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반격이 체계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당청 차별화로 잘 된 적 있더냐"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작심 발언'에 이어 이번엔 박남춘 인사수석이 "대통령 인사권 흔들기라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정치 전략에 여당까지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남춘 "여당이 코드인사 문제 삼다니"…결국 문재인?
이 실장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는 휴가 중인 박 수석은 4일 청와대 브리핑에 "대통령의 인사권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라는 글을 실어 "도덕성이나 역량에 뚜렷한 하자도 없는데 단지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청와대 참모의 내각 기용에 관해 매번 측근인사,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딱지를 붙여 불온시한다"며 "언론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당까지 문제 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침해는 국정수행에 필요한 대통령의 마지막 권한마저 무력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이런 식의 대통령 인사권 흔들기는 일부 언론과 야당의 정치 전략이기도 한데 여당까지 그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수석은 "대통령은 국민의 수임자이고, 장관은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며 "생각이 같고 손발이 잘 맞아야 하고 참여정부의 정책방향을 잘 알고 역량도 검증된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라며 '코드인사'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현재 법무부장관 물망에 오르는 인사 가운데서 박 수석이 꼽은 덕목과 일치하는 인사는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유일하다.
한편 박 수석은 "그러나 이 원칙은 '널리 인재를 구하라'는 원리와는 맞지 않다"고 일각의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참여정부 초기에는 국정의 연속성,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라 다양한 사람들을 기용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가 아니라 이미 계획이 서 있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다시 손발을 맞추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시행착오를 거듭할 일이 아니"고 "상황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포용인사는 독재 정통성 보완 위한것…민주주의에선 실익없다"
이어 박 수석은 "코드 인사로 인해 포용인사가 부족하다"는 여당 내의 비판을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박 수석은 "포용인사는 막강한 권력이 한사람에게 집중된 독재체제에서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고 통치기반을 넓히기 위해 많이 써 온 원리"라고 규정하며 "권력이 다양하게 분산되고 복수정당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정치구조에서는 이런 원리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가끔 정략적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 수석은 "대통령이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입각을 권유했다가 정치공작이라고 엄청난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포용인사라고 변론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여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링컨의 포용인사와 대통령이 과거 경쟁자였던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을 내각에 기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 박 수석은 "대통령이 최소한의 권한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靑 "충고도 형식 갖춰야"…與 의원 "인사권이 대통령 것이냐"
또한 박 수석은 "조언이나 충고는 그에 맞는 형식과 절차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여당 의원들의 개별적 대(對)청와대 강경발언에 경고신호를 보냈다. 청와대의 다른 인사 역시 이날 "(여당 의원들이) 숫자도 많고 소통도 쉽지 않다"며 비슷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같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의 각개약진은 이날도 이어졌다.
문병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인사권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청와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전날 이병완 비서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밖에도 친노, 반노 등 제 깜냥대로 갈라져 난타전을 벌였다.
한편 최근 우상호 대변인은 "언론을 통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개인적인 의견표출은 특별히 제재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원들의 백가쟁명식 발언을 옹호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통령 복심'들의 잇단 강경발언…'탈당설'은 부인
이병완 비서실장에 이어 박남춘 인사수석까지 강한 어조로 여당을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 청와대가 정말 '일전불사'를 각오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해수부 장관 시절 감사관, 총무과장으로 인연을 맺어 행정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박 수석은 그 뒤 국정상황실장, 인사제도비서관을 거쳐 인사수석 등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해 온 대통령의 측근이다. 또한 박 수석은 김병준 부총리 취임 직후 "코드 인사는 당연하다"고 포문을 연 장본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나온 전날 이병완 비서실장의 '작심발언'에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실린 것처럼 박 수석의 이날 발언도 '독자행동'일 리 만무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청와대는 이날 <조선일보>가 보도한 "대통령이 여당에 대해 불쾌한 감정, 당청 관계 청산 및 탈당 고려" 등의 내용에 대해선 강력하게 부인하며 '확전'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야 갈등보다 더 심각한 당청갈등…결국 '조기파국'?
결국 김병준 부총리의 거취 문제로 촉발된 당청 갈등은 스스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상호 난타전 형국으로 비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쪽에서 공격을 하면 더 세게 반격 하는 그 양상은 여야 갈등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지경이다.
최근만 해도 △'30일 김 부총리의 청문회 요구' △'31일 김근태 당의장의 자진사퇴 촉구' △'1일 교육위 회의와 청와대의 김 부총리 옹호' △'1일과 2일에 걸친 당의 자진사퇴 재촉구' △'2일 대통령과 새벽회동을 통한 김 부총리 전격사의' △'2일 김 의장의 문재인 비토 발언' '△'3일 이병완 비서실장의 작심발언' △'4일 문병호 의원의 이병완 발언 공개 반박 △'4일 박남춘 발언'에 이르기까지 숨 돌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따라서 당분간 "당청 갈등이 소강상태로 가지 않겠느냐"던 일각의 예측과 달리 '조기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후임 법무부 장관 인선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또한 자신은 침묵을 지키는 대신 참모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노 대통령으로서도 휴가에서 복귀하는 내주 월요일(7일)에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 표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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