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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사람 목숨까지…60대 축산농민 비관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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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사람 목숨까지…60대 축산농민 비관 자살

충북 충주서 키우던 소 양성 판정 받자 스스로 목숨 끊어

가축 300만 마리의 죽음을 낳은 '재앙' 수준의 구제역 사태가 설 연휴 기간 60대 축산농민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자신이 키우던 소 30여 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충북 충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낮 12시30분께 충북 충주시 가금면의 한 야산에서 인근 한우 농장을 운영하던 김모(61) 씨가 농약을 마시고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경찰이 발견했다.

김 씨는 지난 1일 키우던 소 30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집을 나가 유족들이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으며, 수색에 나선 경찰은 농장에서 200여m 떨어진 마을 뒷산에서 반듯이 누운 상태로 숨진 김 씨와 빈 농약병을 발견했다.

김 씨는 평소 소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 이 일대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두 달이 넘도록 외출도 하지 않고 밤낮으로 소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는 지체장애를 앓는 부인과 이제 13살이 된 초등학교 6학년의 아들이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가축 수가 300만 두를 넘어선 설 연휴 기간, 한 축산 농민이 구제역 양성 판정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은 살처분 가축을 매몰하기 위해 구덩이를 파는 현장. ⓒ연합뉴스

이 마을의 이장 김영강(57)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날 김 씨가 하염없이 울다가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평생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소를 땅에 묻어야 할 생각에 오죽했겠나"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마을의 한 주민은 "30여 년 전 경북 봉화에서 우리 마을로 이사 와 남의 농장의 일을 봐주다 소 1마리를 키우기 시작해 현재 30마리까지 불린 사람인데, 그 소가 구제역 판정을 받자 충격이 너무 커 극단의 방법을 택한 것 같다"며 "구제역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다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편,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가축은 설 연휴 기간 300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5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으로 전국 9개 시·도와 76개 시·군에서 308만550여 마리(돼지 292만 마리, 소 15만 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에는 국내 최대의 축산단지인 충남 홍성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다.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가축 수가 늘어나면서, 국내 축산업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2001년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역으로 가축 600만 두를 살처분했던 영국에서는 국내 축산업의 붕괴로 농민 60명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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