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972년 춘천 미군기지서 핵무기 사고 있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972년 춘천 미군기지서 핵무기 사고 있었다"

'캠프 페이지' 근무 미군 증언…"미군기지 16곳 핵무기 배치"

춘천시의 옛 미군기지인 '캠프 페이지(CAMP PAGE)'에 고엽제를 폐기했다는 퇴역 주한미군의 증언에 이어, 이번에는 부대 내 핵 사고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춘천 일대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31일 시사주간지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1972~73년 캠프 페이지에서 근무했던 댈러스 스넬(59·미국 몬태나주)은 "1972년 여름 부대 내 핵무기로 인한 사고가 있었고, 문제가 생긴 핵미사일 탄두를 춘천 인근에 폐기했다"고 증언했다.

"사이렌 울리자 헬기로 핵미사일 탄두 이송…사고 탄두, 춘천 인근에 폐기"

스넬은 "1972년 여름 점심을 먹고 쉬던 중 갑자기 전 부대에 사이렌이 울렸고, 사병과 헌병 등이 3중으로 경비하는 핵미사일 보관소에 모였다"며 "부대원 20~30여 명이 메탈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핵탄두가 장착된 어니스트 존 미사일을 등지고 방어 자세를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특별한 안전 장비 없이 마스크만 착용하고 있었다는 그는 "부대에 핵미사일이 있다는 것은 당시 캠프 페이지의 모든 병사가 알고 있었다"며 "핵미사일 탄두에 문제가 생겼으니 당연히 방사능 따위가 누출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고장 난 탄두를 상자에 담고 나니 헬기 소리가 들렸고, 부대원 중 몇십 명이 이 상자를 들고 헬기장으로 뛰었다"며 "뭔가 문제가 생긴 핵미사일 탄두를 춘천시 남쪽 15마일(약 24㎞)쯤 떨어진 어딘가에 폐기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지만 정확한 장소는 모른다. 상관에게 여러 차례 물었으나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 2005년 반환될 당시 춘천 캠프 페이지의 모습. ⓒ연합뉴스

증언 병사, 이상 증세 끝에 백혈병 판정…"고엽제 공터에 파묻었다"

그는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해서도 "근무 당시 제초제와 방충제를 부대 안 곳곳에 뿌리곤 했는데, 가끔은 '취급주의' 표시가 뚜렷한 고엽제(Agent Orange)와 같은 약품을 공터에 파묻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주장했다.

1980년 전역한 그는 2002년부터 100여 개가 넘는 신장 결석이 발견되는 등 이상 증세에 시달려 2005년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넬은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도 백혈병에 걸린 것은 한국에서의 복무 경험과 연관성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스넬 외에 캠프 페이지에 근무한 사람들이 만든 페이스북 그룹에는 1972년 핵무기 사고를 기억하는 다른 사람들의 증언도 있으며, 이 중 한 명은 "당시 상자를 들고 뛰었던 동료 한 명은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고 <시사IN>은 보도했다.

캠프 페이지 '핵무기 보유' 주장 사실로…불안감 휩싸인 춘천시

캠프 페이지의 핵무기 보유 주장은 지난 2005년 9월 당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이던 최성 의원(현 고양시장)이 미국 정보공개법(FOIA)을 통해 관련 문서를 입수해 "주한미군이 1987년 9월 당시 캠프 페이지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최 시장은 공개된 문서를 토대로 캠프 페이지를 비롯해 군산·오산 공군기지, 캠프 에임스(대전) 등이 핵무기가 실제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고, 서울 한복판인 용산기지와 도봉산 무기저장소에도 핵무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핵무기 사고대책단'의 자료에는 동두천, 의정부, 대구, 부산, 광주, 군산, 송탄, 수원, 용산 등 14곳의 미군기지 시설 내 알파, 베타, 감마 방사능 감지 장치가 있었고, 용산기지, 캠프 에세이온스(의정부) 등 2곳에는 트리튬 감지 장치가 존재해 총 16곳의 기지에 핵무기가 배치됐던 것으로 추정했다.

아울러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발생 후 방사능 검사에서 유독 춘천에서 비교적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과거 캠프 페이지에 장기간 핵 무기가 배치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와 관련, 2005년 캠프 페이지 방사능 조사를 실시했던 환경부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고 수치도 정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시 역시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에 캠프 페이지 반환 당시 고엽제 관련 조사 여부와 결과를 문의한 결과 '고엽제 의심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엽제 매립에 이은 핵 사고 증언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당장 춘천지역 시민단체들은 17가지의 토양검사 항목 중 정작 다이옥신이 배제된 상황이라 국방부의 해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춘천시는 "계속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교수 등 전문가들을 만나 재조사 여부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라며 "현재 환경 정화 사업이 추진 중인 캠프 페이지에 자체 검사가 가능한지도 자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캠프 페이지는 춘천시에 반환돼 현재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