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공항서비스평가 세계 1위, 6년 연속 흑자경영 기록, 매년 18%의 영업성장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인천국제공항의 성적표이다. 개항 10년만에 세계 최고수준의 국제공항으로 떠오른 인천공항의 민영화 논란이 재차 일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최근 비공개 정책협의를 통해 인천공항의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기 위한 법안을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 전문공항운영기업과의 '전략적 제휴(15%)'를 포함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외국인 등 민간 부문에 매각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3년여 전인 2008년 8월,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호주 맥쿼리 공항'을 직접 언급하면서 논란이 됐던 인천공항 지분의 '맥쿼리 매각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분 매각을 위한 법안은 이미 지난 해 3월 한나라당 의원 36명에 의해 발의됐지만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의 반발로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논란 1. 인천공항 매각, '민영화'가 아니다?
매각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인천공항 설립 당시부터 민영화는 계획됐"고, "51%의 지분을 국가가 갖고, 선진화·개방화의 목표 하에 49%의 지분만 민간이나 외국인에게 매각"(한나라당 박상은 의원)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민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22일 "정부가 51%의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3%이상의 지분만 (민간이) 가지면 소주주권을 행사해 회계장부의 열람이 가능하다"며 "그렇게 되면 경영기법이나 인천공항의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공사노동조합 역시 "아테네공항은 정부가 지분 55%를 갖고 있지만 민간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실정"이라면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먹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에 대비해 베이징공항의 지분 9.99%를 파리공항에 넘겼다가 애초 매각 목적이었던 '선진경영 노하우 전수'는 고사하고, 파리공항 측이 차익만 남기고 매도해 버린 사례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은 오히려 맥쿼리가 보유한 하네다공항 지분 19.9%를 일본공항터미널사에 되팔게 했다.
논란 2. '황금알 낳는 거위'를 왜 팔아?
지분 매각의 목적으로 거론되는 '선진경영의 도입'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전세계 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인청공항은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에만 3242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매년 18%의 영업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차입금이 불어나는 다른 공기업들과 달리, 인천공항의 차입금은 2004년 3조30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엔 2조198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송 시장은 "선진경영 기법을 배운다는데 오히려 모든 세계공항이 선진경영 기법을 배우기 위해 인청공항을 찾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스키폴공항 관계자들이 전략적 제휴를 하자고 찾아오는 마당에, 굳이 지분매각을 통한 전략적 제휴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논란 3. 대통령 일가와 맥쿼리의 '특수 관계'
매각 대상 '0순위'로 거론되는 맥쿼리금융그룹과 대통령의 친인척 관계에 대한 의혹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 조카이자 이상득 의원 아들인 이지형 씨는 투자전문기관인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지난 2008년 국정감사에선 송경순 맥쿼리인프라 감독이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친분'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송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3~2004년 서울금융센터 건립을 위한 외자유치 협상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법안을 발의에 동참한 한 한나라당 의원은 "정확한 사안을 알고 서명한 것은 아니다"면서 "법안 발의 당시와 상황이 바뀐게 있고,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통과시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 현재 중점처리 법안도 아닌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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