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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위하여

[이 많은 작가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11>김사인 시인

ⓒ최형락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강의 잔해만이 초라할 뿐
시는 씌어지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슴에 강물이 고일 때를
고인 강물이 옷을 벗고 알몸이 될 때를
강물이 몸을 일으켜 제 아랫도리를 굽어볼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혼자 떠나는 강물의 뒷모습을
떠난 강물이 남긴 발자국들을
그 발자국에 남아 잠든 새끼 강물들까지를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떠난 강물을 만나러
대신 강물이 되어 비우고 간 자리에 눕지 못한다
새끼 강물을 배지 못한다

강물이 흐르지 않는다
시가 씌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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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고은 외 지음, 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아카이브 펴냄). ⓒArchive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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