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대북수해지원 제안을 열린우리당이 받아들였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8일 한나라당의 제안을 수용하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한나라당과 다른 야당들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나타내 오는 10일 5당 원내대표 회담이 열리게 됐다.
"한나라당의 제안을 여당이 받은 것"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수해를 당한 북한 측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언급했는데 적극 환영하고 동참하겠다"며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양당 원내대표 회담이든 5당 원내대표 회담이든 국회 차원의 인도적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정부에 촉구하는 모임을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수해 지원은 시간상으로 매우 시급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조속히 국회 입장을 정리했으면 한다"며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긍정적으로 판단해 좋은 답변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여당이 사실상 한나라당의 제안을 받아준 것으로 우리가 환영할 입장"이라며 "큰 쟁점도 아닌 만큼 이왕이면 5당 원내대표 회담이 됐으면 좋겠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시점의 원내대표 회담이라 더욱 의미가 있으며 이를 계기로 국민을 위한 국회,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할 일은 한다"?
평소 북한에 대해 '퍼주기'만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던 한나라당이 주도해 대북 수해복구 지원 사업을 제안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도 말이 통하는 정당, 할 일을 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를 포섭하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히려 '평화개혁세력'을 자임하며 한나라당을 냉전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던 우리당이 당내 분란에 정신이 없어 이제는 '대북지원'이라는 이슈도 한나라당에 선점 당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솔직히 부끄럽다"며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우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으면 시끄러워질까봐 '자제'했던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정봉주 의원은 "여당이 먼저 제안했으면 북한 미사일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퍼주기부터 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컸을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반드시 했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한나라당이 먼저 제안해 반대여론을 피해 갈 수 있어 훨씬 매끄러운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도 "한나라당에서 나름의 전략적 고려도 있었겠지만 거의 전무후무한 일이라 긍정적으로 본다"며 "여당이 이끌어가는 것보다 야당의 대북 입장 변화가 읽혀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