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좌파 대통령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 모범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이 신문은 27일자 사설을 통해 "역사의 평가를 시간의 몫으로 돌린다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현실적 기준은 임기 말 지지율"이라며 "룰라 대통령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 속에 8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 1월 1일 시민의 삶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성공한 대통령의 전범(典範)"이라고까지 평한 <중앙일보>는 룰라의 성공 원인에 대해 "그는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킨 실용의 리더십, 부자와 빈자(貧者)를 끌어안는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내외의 불안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면서 "좌파 출신 대통령이면서 세계 경제의 큰 틀 속에서 브라질 경제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주력함으로써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고 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렇게 해서 커진 파이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유효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빈곤층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집권 8년 동안 1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2800만 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고, 3600만 명이 중산층에 편입됐으며, 외환보유액은 3000억 달러로 집권 당시보다 10배나 커졌다"는 등 성장 지표를 나열하면서 성공의 원동력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정치공학적 술수가 아닌 올바른 정책과 제대로 된 리더십의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점에서 룰라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사설을 마쳤다.
<조선일보>도 지난 11월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성공이 국내 좌파(左派)에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누가 봐도 '가난의 한을 가슴에 품고 사회 주류와 부유층에 적대감을 가진' 남미의 다른 좌파 지도자들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면서도 "룰라는 그러나 취임 후 특정 계층의 두목이 아니라, 전체 백성의 지도자로 변신했다"고 했다.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섬유재벌 조제 알렝카르를 지명했고, 취임 직후 미국 보스턴은행 CEO를 지낸 야당의 엔히크 메이렐리스를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했다"는 등 "정적까지 껴안는 유연함"을 강조한 <조선일보>는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던 한국의 좌파는 정반대되는 길을 간 끝에 2007년 선거에서 권력을 내줬다"고 비꼬았다.
<조선일보>는 특히 "야당이 된 지금도 이 나라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누는 이분법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는 시대착오적인 친북·종북주의에 발이 묶여 있다"며 "국내 좌파는 '룰라 모델'을 공부하며 새로운 성공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훈계했다.
보수언론은 그러나 구체적인 복지 정책은 외면하는 듯한 인상이다. 룰라 대통령은 "빈곤·기아 퇴치는 노동운동가 시절부터 정치생활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중앙일보>의 이날 사설에서는 룰라 정권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평가 받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milia.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프로그램)와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등을 통한 소득 분배 정책은 언급되지 않았다.
브라질이 연평균 5%의 고성장을 지속하는 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 비중도 브라질 역사상 최고 수준인 37%까지 끌어 올렸다. 유럽 복지 국가들이 40%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6.6%로 멕시코(20.4%), 터키(23.5%)에 이어 OECD 국가 중 뒤에서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은 좌파 대통령이면서도 재임 시절 채택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좌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보수 언론의 룰라 칭찬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룰라 대통령이 퇴임 직후까지 87%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후임에 의한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하는 등 '성공한 대통령', '훌륭한 리더십'의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곧 총선과 대선 등 정치의 계절을 맞는 우리나라에서도 룰라 배우기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룰라에 대한 평가가 좌우 진영의 시각에 따라 어떤 차이를 보일지도 흥미롭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