>가 '한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선거인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원희룡 후보가 29.5%로 홍준표(28.3%) 후보를 역전했다. 근소한 차이긴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홍 후보가 원 후보를 3.2%p 앞질렀던 것과 비교하면 홍 후보의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5.5%p나 하락한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안정적으로 1위를 달리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분칠' 발언 등 홍 후보의 노골적인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와 '막말 설전' 등이 네거티브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사를 시행한 <매일경제> 역시 "막말 설전을 벌인 게 선거인단에게는 실점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날씨로 인한 투표율의 영향과 막판 친이표의 총결집으로 홍 후보와 원 후보의 양강 구도는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를 놓고 홍준표 후보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하루이틀 사이 여론조사가 뒤바뀔 수 있는게 아니다. 여론조사가 엉터리"라며 "국민여론조사까지 합쳐보면 특정 계파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길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에이스리서치가 같은 기간인 6월 30일~7월 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홍 후보가 25.3%로 원희룡 후보(20.3%)를 5%p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인단 여론조사(1인2표에 따른 200%)에서도 홍 후보가 45.3%를 기록해 원희룡 후보보다 6.2%p 앞섰다. 두 기관이 같은 기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올 정도로 선거가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나경원·유승민·남경필, 무난하게 5위권 진입할 듯
나경원, 유승민, 남경필 후보의 추격도 치열하다. 여론조사 '최강자'로 꼽히는 나경원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놓고 홍 후보와 번갈아가며 각축전을 벌일 정도지만,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3,4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친박 단일 후보'인 유승민 후보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부수를 걸고 있다.
쇄신파 주자 남경필 후보의 경우 국민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서 4,5위권을 달리며 안정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대표·최고위원 5인에는 무난히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두번째 표'도 분수령…너도나도 '유승민 구애'
다시 치른 전국위원회에서 '1인 2표제'가 경선 규칙으로 확정되면서 '2순위표' 역시 선거의 막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표 중 한 표가 이른바 '계파 표'라면, 나머지 한 표는 '소신 표'로 이 표의 행방에 따라 한나라당의 새 얼굴이 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선거인단 투표율까지 저조한 상황이 겹치면서, 한나라당에서 30%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는 친박계 2순위 표가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후보 7명 모두 너나할 것 없이 '박근혜 수호천사'를 자처하며 친박계 표심 얻기에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대다수의 후보가 두 번째 표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자처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하루 전인 3일 홍준표 후보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두 번째 표는 모두 나에게로 온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주류 후보'라는 특성상 1인 2표 중 두 번째 표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의 공식 지지 선언을 받은 권영세 후보 역시 "혹자는 두 번째 표라고 해서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만큼 계파에서 자유롭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 역시 이날도 노골적으로 '유승민 구애 작전'을 펴며 친박계 표심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