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저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미사일 문제와 6자 회담 재개 방안을 협의했다.
노 대통령은 후 주석과의 통화에서 "현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제반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관련국들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후진타오 주석이 한중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당면 상황을 잘 관리해나가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의 접촉과 회동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제의했다"고 전했다.
후 주석이 언급한 '다양한 방법의 접촉과 회동'이란 중국이 최근 북핵 6자회담 참가국 대사를 불러 제안했던 '비공식 6자회담'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주 북한을 방문해서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비공식 6자회담의 참가를 설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양국 정상은 또 오는 28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관련국간 다각적 접촉을 포함한 외교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다각적 외교노력'에 '5자회담'이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만 답했다.
'결단'의 의미는?
미국과 일본이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말한 '결단'의 의미에 대해 정 대변인은 구체적인 언급 없이 "포괄적으로 이해해달라"고만 말했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결단'은 북한에게는 6자회담 복귀를, 중국에게는 대북 설득 강화를, 미국과 일본에게는 과도한 제재 움직임 자제를 요청하기 위한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통과 후 결의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는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제스쳐를 취함으로써 중국과 함께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일 양국에 간접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후 주석은 지난 17일 러시아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대북 제재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날 통화는 또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북한을 뺀 5자회담'에 대한 중국측의 입장을 떠보려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후 주석은 5자회동은 비공식 6자회담을 더 시도해 본 뒤 의제에 올려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한번 밝혔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 6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통화해 '외교적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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