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을 비롯한 국가하천변의 개발 대상지인 '친수구역'의 규모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전 국민의 식수원인 4대강에 대한 난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정부 스스로 4대강 사업의 목적이 '환경 보호'가 아닌 '개발'임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해양부는 4일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는 지난 12월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서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주변을 친수구역으로 지정하고 콘도·레저시설·골프장·아파트 등을 지어 주거·상업·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 법 자체도 한국수자원공사의 사업비를 보전해주기 위한 '수공 특혜법'이라 불리며 논란을 일으켰으나 국회 통과 이후 정부가 개발 제한을 대폭 완화한 내용으로 시행령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의 식수원으로 이용되는 국가하천변의 '난개발'이 사실상 허용된 셈.
개발 지역 대폭 늘렸다…서울시 면적 40배 개발 빗장 풀려
국토해양부는 시행령에서 친수구역의 최소 규모 기준을 10만㎡로 하되, 낙후 지역 개발을 위해 국토해양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3만㎡(9000평) 이상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개발의 최소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사업성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개발의 빗장을 풀 수 있어 난개발과 환경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국토해양부는 친수구역을 지정할 때 '하천 구역 양쪽 경계로부터 2㎞ 이내 지역이 50% 이상 포함'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는 당초 법률안이 제시한 '양안 2㎞ 이내'라는 개발 범위가 시행령을 통해 2배로 확대된 것으로, 이렇게 되면 서울시 면적의 약 40배에 달하는 2만4000㎢가 각종 규제를 뛰어넘는 개발 지구가 될 수 있다. 이는 전 국토(10만200㎢) 면적의 23.5%에 해당된다.
4대강 사업 뒤에 드러난 '부동산 개발' 본색?
개발 사업자에 대한 특혜 시비도 더욱 커지게 됐다. 제정안을 보면, 친수구역 개발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국·공유 재산을 수의 계약으로 매입할 수 있는데다, 대금의 20년 분할 납부와 납부 기간 이자 연 4% 제한 등의 특혜까지 받게 된다.
사업 시행자에게 인정해주는 적정 수익은 땅값 상승액의 100분의 10으로, 개발 이익금의 90%를 국가가 환수해 '하천관리기금'으로 적립한 뒤 4대강 사업비 보존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하천관리기금 용도에 '국토부 장관이 아닌 자가 부담해 시행한 국가하천공사 비용의 보전'이 명시돼, 친수구역특별법이 결국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 8조 원을 보전해 주기 위한 수공특혜법이 아니냐"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수공 적자 보전 위한 '수공법'…"4대강 사업 본질 드러났다"
이 같은 시행령이 발표되자,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친수구역특별법은 그동안 각종 법으로 보호받아 온 국가하천 주변에 사실상 모든 종류의 개발을 가능하게 해 국토의 4분의1을 난개발 하려는 악법"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이 단체는 "국가하천은 한반도의 중요한 생태 축으로, 하천의 가치는 물길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 토지를 연결해주는 호안과 습지대 등이 함께 보존되어야 의미가 있다"며 " 그러나 친수구역특별법은 바로 이 중요한 연결고리에 대한 무한 개발을 조장하며 4대강 공사와 맞물려 국토를 난도질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안의 목적이 국토의 올바른 보전도, 체계적인 국토 개발도 아닌 정부 사업으로 빚을 떠 안은 한 공기업의 이익 보전을 위한 것이라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이 법의 필요성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오는 7~8월께 친수구역 운영이나 난개발 방지 방안을 담은 기본 구상을 발표한 뒤, 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후보지 및 사업 계획을 신청받아 연말 쯤 친수구역을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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