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
그토록 흐르고 흐를 것이 있어서 강은
우리에게 늘 면면한 희망으로 흐르던가.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듯
굽이굽이 굽이치다 끊기다
다시 온몸을 세차게 뒤틀던 강은 거기
아침 햇살에 샛노란 숭어가 튀어오르게도
했었지. 무언가 다 놓쳐버리고
문득 황황해 하듯 홀로 강둑에 선 오늘,
꼭 가뭄 때문만도 아니게 강은 자꾸 야위고
저기 하상을 가득 채운 갈대숲의
갈댓잎은 시퍼렇게 치솟아오르며
무어라 무어라고 마구 소리친다. 그러니까
우리 정녕 갈 길을 따라 거닐며
그 윤기 나는 머리칼 치렁치렁 날리던
날들은 기어이, 기어이는 오지 않아서
강물에 뱉은 쓴 약의 시간들은 저기 저렇게
새까만 암죽으로 끓어서 강줄기를 막는
것인가. 우리가 강으로 흐르고
강이 우리에게로 흐르던 그 비밀한 자리에
반짝반짝 부서지던 햇살의 조각들이여,
삶은 강변 미루나무 잎새들의 파닥거림과
저 모래톱에서 씹던 단물 빠진 수수깡 사이의
이제 더는 안 들리는 물새의 노래와도 같더라.
흐르는 강물, 큰물이라도 좀 졌으면
가슴 꽉 막힌 그 무엇을 시원하게
쓸어버리며 흐를 강물이 시방 가르치는 건
소소소 갈댓잎 우는 소리 가득한 세월이거니
언뜻 스치는 바람 한 자락에도
심금 다잡을 수 없는 다잡을 수 없는 떨림이여!
오늘도 강변에 고추 멍석이 널리고
작은 패랭이꽃이 흔들릴 때
그나마 실낱같은 흰 줄기를 뚫으며 흐르는
강물도 저렇게 그리움으로 야위었다는 것인가.
그들은 왜 강으로 갔을까. 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파괴'의 현장에서, 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기록했을까. 이제는 막바지로 치달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고은 외 99명이 쓴 시집 <꿈속에서도 물소리 아프지 마라>(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이하 아카이브 펴냄), 강은교 외 28명의 산문집 <강은 오늘 불면이다>(한국작가회의저항의글쓰기실천위원회 엮음), 성남훈 외 9명이 참여한 <사진, 강을 기억하다>(이미지프레시안 기획)가 그것들이다. 저자와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문인들과 사진가들이 기록한 '강의 오늘'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한다. 오늘도 포클레인의 삽날에 신음하는 '불면의 강'의 이야기는 한 달여 동안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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