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에 모인 사람들은 허기를 달래려 라면 물을 끓였고,
그 수증기 사이로 백구 한 마리가 연평도 농협 앞 대피소에 들어왔다.
텅 빈 마을을 돌고돌아 사람을 찾으러 들어온 듯 보였지만, 안쪽에 자리를 잡고부터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
'이놈의 새끼가 여긴 웬일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백구는 쫓겨났고, 곧 사격 훈련이 시작됐다."
(최항영 사진가, <작업 노트-암묵적 동의>)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섬에 살던 동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2명의 민간인과 2명의 군인 사망자를 낳은 연평도 사태 뒤엔, '누구도 셈하지 않은' 동물 몇 마리의 죽음도 어김없이 있었다.
국내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6명이 사라진 평화 뒤에 남겨진 생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포격 뒷면의 모습, 연평도에 남겨진 동물들이 주제다.
ⓒ최형락 |
연평도 포격 이후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은 <사라지다, 남겨지다 展>이 오는 25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과 이상엽 사진가(<프레시안> 사진기획위원)가 기획하고, 성남훈, 최항영, 최형락(<프레시안> 사진기자), 이치열(<미디어오늘> 사진기자), 김성룡(<중앙일보> 사진기자) 등 국내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참여했다.
연평도 사태 직후 폐허가 된 거리를 배회하는 개 한 마리의 사진을 보고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는 임순례 감독은 "전쟁이란 절대적인 폭력 앞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인지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인간의 배려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동물의 생명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판매 수익금은 연평도 동물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관람 문의는 류가헌(02-720-2010)으로 하면 된다.
ⓒ최항영 |
ⓒ성남훈 |
ⓒ이치열 |
ⓒ김성룡 |
ⓒ이상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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