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전 문광부 차관의 전격 경질 사유에 대한 진실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유 전 차관은 11일 일부 언론을 통해 전날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온 경질사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와중에 유 전 차관의 입에서 '낙하산 인사를 청탁했다는 청와대 핵심인사'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논란이 점차 확대돼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백만, 양정철이 '급' 안 되는 사람 인사 청탁"
유 전 차관은 11일자 <동아일보>를 통해 "문제가 된 아리랑 TV 등의 자리에 (청와대에서)너무 '급'이 안 되는 사람들의 인사 청탁을 해 왔다"면서 "나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 사람은 이백만 홍보수석과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고 공개했다.
유 전 차관은 "이 수석을 따로 만나 '이건 정말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짓을 더는 하지 말든가, 나를 자르든가 하라'고 말했다"며 "그랬더니 나를 잘랐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아리랑 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인선에 대해 "그런 얘기들은 일부에 해당한다"며 "그게 쌓여서 이런 일들이 여럿 있었고 그게 쌓여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1일자 <조선일보>역시 유 전 차관의 인터뷰를 실었다. 유 전 차관은 <조선일보>를 통해서는 "청와대에서 (인사청탁이) 있었다"며 "그러나 나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생각해서 그 사람들(그는 '청와대'를 그렇게 표현했다)한테 '그러지 마라. 그런 식의 인사는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이전부터) 인사 문제로 인해 (나에게)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나도 그들한테 '그러면 그만 두겠다'고 했는데 막상 인사권자가 이런 식으로 인사를 했으니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동아>와 <조선>이 취재에 열을 올린 것도 사실이지만 유 전 차관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선 것은 '최소한의 명예'라도 회복해야겠다는 의지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청와대 언론플레이…발벗고 나선 조중동
전날 <중앙일보> 등을 통해 '유 전 차관이 낙하산 인사를 거절해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유 전 차관 경질의 본질은 당사자의 심각한 직무회피"라며 "새로 통과된 신문법 제정 이후 후속 업무들을 고의로 회피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 전 차관은 정책홍보관리실장 시절부터 부여받은 임무가 신문법에 의해 출범한 기구들인 신문발전위원회, 지역언론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문제였는데 고의로 직무를 회피했다"며 "차관이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항들에 대해 심각하게 방기한 것으로 판단돼 집권 후반기 공직기강을 다잡는 차원에서 문제를 삼았고 경질했다"고 주장했다. '신문법' 관련 업무를 해태한 것이 경질 사유라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발언은 당장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신문법에 극도로 부정적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발 벗고 나선 것. 이 신문들은 10일 유 전 차관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데에 따라 붙고, 저녁에 자택을 찾아가는 등 취재에 열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계 인사는 "유 전 차관의 주장대로 낙하산 인사 강요가 있었을 수도 있고 청와대 주장대로 유 전 차관이 신문법 관련 업무를 해태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아직 진실을 알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청와대의 '언론플레이'가 문제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 인사는 "가만히 보면 보수 언론에 청와대가 알아서 먹잇감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나마 누더기 신세가 된 신문법이 또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지나 않을지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 문광위 일부 의원들은 유 전 차관을 '진정한 용(龍)'으로 격찬하며 국정감사, 상임위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낙하산 인사 압력 당사자로 지목받은 이백만 수석과 양정철 비서관은 11일 오전 아침회의 등을 이유로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홍보수석실의 한 관계자는 "오늘 중으로 양 비서관이 직접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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