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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언론은 묻는다…"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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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언론은 묻는다…"행복하십니까?"

언론들 잇따라 '행복' 기획…'개발과 성장'에서 '삶의 질과 행복'으로

2011년 1월 한국 언론들이 공통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바로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이다.

<조선일보>는 1일부터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고, KBS 역시 <KBS스페셜>에서 16일과 오는 23일 2회에 걸쳐 "행복해지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겨레>는 보다 큰 범주의 주제이기는 하나 창간 22돌 기획인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에서 심심치 않게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조선일보>의 행복이란?

각 신문마다 '행복'에 대한 접근법은 다르다. "국내 언론 최초로 다국적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내세우는 <조선일보>의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기획은 개인적인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기획은 한국과 덴마크, 미국, 브라질, 핀란드. 브라질 등 총 10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연령, 소득, 성, 직업에 따라 분석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각 기사의 제목을 보면 <조선일보>의 기획 의도를 간파할 수 있다. "한국 물질주의, 美 3배·日 2배…돈 때문에 괴로운 한국인"(2011.1.1), "미국서 가장 불행한 도시로 뽑힌 곳과 한국의 닮은 점은…"(2011.1.3), "한국인들 '부패한 정치인보다 싸움질 정치인이 더 짜증'"(2011.1.4), "돈 정말 좋아하는 한국인, 부자에 대한 이미지 물어보니…"(2011.1.7) "이스라엘 국민 70% '정부 믿는다' 대한민국 국민 70% '불안에 떨어'"(2011.1.11) 등이다.

<조선일보>가 이 행복 기획에서 다루는 내용은 복지나 공동체 담론에서는 기초적인 내용이다. 가령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서 미국의 가장 행복한 도시로 나타난 '볼더'와 가장 불행한 도시 '헌팅턴' 을 비교한 3일자 보도의 경우 '볼더'를 분석하면서 주민 참여적 지역정치, 농장과 협력해 운영하는 식당, 저렴한 체인보다 동네 가게를 중시하는 문화 등을 행복의 요건으로 꼽았다.

또 '안보와 행복'을 엮은 보수 언론다운 주제도 있다. 이 신문은 11일자 보도에서 이스라엘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한국인의 37%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답하는 반면 '중동의 화약고' 이스라엘에서는 80%가 '핵위협이 있어도 나라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서 "이스라엘 국민의 만족감은 국가가 주변국의 위협에 강력한 억제력을 지닌다는 자신감과 중도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유연한 정치문화의 조화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 <조선일보> 11일자 '2011년 한국인이여 행복하라' 기획 기사. ⓒ조선일보

<KBS스페셜> "의료, 교육 안전망 덕분에 인생 설계할 수 있어"

16일자 <KBS스페셜>은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짚었다. <KBS 스페셜>은 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해 밤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과 학원 등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로부터 시작해 "너무나 바빠 행복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의사와 그의 가족 등을 들어 "경쟁이 한국인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그 근본에 깔려 있는 한국의 물질 중심주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덴마크를 찾아 무료 교육·의료제도, 청소년 최소생계비 지원, 연금 제도 등을 소개하고 시민들을 인터뷰한다. 특히 한 의사 부부가 "덴마크에서는 아무도 '당신은 얼마나 버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월급이 많든 적든 결국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안전망이 있고 정부가 의료, 교육을 전담해주기 때문"이라라며 "그래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행복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 16일 방송된 <KBS스페셜> "행복해지는 법-대한민국은 행복한가" 한 장면 ⓒKBS

<한겨레> "성장 집착 MB 정부, 국민 '경제행복'은 놓쳤다"

<한겨레>는 보다 큰 틀에서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라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크게 "진보와 보수, 미래를 논하다", "복지국가를 말하다" 등과 '교육', '경제' 등의 대주제를 잡고 진행중이다.

이중 "무엇을 위한 성장인가?"라는 문패의 17일자 기사는 "4만 달러 미국, 2천 달러 부탄보다 행복할까", "성장 집착 MB 정부, 국민 '경제행복'은 놓쳤다"라는 제목이다. <한겨레>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진 부탄은 일찌감치 국가지표로 '국민총행복지수'(GNH)를 채택한 나라다. 이웃 나라들이 빠른 속도로 국내총생산 규모를 늘려오는 동안에 이 나라는 심리적 웰빙과 건강, 생태계 보호 등을 중시해왔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한국을 두고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선진국과 경제적 격차를 줄였지만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사회복지 등에선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 집착 MB 정부, 국민 '경제행복'은 놓쳤다"는 기사에서는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김태일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만든 '경제행복지수'를 측정해 "노무현 정부때보다 다소 낮아졌다"는 결과를 내놨다.

▲ <한겨레> 16일자 보도. ⓒ한겨레
"행복하십니까" 되돌아 보는 한국 사람들

각 언론마다 접근법의 차이는 분명히 있으나 언론들이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여론의 관심이 '성장'에서 삶의 질, 즉 행복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의 화두가 개발과 경제 발전 등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큰 차이기도 하다.

특히 '행복'에 대한 질문은 '복지'의 문제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조선일보>에서는 '복지'와 '행복'을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지만, KBS 기획에서 보여지듯이 '행복'이라는 담론에서 서구 유럽 복지국가들이 빠질 수 없다.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큰 범주의 복지 문제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부분 이들의 기획이 아직 진행 중인만큼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만족을 통한 '각자도생'을 요구하는 용두사미식 논의로 끝날지 아니면 한국 사회의 행복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담론으로 성장할지 주목해 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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