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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파내는 4대강 사업, 정수기 정수필터 없애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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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파내는 4대강 사업, 정수기 정수필터 없애는 셈

오경섭 교수 "하늘이 준 선물 모래톱, 4대강 사업은 반시대적 토목공사"

대규모 준설로 하천의 모래톱을 없애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모래톱이 가진 하천의 '수질 정화 기능' 역시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대강에서 총 5억7000만㎥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모래를 퍼내는 준설 작업으로 하천의 자연적인 정화 기능과 유량 조절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경섭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지형학)는 11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 세미나 자리에서 "모래톱은 하늘이 우리나라에 선사한 최고의 수질 정화 필터"라며 "수질을 정화하겠다면서 수질 정화 기능을 하는 모래톱을 없애는 4대강 사업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 천혜의 '수질 정화 능력'을 자랑하는 낙동강 회룡포의 모래톱. 이곳 역시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프레시안(선명수)

오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하천은 유럽의 하천과 달리 유량 변동의 폭이 크고 모래가 퇴적될 공간이 많아 모래톱이 잘 발달돼 있다. 이런 한국 하천 고유의 특성은, 비록 강에 배를 띄우는 주운(舟運)에는 불리하지만 그 자체로 하천 흐름의 '조절자' 역할을 한다.

오경섭 교수는 "하천의 유량 변동이 큰 우리나라에서는 모래톱이 없어서는 안 될 지형요소"라면서 "모래톱은 강물이 불어날 때 통수를 원활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동했다가 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다시 퇴적돼 갈수기를 견디는 '물 저장고'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모래톱이 머금은 물은 오랜 기간 좋은 수질을 유지하며, 특히 이는 (수질이 악화되는) 갈수기를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정부는 더 많은 물을 확보하겠다며 약 6억㎥의 모래톱을 준설하고 있는데, 이는 좋은 물을 포기하고 6억㎥의 구정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라며 "김치냉장고에서 김치 냉장 기능을 없애고 김치 저장 공간만 늘리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하늘이 준 '수질 정화 필터', 모래톱 없애면서 강 살린다?

오 교수는 특히 모래톱이 가진 '수질 정화 기능'을 강조했다. 공업도시나 축산단지로 인해 오염된 하천도 10㎞ 정도 하류로 흘러가면 점차 깨끗해지는데, 이는 자연적인 '수질 정화 필터'인 모래톱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환경부 산하 수자원관리정보시스템(WAMIS)에 따르면, 지난해 공업도시 구미 일대의 낙동강 구간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3.3㎎/L에 이를 정도로 오염돼 있었으나 이곳에서 하류 쪽으로 불과 10㎞ 떨어진 왜관에서는 1.8㎎/L 수준으로 수질이 정화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대구시 오염원의 영향을 받는 금호강의 경우, 3.9㎎/L 수준으로 오염이 심했으나 이 물이 달성습지를 통과해 낙동강 본류와 만나는 화원나루 지점에서는 2.6㎥/L 수준으로 정화돼 있었다. 이 물이 고령 지점(2.0㎎/L)을 통과해 회천에 이르면 거의 1급수 수준인 1.1㎎/L까지 맑아졌다.

오 교수는 "우리 하천에 잘 발달한 모래톱은 국토 면적에 비해 많은 인구가 생활하는 우리나라에 하늘이 준 귀중한 선물"이라며 "특히 주운의 경쟁력이 사라진 21세기 상황에서 모래톱의 수질 정화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역시 "모래톱은 하천의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모래톱을 은신처로 삼아 살아가는 흰수마자 등의 저서성 어류는 4대강 준설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희생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천을 '개조 대상'으로 보는 시각부터 버려야"

오경섭 교수는 우리 하천 고유의 특성을 무시하고 유럽의 하천 관리 방식을 일방적으로 따라가려는 4대강 사업의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수심이 깊고 유량 변동 폭이 작아 사시사철 배를 띄울 수 있는 유럽의 하천과 한국의 하천은 지형 조건부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오 교수는 "우리 하천의 모래톱은 정부와 관변학자들이 생각하듯 걷어내야 할 하천의 '지방질'이 아니라, 유럽 하천이 가지지 못한 한국 하천의 자랑"이라며 "유럽의 하천을 따라가고자 우리 하천을 개조의 대상으로 보는 4대강 사업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반시대적 토목공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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