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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저주', 수도권 식수원 한강마저 황톳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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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저주', 수도권 식수원 한강마저 황톳물

환경단체 "가물막이 터져서"…정부 "4대강 사업과 무관"

2500만 수도권 시민의 식수원인 한강이 최근 짙은 황톳빛을 띠기 시작하면서 원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수 지점인 경기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일대에서 시작된 이 현상은 점차 서울 마포대교 남단 등 한강 전역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양평군 일대는 4대강 사업으로 대규모 준설이 진행 중인 곳이다.

▲ 남한강의 황톳빛 물(사진 위쪽)이 북한강의 푸른 물빛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동대책위원회

지난 13일 '농지 보존·친환경 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강의 푸른 물과 흙·모래가 섞인 남한강의 황톳빛 물이 확연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2㎞ 하류에는 수도권 식수원인 팔당호가 위치하고 있다.

현지의 주민과 환경단체는 "남한강에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준설이 이뤄진데다, 최근 내린 비에 여주군의 보 공사 현장에서 가물막이가 터져 지난 주말 내내 흙탕물이 흘러내렸다"고 증언하고 있다. 반면 북한강에선 자전거도로 조성 외에는 준설이나 보 건설 등의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17일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비온 후 남한강이 북한강에 비해 흙탕물이 더 발생하는 것은 강우량, 강우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진본부는 "북한강 수계의 춘천지역은 상류에서 발생한 흙탕물이 여러개의 댐을 거쳐 체류·침강돼 유출되는 반면, 남한강의 이천지역은 지류 등에서 흙탕물이 바로 유입돼 흙탕물이 더 발생하는 것"이라며 "남한강의 흙탕물이 상수원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해명했다. 추진본부는 "2007년 7월에도 남한강이 북한강보다 흙탕물이 더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며 당시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 양평 두물머리 지점. 2007년 7월 26일.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하지만 정부 측에서 공개한 3장의 사진은 모두 7월 집중 호우기의 사진으로, 이렇다할 큰 비가 내리지 않은 요즘 강이 흙탕물이 된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또한 남한강, 북한강의 탁도 차이를 떠나 팔당호 이전에 침전 과정을 거친 한강물이 하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감안할 때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트위터 이용자들도 자신이 찍은 서울지역 한강의 흙탕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mediamongu)는 여의도 63빌딩 인근의 흙탕물로 변한 한강 사진을 올렸고, 지난 주말부터 "한강의 물빛이 이상하다"며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 '미디어몽구'가 트위터에 올린 서울 여의도 63빌딩 부근 한강의 물빛 사진. ⓒ @mediamongu

▲ 한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13일 서울 한강의 모습. ⓒ @HONGgggggf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러다 한강이 황하가 되겠다"며 우려를 표했고, 다른 트위터 이용자들도 "강물에서 황사가 피어오르는 수준", "(강이 아니라) 땅인 줄 알았다"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재차 이는 '4대강 공방'…진화 나선 정부 "4대강 사업과 무관"

장마철도 아닌 시기에 한강 전역에서 관찰되는 짙은 흙탕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 경북 구미시의 단수 사태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불신이 한 차례 확산된 데 이어, 때 아닌 흙탕물이 무리한 4대강 공사 탓이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

한 트위터 이용자는 "4대강 사업을 한다며 강을 마구 파헤치니 흙탕물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난개발로 생긴 흙탕물이 결국 남한강을 따라 서울까지 흘러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시민들이 한강의 물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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