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잘못을 말하는 각료는 국회에서 혼나야 되나" "미국은 일절 오류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5일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물론 언론의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청와대가 "일부 신문이 대북강경론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 "일부 언론이 독재정권 바통 받아 정부 공격"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7일 '무엇이 불만을 부추기는가: 정부의 일관된 기준은 평화와 안정'이라는 글을 <청와대브리핑>에 실어 "안보를 정치게임에 이용하던 독재정권이 사라지자 일부 신문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대북강경론을 정부 공격의 무기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보수석실은 "이들은 끊임없이 북한의 목을 조르라고 정부를 몰아 부친다"며 "이들의 주장대로 정부가 북한에게 무슨 일이라도 낼 듯이 강경하게 목소리를 낸다면 국민이 안심했을까? 아니면 최소한 북한이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하거나,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이라도 하게 되었을까?"라고 되물었다.
홍보수석실은 "탁구공처럼 주거니 받거니 대결적 분위기를 증폭시키면 결국 평화는 파괴된다"면서 "대결주의는 당장엔 속 시원하고 정치적으로도 쓸 모 있는 무기겠지만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보수석실은 또한 "우리 사회의 불안을 부추기는 또 다른 메뉴는 한미관계"라며 "일부 신문은 얼마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을 두고 마치 정부가 미국과 갈등을 일으킨 것처럼 부풀렸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용산기지 이전'이 '한미 공조와 지적'으로 이견 조정한 사례'?
홍보수석실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중요한 친구지만 이견이 없는 친구가 아니다"며 "공조할 건 공조하고 지적할 건 지적해나가면서 이견을 조정하고, 그렇게 같이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보수석실은 "동맹은 일체(一體)가 아니고, 맹종은 더더욱 아니다"며 '용산기지이전협정'을 '공조와 지적을 통해 이견을 조정한 사례'로 꼽았다.
홍보수석실의 주장처럼 대통령, 국방부, 외교부는 그 간 누누이 "용산기지 이전은 더 이상 서울 한복판에 외국군 기지를 둘 수 없다는 우리의 요구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방부 정책실이 이미 지난 2004년 작성한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 및 LPP(연합토지관리계획)개정 협정 관련 Q&A 자료'에는 "용산기지를 오산·평택지역의 핵심통합기지로 이전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계획의 일환"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날로 늘어만 가는 기지이전 비용이나 평택 대추리 주민들과의 갈등까지 생각하면 과연 용산기지 이전협정이 청와대의 주장처럼 "공조와 지적을 통해 이견을 조정하며 원만하게 풀어낸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맹종이 아닌 동맹'과 오염미군기지 반환의 상관관계는
또한 미군당국은 지난 15일에는 오염치유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합동조사 절차조차 없었던 미군기지까지 우리 정부에 떠넘겼다.
평택 미군기지를 확장시켜주는 대신 수많은 기지를 반환받는다고 자랑하며 "반환기지의 오염비용은 미국이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하던 정부는 "오염 부분을 우리 측(국방부)이 치유해 지자체 등에 다시 반환 형식으로 넘기게 될 것"이라며 "이번 협상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동맹 관계 등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보수언론을 향해 속이 시원하게 반격을 가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미관계가) 성숙한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동맹은 일체(一體)가 아니고 맹종은 더더욱 아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홍보수석실은 "중요한 것은 친북이냐, 친미냐가 아니라 국민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라며 "과연 무엇이 불안을 만들고 누가 불안을 부추기냐"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한 여당 의원은 "냉전적 사고를 못 벗어나는 보수언론의 잘못을 지적한다고 해서 외교안보 정책의 정당성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언행의 불일치라는 현 정부의 가장 큰 단점이 이 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며 "밑천 안 든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말로만 한 몫 보려니까 미국에 다 퍼주고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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