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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빈 판사, 김길태와 노종면 판결 원칙은 무엇인가?"

노종면 전 위원장, '해고 유효' 판단 2심 판사에 공개 편지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이 징계무효 소송 2심 선고에서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등 3명에 대한 해고는 유효하다"고 판결한 서울고등법원 김용빈 판사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썼다.

앞서 지난달 15일 서울고등법원 민사 15부(김용빈 부장판사)는 노종면 전 위원장, 현덕수 기자, 조승호 기자에 대한 해고 무효 1심 판결을 뒤집고 '해고는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우장균, 권석재, 정유신 기자 등 3명의 해고자에 대한 무효 판결만 유지했다.

노종면 "'징계 살인' 해고는 징벌의 과잉 아닌가"

노종면 전 위원장은 판결을 주관한 김용빈 부장판사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판결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지난 4월말에 이 편지를 썼으나 고심하다가 12일 이를 공개했다.

노 전 위원장은 2009년 12월 10일 확정된 형사판결에 "징역형을 선고하여 해임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가혹하다"고 적혀있는 점을 들어 "YTN 사태 전반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이미 존재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위원장은 김용빈 판사 역시 지난 2월 23일 공판에서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고 벌금형에 그친 것은 해고만큼은 시키지 말라는 취지"라고 말하며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정에서 한 말씀과 판결이 어찌 이리도 다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 앞서 '사측은 추가 징계없이 해고자 6명을 모두 복직시키고 노조측은 해직 기간 동안의 임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조정안을 권고했으나 사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노 전 위원장은 "구두 조정안을 문서로 구체화해 화해권고결정문을 보낸 것을 보고 '전원 복직' 조정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판사님의 의지가 읽혔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 나온 판결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구두 조정이 깨졌음에도 굳이 결정문까지 발송한 재판부에 긍정적인 판결을 기대한 것은 전적으로 제 법적 무지의 소치였느냐"며 "해고를 당해 싼 이들에게 왜 복직의 달콤한 기대를 하게 하였느냐"고 따졌다.

노 전 위원장은 김용빈 판사가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살인자 김길태에 대해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한 것을 들어 "감형 판결 이후 쏟아진 여론의 비판에 딸 가진 부모로서 감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징벌의 과잉을 경계한 판사님의 판결에 수긍이 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역설적이게도 언론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제 행동에 대해서는 징계살인으로 불리는 해고를 정당화 했다"며 "김길태와 노종면, 이 둘을 관통하는 판결의 일관성을 찾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판사가 언론자유라는 가치는 언론사와 언론인이 지켜야 한다면서도 의견 표명과 주의 촉구 정도의 방법을 제시한 것을 두고 "모든 헌법 가치가 그렇듯 언론자유도 의견표명과 주의촉구 정도로 지켜질 수는 없다. 오히려 의견표명만 해도 보복이 가하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편지 내용은) 죄다 무시해도 좋다"며 "다만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언론인의 책무가 의견표명 등에 한정된다는 판단만큼은 고쳐주시기 바란다. 그리하여 판사님이 판사직에 계시는 동안 언론자유의 가치를 신장시키는 현명한 판결을 남겨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일침을 놨다.

그는 이 편지를 쓰게된 계기에 대해 "판결을 들었을 때 충격은 컸다. 충격이라는 표현보다는 희롱을 당한 듯하고 정신적 사기를 당한 느낌에 가까웠다"며 "편지를 쓰고 며칠간 묵혀두며 거듭 확인했다. 분은 가라앉았지만 내용은 더욱 또렷해졌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종면 전 위원장이 쓴 편지 전문.

[서울고법 김용빈 판사께 띄우는 편지]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고 벌금형에 그친 것은 해고만큼은 시키지 말라는 취지이다."

