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에게 낚였다. ET라도 나올 줄 알았다", "이 정도만 해도 생물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하는 중대 발표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NASA)의 '중대 발표'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누리꾼들이 3일 아침 허탈감에 빠졌다. 반면 인류사의 전환이 될 중대한 발견이라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형적인 기대감 부풀리기에 놀아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나사는 이날 우주생물학 연구원 펠리사 울프사이먼 박사와 애리조나 주립대학 연구진은 "비소 성분이 아주 많은 캘리포니아주 동부 모노 호수의 침전물 속에서 신종 박테리아(GFAJ-1)를 발견해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생명체의 필수 6대 원소는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비소(As)를 기반으로 한 박테리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박테리아는 단지 비소를 먹는데 그치지 않고 독성원소인 비소를 박테리아의 DNA로 융합시켰다"며 "이번 발견은 과학자들이 지구상 생명체의 다양성에 관해 얼마나 제대로 몰랐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외계생명체의 증거를 탐색하는 노력에 충격적 영향을 줄 우주생물학적 발견"이라고 예고했을까.
이에 대해 나사는 "다른 행성이나 달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탐색해야 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나사는 외계 생명체 탐색을 위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라는 전제 하에 탄소, 수소, 질소 등 생명체 필수 6원소가 갖춰진 행성 환경을 주로 탐색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소 기반 박테리아를 발견함에 따라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있는 지역 자체가 확대된다는 의미다.
나사 측은 "우리의 발견은 생명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추정하고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융통성이 있는 것"이라며 "지구 안에서의 전혀 다른 생명체가 발견된 이상 우리가 보지 못한 생명체는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인 대신 비소를 사용해 생육 가능한 박테리아'라는 제목으로 논문이 게재됐다.
다만 기대감에 부풀었던 국내 누리꾼들은 다소 허탈한 표정이다. 이날 아침 트위터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외계인 발견한 것처럼 낚시 하더니", "흥미진진하다 말았음", "최소한 미생물이라도 화성 쯤에서는 발견한 것인 줄 알았다"는 반응부터 "그게 그렇게 큰 발견인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위키리크스 물타기 하려고 그런 건 아닌지 의구심만 커졌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사는 중대발표는 어떨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애플에게 배워야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트위터 아이디 'jaekupark'는 "나사의 중대 발표가 조금 실망스로운 감은 있지만 나 역시 또 다른 분야의 기술자로서 이해는 간다"며 "그들의 배경지식이 없이는 얼마나 큰 사건인지 이해할 수 없겠지"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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