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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당시 프랑스 귀족사회, 축소해 말하자면 권력의 악용을 비판하는 이 작품은 한가로운 귀족생활과 생명유지를 위해 모든 기지를 발휘해야하는 천민의 대립을 그려 프랑스 대혁명의 전주곡으로 불린다. 신랄한 사회풍자, 재치, 외설성 등으로 서민층 관객들에게 환호를 받았으나 보수적 관객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휘가로의 결혼'은 알마비바 백작의 어리석은 오만함과 그의 하인 휘가로의 기지를 축으로 진행된다. 하루 동안 정신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은 스스로 초야권을 포기했으나 하인의 아내가 될 스잔느를 탐하는, 당시 귀족의 전형으로 읽히는 알마비바 백장의 욕망에서 시작된다. 상황과 대립되는 욕망은 백작뿐 아니라 백작부인, 세르뱅, 마르세린느 등을 통해서도 표출되는데, 이 작품에서 욕망은 인물들의 성격과 직결돼 있다. 휘가로와 결혼하길 원하는 마르세린느, 아직 어린 소년인 세르뱅과 백작부인의 은밀한 정 등, 실제 이 작품이 공연될 당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날카로운 풍자보다 진한 외설성과 관련돼 있다고 할 만큼 욕망은 주요 소재로 자리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시의 부도덕한 사회문제를 보며 무릎을 칠만한 통쾌함이나 기분이 언짢아질 불쾌함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방면에서 만연하고 있는, 이른바 막장성 불륜과 은밀한 욕망 역시 농도만큼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실험극장 50주년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오른 연극 '휘가로의 결혼'에서 이 시대를 사는 관객들이 가장 크게 섭취할 수 있는 영양은 희극, 그 희극의 재기발랄함과 솔직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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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의상, 언어, 인물 등 연극 '휘가로의 결혼'은 원작에 충실했다. 상징성 짙은 의자, 리본, 발령장, 핀 등의 소품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지금도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재치와 유머, 통찰력이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연극은 정직하면서도 진실했고, 무엇보다 관객을 존중했다. 예고된 해피엔딩이 2010년 마지막 축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더불어 극단 실험극장의 50년 역사와 그 시간만큼의 노고에 무한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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