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전 의원의 화려한 복귀에 민주당은 축제 분위기다. 당선이 확정되자 민주당은 "위대한 민주당 만세"라며 환호성을 지르는 등 이번 재보선 최대 승리자로서의 면보를 한껏 과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성북을 '석패'로 인한 재보선 불패의 신화가 깨진 것에 내심 불안한 눈치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는 5.31지방선거의 연장"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향후 전개될 정치권 전반의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순형 "나라를 구하는 열두 번 째 전선이 되겠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당선 확정 뒤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를 찾은 조순형 당선자를 맞아 "조순형 선배와 조 선배를 당선시켜주신 성북구 주민들께 민주당을 대신해 절을 올린다"며 실제로 큰절을 하기도 했다.
조순형 당선자는 당선 소감으로 "이제 민주당의 열두 번 째 국회의원이 됐다.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열두 척의 전선(戰船)으로 삼백여 척의 왜군을 무찔러 나라를 구해낸 것처럼 나는 나라를 구하는 열두 번 째 전선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 당선으로 6선 고지를 등정한 조 당선자는 "정치에 입문한 지 25년 간 8번의 선거를 치렀고, 그 간 다섯 차례 당선의 감격을 맛봤으나 이번 성북을 선거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감격이었다"면서 거듭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 당선자는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어 우리 당사에서 인사할 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회개하고 국정쇄신하길 바란다"면서 "그러면 협력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앞서 성북구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탄핵의 정당성이 인정됐다"며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참여한 저를 포함해 16대 국회의원들에게 훼손된 명예의 회복과 정치적 복권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조 당선자는 이어 "집권여당의 오만과 독선은 물론 한나라당의 오만을 견제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로 알겠다"면서 "총체적, 국가적 위기에 직면한 나라를 구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재섭 "성북을 아쉽다"
4곳에서 치러진 선거 중 3곳을 이겼음에도 한나라당은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당선으로 '재보선 불패신화'가 깨진데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선자의 윤곽이 모두 드러난 밤 11시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낸 강재섭 대표는 전여옥 최고위원, 황우여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들과 나란히 앉아 침통한 표정으로 선거 결과를 지켜봤다.
강 대표는 성북을에서 조순형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아쉽기는 하지만 국민들께서 한나라당에게 3석을 되돌려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 강 대표는 "어쨌거나 이번 선거 결과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의 명백한 심판"이라며 대여 공세를 펼쳤지만 그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 당직자들도 3개 지역에서 낙승을 거둔 것에 대해 "완승은 아니지만 완패도 아니지 않느냐"며 애써 분위기를 반전시켜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물난리 골프나 전라도 비하 발언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강재섭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성북을 패배로 강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문제제기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당 내의 기류를 전했다.
우리 "재보선은 지방선거의 연장선…조순형 축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저녁 8시부터 시작된 개표방송을 30분가량 시청 한 뒤 자리를 떴다. 김근태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원혜영 사무총장,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 등은 당 의장실에서 잠시 구수회의를 가진 뒤 일찌감치 당사를 나섰다.
김 의장을 대신해 기자실 마이크를 잡은 원혜영 사무총장은 "좋은 결과를 못 가져와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 총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길이 지난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신뢰 회복에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총장은 이어 농담조로 "불행 중 다행으로 성북을이 빨리 가닥이 잡히는 바람에 우리도 일찍 들어가게 됐다"며 "조 의원은 우리의 대선배이고 정치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당선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목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 2개월 가까이 노력했지만 우리의 노력이 국민의 마음을 열기에는 부족했음을 절감한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5.31 지방선거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애써 그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다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상당한 폭으로 하락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한나라당의 오만과 방종에 대한 심판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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