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가옥, 무너진 담장, 화재로 인한 검은 연기들…. 북한의 포격이 휩쓸고 간 연평도의 현장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밤 연평도 주민들은 전기가 끊긴 지하대피소에서 추위와 불안에 떨며 밤을 새워야 했고, 날은 밝았지만 폐허로 변한 마을의 모습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24일 오전 옹진군이 공개한 사진 속 작은 마을은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가옥 22채가 불타고 산불까지 번졌지만 소방차 1대로는 화재를 진압하기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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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로 변한 마을의 모습에 망연자실한 주민이 삽을 들고 무너진 집으로 향하고 있다. ⓒ옹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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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북한의 포격으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옹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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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더미로 변한 주택가. 집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해양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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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지하대피소에 피신한 주민들. 일부 대피소엔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촛불을 켜고 밤을 지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옹진군 |
일부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께 인천으로 출항하기로 되어있던 배를 탔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은 배편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다. 구조 헬기도, 배편도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일부 주민들만이 민간 어선을 구해 타고 '탈출 행렬'에 동참할 뿐이었다.
연평도 주민 1600여 명 중 섬을 빠져나가지 못한 1000여 명이 19개의 지하대피소에서 밤을 보낸 뒤, 주민 346명이 오후 12시 현재 해양경찰 경비함정 2척을 타고 인천으로 집단 대피 중이다. 경비함정에 탑승한 주민 가운데에는 포격으로 인한 고막파열이 추정되는 환자와 산불 연기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환자 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께 연평도를 출발해 오후 1시15분경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이 경비정엔 주민 250여 명이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대피를 원하는 주민이 늘어 100여 명 정도가 더 승선했다. 해경 김동진 홍보실장은 "섬에서 나오려는 주민이 많아 보통 경비정에 태울 수 있는 인원을 초과해 배가 느린 속도로 오고 있다. 그래서 도착 시간이 늦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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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연평도를 떠나는 주민들의 '피난 행렬'. ⓒ옹진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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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의 '피난행렬'은 23일 밤부터 시작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수레를 타고 항구로 나왔다. ⓒ옹진군 |
연평도 주민 속속 "인천으로"…연평도 출항 통제, '어선 탈출' 불가능해이날 350여 명이 추가로 섬을 빠져 나오면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은 650여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시는 부두에 도착하는 주민 가운데 거처가 정해지지 않은 주민들은 인천항 인근 찜질방 한 곳과 협의해 무료로 숙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 새벽 연평도 주민 400여 명이 민간 어선 19척을 나눠 타고 인천으로 들어왔지만, 이날 오전 연평도에서의 출항이 전면 통제되면서 이제 어선을 통해 연평도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인천항에서 연평도와 백령도로 가는 여객선의 운항은 모두 통제됐으며, 강화도에서 하리와 서검 구간, 외포와 주문 구간의 항로 역시 통제됐다. 인천여객 운항관리실은 이날 하루 12개 항로 가운데 모두 4개 항로, 5척의 운항이 통제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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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구호물품을 실은 해경 경비정이 연평도로 출항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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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로 가기 위한 구호 물자가 배에 실리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아울러 인천시는 23일 북의 포격 이후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의 주민 5600여 명에게도 대피 명령을 내렸다.
한편, 구호물자와 통신복구 장비 등을 실은 해경 경비정이 이날 오전 10시경 연평도로 출발했다. 구호물자는 모포, 칫솔, 속옷 등 생필품을 담은 상자 200여 개이며 통신망 복구 작업을 위한 한전 직원과 해경 등 60여 명이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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