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국민들이 믿을 것은 한나라당뿐"

"정권교체 잘 되는 것이 중요…미국 없이 통일 없다"

김수환 추기경은 26일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느냐 하는 문제보다 정권교체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추기경은 "국민들이 믿을 것은 한나라당밖에 없다"고도 했다는 것. 종교 지도자가 정권교체를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추기경 "한미관계가 불안하다"
  
  김 추기경은 이날 혜화동 성당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아슬아슬하고 한미관계는 불안하다"며 "국민들이 믿을 것은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추기경은 또한 "미국을 제쳐 놓으면 오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미국 없이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는 것.
  
  특히 김 추기경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 있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옹호한 것에 대해 "미국에 욕은 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것은)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고 유 대변인이 전했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김 추기경은 "비리로 문제가 되는 사학도 있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그냥 둬도 되는 것을 왜 문제를 만드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생각을 표출하는 데에 미약했다. 앞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우리당 "종교 지도자가… 의외다"
  
  김 추기경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종교지도자의 발언이라는 이유로 대놓고 반박도 못하고 있다.
  
  당의 한 초선 의원은 "종교 지도자로서 신중해야 했던 것 아닌가"라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김 추기경의 발언은 의외"라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편향된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평소 김 추기경을 존경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