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법인세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감세 철회를 통해 '부자 감세'란 비판도 피하고 쇄신 이미지도 살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감세 철회 대신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등 조세 감면 제도를 되살리자는 의견이 많아, '대기업 혜택주기'라는 본질은 그대로 남게 됐다.
한나라당은 16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1년 여를 끌어온 법인세·소득세의 추가 감세 철회를 논의했다.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친이계와 쇄신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전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시 의견을 모으기로 한 것.
지난 8~10일 사흘 동안 의원 169명(98명 응답, 57%)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소득세·법인세에 대한 '감세 철회'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다.
먼저 가장 논란이 컸던 법인세 추가 감세 여부는 철회해야한다는 의견이 65.6%(63명)였고, 철회를 반대하는 의견이 34.3%(33명)로 나타났다.
소득세 추가 감세에 대해선 감세 철회 의견이 78.4%(76명)였고, 철회 반대 의견이 14.4%(14명)이었다.
감세 철회한다면서 '대기업 특혜법'은 존치? 임투세액공제 '부활 조짐'
그러나 법인세 추가 감세를 철회하는 대신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등 조세 감면 제도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답변이 대다수라, 큰 감세 철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법인세 감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답한 의원 63명 중 57명이 임시투자세액공제, R&D투자공제 등 조세 감면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1명에 불과했다.
특히 '보완론'으로 가장 유력하게 제기된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소수 대기업에만 혜택이 집중돼 '대기업 특혜법'이란 비판이 일어왔다. 이 제도는 기업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에서 사업용 자산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4~5%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하는 세금 감면 제도로, 정부 스스로도 '대기업에 대한 보조금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 통계를 보면, 전체 감면액의 85%를 대기업이 차지하고, 나머지 15%만 중소기업의 몫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5월 "임투세액 공제가 단순 보조금으로 전락했다"며 "올해 세법 개정 때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이 제도를 올해 말까지만 적용하고 폐지하기로 했었다.
1년 넘게 존폐 논란이 있었던 이 제도는 지난해 말 한나라당에 의해 직권상정돼 올해 말까지로 1년 연장됐지만, 추가 감세 철회 논의와 겹쳐지면서 다시 '부활' 조짐이 일고 있다. '부자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야하는 한나라당 입장에선 법인세 감세를 철회하는 쪽이 임투세액공제 폐지보다 더 '표심'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친이-소장파의 '주고받기', 조세감면제 '보완'으로 결론
'MB노믹스'의 핵심 기조였던 추가 감세는 황우여 원내대표 등 원내 신임 지도부가 '감세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김성식·정두언 의원 등 당내 쇄신파들이 철회를 강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 5월 열린 의총에서 '감세론'의 친이계와 '감세 철회론'의 쇄신파가 팽팽히 대립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자, 일종의 '절충안'으로 임투세액 공제 등 조세 감면 제도가 제기됐다. 일종의 '주고 받기'가 이뤄진 셈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의총 결과를 바탕으로 당정책위원회와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가 감세 철회에 따른 구체적인 보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감세 문제는 예산부수법안이기 때문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해야 할 사안"이라며 "상임위에 구체적인 내용을 위임하기로 당 입장이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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