판사님, 기억하십니까? 2월 23일 공판에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에 이어 YTN 징계무효확인 소송 원고(YTN해고자 등)와 피고(YTN)를 향해 '해고자 6명 전원 복직'의 조정안을 제시하셨지요. 판사님께서 언급하신 형사 판결은 징계 사건을 포함하여 YTN 사태 전반을 포괄합니다. 그러한 형사 판결이 2009년 12월 10일 확정되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징역형을 선고하여 해임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노사 간 합의(4.1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가혹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YTN 사태 전반에 대한 법원의 입장이 이미 존재했던 셈입니다. 이를 판사님께서 명확히 짚어주셨고 조정안의 법률적 근거로 삼으셨습니다. 그때 제가 판단한 판사님의 조정안은 이해관계의 흥정이 아니라 법적 권위였습니다.

"해고는 과하더라도 (해고 아래 최고 징계인) 정직 6개월은 가볍다고 보는데 노종면 씨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억하십니까? 3월 11일 공판 때 판사님께서 제게 던졌던 질문입니다. 판사님께서 제시한 '전원 복직' 조정안에 임금은 포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근거를 설명하신 것이었죠. 그때 원고들은 판사님의 설명을 듣고 조정에 응하기로 했지만 피고의 거부로 조정은 깨졌습니다. 그렇게 선고일을 기다리다 뜻밖의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판사님께서 보내신 화해권고결정문이었습니다. 구두 조정안이 문서로 구체화 되어 있었고, '전원 복직' 조정을 끝까지 관철시키려는 판사님 의지가 읽혔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피고가 거부하고 말았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고서 나온 것인 4월 15일의 판결입니다. 해고자 6명 중 저를 비롯한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 말입니다.

법정에서 하신 말씀과 판결이 어찌 이리도 다를 수 있습니까? 해고를 당해 싼 이들에게 왜 복직의 달콤한 기대를 하게 하였습니까? 구두 조정이 깨졌음에도 굳이 결정문까지 발송한 재판부에 긍정적인 판결을 기대한 것은 전적으로 제 법적 무지의 소치였던가요?

몇달 전 '김길태 사건' 재판이 여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살인자 김길태를 무기로 감형한 분이 바로 판사님이셨지요. 최근 대법원이 판사님의 판결대로 무기형을 확정했더군요. 저는 감형 판결 이후 쏟아진 여론의 비판에 딸 가진 부모로서 감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이성적으로는 징벌의 과잉을 경계한 판사님의 판결에 수긍이 갔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언론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제 행동에 대해서는 징계살인으로 불리는 해고를 정당화 하셨습니다. YTN 노사가 해고 사태 6개월 뒤에 체결한 '4.1합의'를 면책 요소로 보기는커녕, '해고 이후 합의 전'에 빚어진 일까지 해고를 정당화 하는 사유로 끌어다 붙이셨습니다. 김길태와 노종면, 이 둘을 관통하는 판결의 일관성을 저는 찾지 못하겠습니다. 심지어 해고 바로 아래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은 한 원고에 대해 징계가 오히려 가벼웠다는, 마치 해고가 적절했다는 취지의 냉혹한 판단까지 적시하셨습니다. 어찌 이해해야 합니까?

판사님께서 판결문을 통해 확인하셨듯 언론자유라는 헌법 가치는 언론사와 언론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지켜야 합니다. 어떻게 지켜야 하나요? 판사님께서는 의견표명, 주의촉구 정도의 방법을 제시하셨지만 모든 헌법 가치가 그렇듯 언론자유도 의견표명과 주의촉구 정도로 지켜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의견표명만 해도 보복이 가하지는 것이 현실이지요. 사장 신임 투표를 했다고 징계하고, 보도국장 신임 투표를 했다고 징계심의 하는 것이 오늘 YTN의 현실입니다. 의견표명 등 견제행위의 대가로 한직 또는 지방으로 쫓겨나는 일이 오늘 한국 언론에서 비일비재합니다. 형사 처벌은 그나마 실정법 위반의 책임을 지운다 하지만, 징계와 인사 보복은 판사님이 언급하신 의견표명과 주의촉구의 귀결입니다.

하고 싶은 말씀 거의 다 풀어낸 듯 하군요. 죄다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언론인의 책무가 의견표명 등에 한정된다는 판단만큼은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판사님이 판사직에 계시는 동안 언론자유의 가치를 신장시키는 현명한 판결을 남겨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2011년 4월 26일 새벽, 어진내 세뫼에서
YTN해직기자 노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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